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칼럼] 종전선언과 김여정 담화의 노림수?

김성윤 단국대학교 명예교수 | 기사입력 2021/10/08 [10:03]

[논설위원 칼럼] 종전선언과 김여정 담화의 노림수?

김성윤 단국대학교 명예교수 | 입력 : 2021/10/08 [10:03]

▲ 김성윤 단국대정책과학연구소 소장   

“얻고 잃음은 내게 달려있고, 기리고 헐뜯음은 남에게 달려있다는 득실재아(得失在我) 훼예재인(毁譽在人)”은 실학자 연암 박지원이 한 말이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남북대화 조건 제시에 앞서 이 말부터 새겨 보아야 할 것이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9월 24일 문재인 대통령의 유엔연설에 대하여 “종전선언은 흥미 있고 좋은 발상”이라는 내용과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재설치, 남북정상회담 가능성’까지 내비친 담화를 9월25일 발표했다.

 

우리정부에 구체적 행동 조건 제시

 

문재인 정부가 대북 제재 완화에 대한 입장을 피력하자, 북한은 때를 맞춰 ‘정상회담’을 카드로 화답한 것으로 보인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9월 25일 담화를 통해 “공정성과 상호 존중이 유지되면 남북정상회담 등 관계개선 논의가 가능하다”고 했는가 하면 “종전선언은 물론 북남 공동연락사무소의 재설치 등도 이른 시일 내에 해결될 수 있음”을 피력했다.

김 부부장은 “대조선 적대시 정책과 적대적 언동, 이중기준 같은 모든 불씨를 제거하기 위한 남조선의 움직임이 눈에 띄는 실천으로 나타나기를 바랄 뿐”이라는 표현도 썼다. 

 

이 담화의 핵심은 우리 정부에 구체적인 행동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미국을 설득해 유엔 대북제재 해제와 한·미 연합훈련 중지를 끌어내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렇게 하여 준다면 2022년 2월 베이징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에서 남북정상회담이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 아닌가? 북한이 남북회담에 관심을 보인 것은 긍정적이지만 대화 조건을 살펴보면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이유는 유엔 대북제재 해제는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일인데도 이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 첫째요, 둘째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며 탄도탄 미사일을 쏘고 영변 핵시설 재가동 징후까지 포착하게 만든 상황에서 북한에 대한 유엔 제재 해제가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셋째는 한·미 연합훈련 중단 요구 역시 핵보유국 북한을 상대로 한 전쟁 억지력 확보 차원이기 때문에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다. 북한 외무성 부상 리태성은 9월 24일 주한 미군 철수까지 거론하여서 스스로 고립과 쇄국정책을 자초한 면도 엿 볼 수 있다. 

 

내부적으로도 2020년 11월  북한 당국은 반동사상 문화 배격 법을 제정했는가 하면 2021년 6월 경제문제를 다루기 위한 당 중앙 전원 회의에서 조차 경제문제를 넘어 외국문화, 그중에서도 대한민국 문화 확산의 길을 차단하는 방법까지 토론한바 있다.

 

남북관계 개선 조급증을 경계해야

 

지난 20년 동안 비록 음성적이고 일부이긴 하지만 북한 주민들의 즐거움 중 하나였던 대한민국에서 제작된 영화, TV 연속극, 음악회와 같은 동영상이 갑자기 위험물이 되었다. 이들 동영상을 보다가 적발되기라도 하면 관리소로 가야 될 가능성을 크게 높여 놓았다. 

더욱이 코로나 19와 대북제재 때문에 북한경제는 무너지고 있다. 미래에 성장할 가능성도 보이지 않는다. 그 때문에 국가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방법으로 제시된 것이 고립화의 길이요, 쇄국정책이 더욱 중요해졌다. 바로 그런 점 때문에 북한 정권은 인민들이 외부생활을 모르는 우물 안의 개구리가 되기를 원했지 않는가? 이런 내외적인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커녕 “대조선 적대시 정책과 적대적 언동, 이중기준 같은 모든 불씨를 제거하기 위한 남조선의 움직임이 눈에 띄는 실천으로 나타나기를 바랄 뿐”이라는 담화는 마치 무화과나무가 꽃 피기를 기다리는 것이나 다름없는 생각일 뿐이다.

 

문재인 정부는 종전선언을 매개로 북한을 대화에 복귀 시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재가동할 수 있다는 생각은 이쯤에서 멈춰야 할 것이다. 혹여 임기 말 ‘이벤트’를 위해 유엔 제재 해제‘촉진자’를 자임 한다던가, 남북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조급증의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왜냐하면 비핵화 조치 없이는 유엔 제재 해제는 물론 종전선언도 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미국과의 갈등만 고조시킬 뿐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종전선언을 통해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것이다. 그중 하나는 유엔 제재 해제요, 다른 하나는 핵보유국 지위를 얻어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려운 일이다. 마크 램버트 미 국무부 부차관보는 “종전선언이 주한미군 주둔이나 한미동맹을 위험에 처할 수 있게 하는 잘못된 인상을 주면 안 된다”고 강조 한 점에서도 그 이유가 분명해진다. 북한의 행태를 보면 전쟁준비를 해놓아야 평화의 준비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안타깝게도 사실일 수밖에 없다.

 

김성윤 단국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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