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주민들의 혹독한 겨울나기

[포커스] 논설위원 이종석 ㈜이가ACM건축사사무소 사장

통일신문 | 기사입력 2021/02/18 [09:36]

북한주민들의 혹독한 겨울나기

[포커스] 논설위원 이종석 ㈜이가ACM건축사사무소 사장

통일신문 | 입력 : 2021/02/18 [09:36]

북한은 지난 1월 5일부터 제8차 당 대회를 개최했다. 당 대회는 그 시기의 이정표가 될 수 있는 주요 정책과 방향을 의결하는 행사로서 참석자들은 주요 요직을 맡고 있는 당 간부와 대표급 인사들로 이루어져있다. 이번 행사에는 방청객을 포함하여 약 7,000명이 약 3주 간 인근 숙박시설을 이용하며 참여했는데, 해당기간동안 숙박시설에 난방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추위에 떨며 밤을 지새웠다는 소식을 접했다. 

 

▲ 논설위원 이종석 / ㈜이가ACM건축사사무소 사장     ©통일신문

올 겨울 평양의 기온이 영하 20도까지 내려가는 것으로 보아 외곽지역이나 농촌의 주택에서 생활하는 북한주민의 겨울은 더욱 고통스럽고 길게 느껴질 것이다. 특히 작년과 올해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한 국경폐쇄와 북핵문제로 인한 경제제재는 북한주민들에게 이중, 삼중고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북한의 주거환경과 생활여건은 1970년대까지 남한과 비교하여 크게 뒤지지 않았다. 오히려 사회주의 계획경제에 의한 국가주도의 산업발전과 건설정책으로 북한 주민들에게는 비교적 안정되고 체계적인 주택공급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한편 남한에서는 새마을운동이 전국적으로 일어나면서 과거 노후 농가주택과 마을의 주거환경 개선이 이뤄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초가집도 없애고 마을길도 넓히고 푸른동산 만들어~” 새마을운동 노래가사처럼 우리나라의 농촌에 전통미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초가지붕이 없어진 대신 그 자리에는 양철지붕으로 바뀌어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운 오히려 부실한 주택이 되고 말았다. 

이 시기에는 남한이든 북한이든 주택의 단열성능에 큰 관심이 없었다. 산업이 발전하기 전이기도 하지만 그 전부터 주변의 산에서 나무와 땔감을 충분히 구해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한은 산림이 황폐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식목일을 정하고 함부로 산에서 벌목이나 땔감 채취하는 것을 금지했다. 또한 이와 동시에 연탄과 가정용 석유 등 에너지를 대량 공급하고, 건물에는 단열기준을 적용하여 에너지 효율을 정부가 관리하기 시작했다.

반면 북한의 산에는 여러 매체를 통해 알고 있듯이 나무가 거의 없는 민둥산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북한의 산이 이렇게 된 이유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북한당국은 주민들이 나무를 베어가지 않도록 하는 것 이전에 주민들이 따뜻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도록 대체에너지를 공급하던지 아니면 단열성능이 갖춰진 집을 공급했어야 했다. 

그렇지만 에너지나 단열재 등의 건축자재는 관련 산업이 있어야 공급이 가능하다. 북한의 사회주의 계획경제 시스템에서는 건축 관련 산업이 충분히 발전할 수 없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시장이 형성되어야 한다. 그리고 소비자의 욕구가 산업을 움직이게 해야 하는데 정부주도의 산업은 시장과 연동되지 않기 때문에 인민들의 욕구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


북한과 같이 지하자원, 특히 석탄과 같은 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이 난방용 연료가 부족하여 추위에 떨어야 한다면 매우 아이러니한 일이다. 관련 산업이 조금만 능동적으로 작동 할 수 있다면, 이러한 문제는 쉽게 해결될 수 있는데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국가가 거의 모든 산업을 관장하고 있다면 소비자의 욕구보다는 정치지도자의 말 한마디에 따라 움직이는 시스템이 되고 만다.


올해처럼 혹독한 추위에 단열성능이 전혀 없는 주택에서 난방이 공급되지 않은 채 겨울밤을 지새운다고 생각하면 매우 끔찍한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거환경은 북한주민의 대다수가 겪고 있는 현실이다. 향후 여건이 허락되어 북한과의 협력사업이 진행될 경우 북한주민의 건강과 식량문제도 고려해야겠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그들의 열악한 주거환경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것이다.

주택에서 훌륭한 난방기가 있는 것보다 단열성능이 확보된 외벽구조가 훨씬 중요하다. 난방기는 전기나 석유 같은 에너지가 공급되어야하지만 좋은 단열성능을 가진 주택은 에너지 공급 없이 열을 빼앗기지 않도록 하여 훈훈한 거주환경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협력이 중요한 이유는 북한에 퍼주기 식의 경제지원이 아닌 북한주민의 인권을 존중하는 의식에서 출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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