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정세와 남북관계] “남북관계 개선은 북한이 스스로 변화할 때 가능할 것”

통일신문 | 기사입력 2021/01/07 [20:15]

[한반도 정세와 남북관계] “남북관계 개선은 북한이 스스로 변화할 때 가능할 것”

통일신문 | 입력 : 2021/01/07 [20:15]

 

 <양운철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2020년 북한은 코로나19 사태, 경제제재, 태풍피해의 삼중고를 겪으면서 경제적으로 매우 힘든 시간을 보냈다. 외생적 충격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경제적 어려움에 대응할 수 있는 정책수단은 거의 없었다. 경제부흥 정책 대신 80일 전투라는 주민 동원령을 실시했다.

2021년 김정은 취임 10년 되는 해
독재체제 유지… 핵 발전시켜

2021년은 김정은 취임 10년이 되는 해이다. 김정일 사망 이후 김정은은 강력한 독재체제를 유지하면서 핵무기, 미사일, ICBM을 계속 발전시켜 왔다. 반면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는 계속 강화되었다. 김정은은 2021년 1월 개최 예정인 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제시할 것이라며, 현재의 경제적 어려움에 대한 책임을 2021년 당 대회에 전가하고 있다.

물론 북한이 8차 당 대회에서 전향적인 경제정책을 제시할 수는 있겠지만, 가용할 정책 수단이 제한적이라는 사실을 극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아직까지 북한의 최대 관심은 경제발전보다는 최고 지도자의 안위와 권위 유지이다. 북한은 2019년 개정된 헌법 전문에서 국가 무장력의 사명을 ‘김정은 동지를 수반으로 하는 당중앙위원회 결사옹위’로 정립했다.

대북 전단이 최고 존엄을 훼손한다는 이유로 2018년 판문점 선언에 의해 출범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건물을 폭파하기도 했다. 누계 약 340억 원이 투입된 공동연락사무소 건물은 사라졌다.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이 국회에서 통과된 이후에도 북한의 태도는 변하지 않고 있다.

김정은은 전향적인 경제정책 변화를 예고했지만, 지금까지 북한의 정책을 돌이켜보면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이르다. 북한의 경제 이데올로기는 아직도 자력갱생과 주체화의 틀 안에 머물러 있다. 시장과 개인 재산권 보장을 중심으로 하는 경제개혁 대신 극히 비효율적인 80일 전투라는 속도전으로 경제회복을 기대하고 있다.

북한 주민은 이윤동기에 의한 자발적 참여가 아니라 노동 공급의 명분을 얻기 위한 형식적 노동력만 제공하게 된다. 물론 북한의 경제운용 방식이 크게 변화한 점도 있다. 2019년 개정된 헌법 전문에서 청산리 정신이나 대안의 사업체계가 삭제되고 대신 사회주의기업 책임관리제가 강조된다. 이는 북한경제의 운용 이데올로기의 변화를 의미한다.

경제제재틀 안에서 한국과 경제협력
기대 어렵기에 남북경협에 소극적

그러나 실제 경제운용 방식에서는 경제적 합리성과 인센티브가 많이 결여되어 있다. 개인 사유권의 과감한 확대, 소규모 사유화 활성화, 남북한 경제협력 강화와 같은 보편적인 개혁과 변화를 얼마나 수용하는지 여부에 북한경제의 성패가 달려있다. 북한이 경제개혁을 늦출수록 한국과의 경제격차는 더욱 벌어지게 된다.

북한의 낙후된 경제운용은 북한 자체 문제로 끝나지 않고 한반도 통일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통일의 전단계인 남북한 경제공동체의 달성도 요원하게 된다. 한국정부는 통일기반 조성을 위해 수익성과 관계없이 대북지원을 시행한 사례가 있다.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제재와 연계되어 현재 남북경협은 유명무실 해졌고, 수익성 제고를 기대하는 투자성 사업보다는 대북 지원 사업으로 변질되어 있는 현실이다. 그나마 대북 지원마저도 거의 중단되었다. 북한으로서는 경제제재의 틀 안에서 한국과의 경제협력을 기대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남북경협에 대해서는 소극적이다.

최근 북한의 김덕훈 내각총리가 금강산을 방문하여 금강산관광지구에 있는 한국이 건설한 시설물들을 임의로 철거하고, 금강산 지역을 자체 개발하고자 하는 발언이 좋은 사례이다.

남북한 관계개선 올해도 요원 할듯
미국 새 정부와 타협점 찾기 어려워

현시점에서 남북한 모두의 최대 관심은 코로나19 사태의 극복이다. 남북관계 개선은 아직은 요원하다고 판단된다. 실제 여러 여론조사 결과는 남북관계 비관론이 증가하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2020년 6월 민주평통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남북관계가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은 28.5%로 전 분기 대비 약 23%가 감소하였다.

2020년 7월 KBS 국민 통일의식 조사에 의하면 북한을 경계대상으로 보는 인식이 2018년 33.7%에서 2020년에는 43.7%로 증가했다. 북핵문제 해결에 대한 전망은 당분간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가 2018년 41.7%에서 2020년에는 65.4%로 증가했다. 금강산 사업 재개, 북한 핵과 경협 연계 등도 모두 반대 의견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최근 북한관련 여론 조사가 보수적인 경향을 보이는 것은 북한의 예측하기 어려운 태도에 기인한다. 예를 들어, 2018년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남북한 군통신선을 차단했고, 한국 GP에 총격을 가했고, 해안포 포문을 개방했고, 개성의 공동연락사무소 건물을 폭파하였다. 결국 2018년 9.19 군사합의도 실제로 무의미한 합의가 되고 말았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에 대한 공동 조사도 진행되지 않고 있다.

김정은은 열병식 연설문에서 “사랑하는 남녘의 동포들에게도 따뜻한 이 마음을 정히 보내며 하루빨리 이 보건 위기가 극복되고 북과 남이 다시 두 손을 마주 잡는 날이 찾아오기를 기원한다”고 언급했지만, 그 계기를 만들기는 쉽지 않다. 가장 큰 이유는 북한의 국정 우선순위는 경제발전보다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예방과 사회 안전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 북한은 남북관계의 개선보다는 보건 및 사회 안정에 집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김정은은 “우리는 적대 세력들에 의해 지속적으로 가증되는 핵 위협을 포괄하는 모든 위험한 시도들과 위협적 행동들을 억제하고 통제 관리하기 위하여 자위적 정당방위 수단으로서의 전쟁억제력을 계속 강화해나갈 것”이라며 핵보유 당위성을 강조했다. 현재로서는 비핵화를 위한 북미협상이 재개될 가능성도 낮지만, 회담이 시작되더라도 미국의 새 정부 하에서 타협점을 찾기는 더욱 어려울 것이다.

변화의 영역 정치·군사 부문보다
경제부분 일 가능성이 높아 보여

현시점에서 조망해보면, 남북관계의 개선은 북한이 스스로 변화할 때 가능할 것이다. 2021년 남북관계가 개선된다면, 변화의 영역은 정치와 군사 부문보다는 경제부분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대부분의 남북한 경제협력 사안이 대북 경제제재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도 호응하기가 어렵다.

남북경협의 재개로 인한 남북관계의 자율성 확립은 높이 평가될 수 있지만, 그 달성 가능성은 낮다. 현시점에서 북미관계의 개선에 앞서 남북관계가 개선되기는 어렵다. 그러나 남북한 관계가 현재처럼 방치 수준에 계속 머문다면, 북한은 경제제재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게 될 것이며 군사적으로도 강경한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결국에는 한반도에서의 긴장은 높아지고, 북한경제는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 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북한이 득실과 관계없이 우선 대화의 무대로 나오는 결단이 필요하다.

※세종연구소 정세와 정책 특집에서 발췌 요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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