[포커스] '사랑의 불시착'과 북한의 지나친 반응

통일신문 | 기사입력 2020/12/28 [00:44]

[포커스] '사랑의 불시착'과 북한의 지나친 반응

통일신문 | 입력 : 2020/12/28 [00:44]

<고성호 성균관대 초빙교수>

휴전선을 넘나들며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모티브로 한사랑의 불시착이 방영을 개시한지 어느 덧 1년이 되었다. 주지하다시피, 이 드라마는 패러글라이딩을 하다 악천후로 휴전선 넘어 북한에 불시착한 윤세리(손예진 분) 그리고 이를 발견하고도 비밀리에 보호해주면서 남한으로 돌려보내려는 북한군 특수부대원 이정혁(현빈 분) 사이에 사랑이 싹트고 이를 배경으로 남과 북의 생활상을 코믹하게 보여주는 로맨틱 판타지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분단을 배경으로 하는 우리의 드라마가 흔하지도 않을 뿐 더러, 일부 작품의 경우에도 북한의 최고지도부나 핵과 미사일 등 체제 문제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무거운작품들이 주를 이루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에 반해 사랑의 불시착은 지리적 인접성과 역사적 동질성 그리고 문화적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분단 때문에 이루어질 수 없는 남녀관계를 풀어갔다는 점에서 독특하다고 할 것이다.

보기에 따라서는 또 하나의 사랑 이야기로 치부될 수도 있겠지만, 남과 북이라는 이질적 체제를 바탕으로 정치적·이념적 논란이 제기되기도 하였다. 이를테면, 북한군 특수부대 대위의 자상함, 주민들의 활기찬 생활모습, 비교적 정돈된 시골마을 등은 북한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반면 도청과 숙박검열로 대표되는 인권 침해, 뇌물의 일상화, ‘아랫동네제품을 감춰 팔아야만 하는 암시장은 북한체제를 비하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사실 남북한 주민의 생활수준을 감안할 때 이 드라마는 오히려 북한에게유리하게제작된 것이 아닌가 한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남북한의 현실을 비교적 잘 반영하고 있으며 또한 분단과 통일문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제고했다는 차원에서 이 드라마는 일정한 기여를 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북한 당국의 반응이다. 북한은 이 드라마가 종영되자마자 관영 매체인 우리 민족끼리를 통해 허위와 날조로 가득 찬 극악무도한 도발행위로 규정하면서 남조선 당국과 해당 저작사들은 대가를 반드시 치르게 될 것이라는 협박을 해 왔다.

일견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이 드라마를 보는 북한 주민들이 가질 수 있는 북한 체제에 대한 염증과 우리 사회에 대해 가질 수 있는 동경을 사전에 차단시켜야 할 필요성이 있으며 또한 앞으로 이와 같은 드라마가 제작되는 것을 방지할 필요성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북한 당국의 반응은 지나친 것이 아닌가 한다. 그들도 인정하듯이 드라마는 본질상허구와 상상으로 꾸며지는 것이며, 사랑의 불시착도 그렇게 이해하면 될 것이다. 패러글라이딩 사고로 휴전선 넘어 불시착한 남한 여성이 이를 어여삐 여겨 비밀리에 돌려보내려는 북한 군인과 사랑을 한다면 누가 현실성이 있다고 할 것인가?

설령 인권이 무시되고 생활이 어려운 북한 체제가 드라마에 포함되어 있다 해도 이는 자신들의 책임이지 우리의 책임으로 돌려서는 안 될 것이다. 제작자에게 극악무도한 도발이라고 비난하기에 앞서 자신들의 반인륜적 체제를 돌아볼 줄 알아야 할 것이다.

더구나 북한은 우리체제에 대해 온갖 사회악과 고질적 병폐로 썩고 병든 남조선 사회라고 선전하지 않는가? 남의 눈에 들어 있는 서까래를 나무라기보다 자신의 눈에 들어 있는 들보를 들여다 보는게 우선이리라.

안타까운 점은 우리 정부의 반응, 좀 더 정확히는 무반응이다. 우리 제작자에 대해 보복을 취하겠다는 공언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왜 가만히 있는가? 우리 국민은 누구나 언론출판의 자유를 가지며 이를 보장해야 하는 것은 정부의 헌법적 책임이 아닌가? 혹여 정부는 북한의 과민 반응을 제작사의 책임으로 돌리려는 것은 아닌가?

어찌 보면 사소할 수 있겠지만,‘사랑의 불시착에 대한 북한의 협박은 우리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중대한 문제이다. 정부는 북한의 도발과 위협을 없는 것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이에 대한 확고한 입장을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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