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호칭변경 그리고 지록위마

김정은의 빈번한 호칭변경은 권력기반을
강화하려는 고육책이 아닌가 한다

통일신문 | 기사입력 2021/03/12 [02:57]

김정은의 호칭변경 그리고 지록위마

김정은의 빈번한 호칭변경은 권력기반을
강화하려는 고육책이 아닌가 한다

통일신문 | 입력 : 2021/03/12 [02:57]

▲ 고성호 성균관대 초빙교수  

김정은 통치기의 특징 중 하나는 빈번한 호칭, 보다 정확히는 직책명 변경이다. 김정은은 2010년 8월 아버지 김정일로부터 대장칭호를 수여받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라는 직책으로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후 2011년 12월 김정일이 사망하자 인민군 최고사령관으로 ‘추대’되면서 권력 장악을 공식화 했고, 이듬해인 2012년 4월 각각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 노동당 제1비서로 등극하였다.

당시는 아버지의 호칭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하여 직책명을 변경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는 김정은의 직책이 필요에 따라 자의적으로 변경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서곡이 될 것이라고 예측한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금년 초인 2021년 1월에는 당대회를 개최하여 비서국을 복원하고 ‘총비서’라는 직책을 맡게 되었다. 돌고 돌아 10년도 안되 아버지의 직책을 회복한 것이다. 4월이 되어 최고인민회의가 개최되면 다시 ‘주석’제를 부활시킬지도 주시해 보아야 한다.

그리고 최근 영문 표기도 변경하여 국무위원장을 chairman에서 president로 바꿨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최고인민위원회 상임위원장을 president로 표기해왔다는 점에서 김정은의 직책명 변경은 북한의 전통에서 볼 때도 예사로운 현상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김일성도 권력을 완전히 장악한 후에는 정부직으로는 주석직을 이어왔고, 김정일도 국방위원장직이란 직을 계속 맡았다. 김일성과 김정일 모두 당에서는 총비서라는 하나의 직책을 수행해 왔지만, 김정은이 이와 같은 관례를 깨고 직책명을 계속 변경해온 것이다.

여기에는 까닭이 없지 않을 것이다. 일설에 의하면 ‘정상국가’화를 추진하고 있음을 반영한다고 주장하지만, 딱히 최고 권력자의 호칭이 국가성을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 이를테면 영국과 그 연방국가들 그리고 일본도 왕(여왕)을 국가수반으로 여기고 있지만, 이들 나라를 비정상 국가라고 하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정상국가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법에 의한 지배’가 확립되어야 하는데, 세습적 일당독재 체제를 벗어나는 것이 우선적으로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당이 국가를 지배하고, 수령을 앞세워 당권을 세습하는데 누가 이런 국가를 정상국가라고 하겠는가?

김정은의 빈번한 호칭 변경은 권력기반을 강화하려는 고육책이 아닌가 한다. 북한주민들로부터의 지지가 낮은 원인을 낯선 호칭에서 찾고, 권력 안정의 수단으로 선대 특히 김일성 당시의 직책명을 회복하려는 것이다. 북한이 2000년에 들어서면서 이른바 ‘고난의 행군’에서 벗어났다고는 하지만, 악순환의 고리는 작동중이다.

김정은 체제가 들어서고 나서, 좀더 멀게 보면 김정일 체제가 들어서고부터,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북한 주민들의 삶은 최악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직책명의 빈번한 변경은 북한 주민의 삶을 염두에 뒀다기보다는 자신의 안일만을 도모하는 행위라고 할 것이다.

직책명의 잦은 변경을 통해 이른바 ‘정상국가’로 포장하려 하거나 북한 주민의 지지도를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려 한다면, 이는 문제 해결의 방법이라기보다는 새로운 문제를 야기하는 후과를 초래할 것이라 보아야 한다. 자신의 권력을 안정화시키는 방법은 북한 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부족하나마 가용한 자원을 북한 주민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다시 말해 북한 주민에게 보다 많은 자율성을 부여해야 하는데, 이는 곧 김정은의 신적 지위를 약화시키는데서 찾아야 할 것이다.

지록위마는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해서 그 사슴에 짐을 싫을 수는 없지 않겠는가? 정상국가가 되고자 한다면 그리고 주민들로부터 자발적 지지를 얻고자 한다면, 스스로 신의 경지에서 내려와 주민과 같이하는 지도자상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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