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운영의 은빛세월] 한가위 노래

통일신문 | 기사입력 2021/10/03 [16:05]

[장운영의 은빛세월] 한가위 노래

통일신문 | 입력 : 2021/10/03 [16:05]

▲ 장운영 통일신문사 발행인

달이 웃는다. / 달빛에 비쳐지는 수많은 표정이 웃는다. / 달빛보다 더 수줍은 웃음이 / 달 속을 빠져 나와 / 가슴으로 해일처럼 몰려온다. / 텅빈 희망속에 / 숨겨 놓았던 아우성이 / 비수로 번쩍이며 / 고요히 어둠을 삼킨다. // 달빛이 흐른다. / 달그림자에 숨겨진 / 은빛세월의 노래가 흐른다. / 비록 흐느끼지 않아도 / 은빛세월의 눈물이 흐르고 / 심연의 강에서 퍼 올리는 그리움이 / 때론 절망으로 / 때론 기다림으로 / 넘치고 있음을...// 아픔이 상처를 남기고 / 핏빛 추억 선명하게 / 아들 손자에게 이어져 / 은빛세월이 못다 부른 이름들 기억되리니 / /한가위 달빛 따라 / 날개를 달고 / 고향의 풍경 속으로 날으면 / 그 옛날의 / 소년이 되고 / 아들이 되고/ 젊은 아버지로 남네.//

 

실향의 은빛세월이 맞는 한가위는 허망하다. 가장 풍성하고 여유로워야 할 민족 명절이 어색하고 외롭다. 겉으로 허허 웃지만 가슴속은 적막하고 답답하다. 언제부터인가 한가위는 더욱 불편해 졌다.

고향사람들이 굶고 있다는데... 어린 시절 먹을 것이 넘쳐 난 적은 없었다. 그러나 "한가위만 같아라" 는 이야기가 있듯이 이날은 마음도, 먹을 것도 넉넉했다.

조상을 위하는 마음도 그지없이 효성스러웠고, 이웃 간의 정 또한 넘치도록 정겨웠다. 마을마다, 집집마다 색다른 음식과 맛으로 훈훈한 삶을 만끽할 수 있었다.

지난 시절은 언제나 그립고 아름답다. 은빛세월의 꿈과 추억은 미래를 낯설지 않게 받아들이는 힘이 되었다.

 

고향의 친구여

자네 내 이름 기억하는가

내 얼굴은 기억하는가

길에서 지나치면

"저 사람 어디서 보았더라"

이 정도로 변했나

나는 자네의 열다섯 때 얼굴 알고 있네

그때 입었던 헐렁한 중바지 저고리 기억하네

학교 앞 논배미에서 메뚜기 잡던 그 눈빛 기억하네

이제라도 손잡아 보면 그 얼굴 그 눈빛 되살아 나려나

설움이 복받쳐

자네 얼굴 똑똑히 보일까 걱정되네

여보게

오늘은 한가위라네

달빛이 자네 얼굴 전송하고 있네

자네들을 위해 내가 할 일을 생각하네

그러나 아무것도 할 수 없음에 화가 난다네

그러나 이대로야 끝나겠는가

한 둘도 아닌 몇백만의 울음이 계속되고 있는데

이대로 우리가 못 만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우리는 기다리네

자네도 우리처럼 기다리기를 바라네

한가위 달처럼

그렇게, 여전하게...

 

* 은빛세월이란 실향민을 지칭한다. 1998년 당시에는 천만 실향민이 있었다. 그들을 위로 하는 차원에서 쓴 글로 계속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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