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봉] 정치 9단과 국가 정보요원의 차이

통일신문 | 기사입력 2022/06/29 [19:20]

[모란봉] 정치 9단과 국가 정보요원의 차이

통일신문 | 입력 : 2022/06/29 [19:20]

<박신호 방송작가>

오랜 기간 영화나 드라마에서 인기를 끄는 소재는 스파이 (정보요원) 얘기가 아닌가 싶다. 도입부부터 미지의 세계에 대해 궁금증을 자아내게 할 뿐 아니라 얘기가 전개될수록 미궁에 빠지게 하는가 하면 쉴 사이 없이 아슬아슬하고 조마조마하게 하는데다가 아름다운 여인이 등장해 달콤한 순간을 느끼게 해 주는가 싶더니 갑자기 혼란에 빠지게 하는 등 하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평범한 사람들은 경험해보지 못할 짜릿한 생활을 간접 경험하게 해 주고 환상에 빠지게 하니 스파이 얘기가 인기를 끌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방송작가로 몇 편의 스파이 얘기를 TV 드라마로 썼다. 하지만 기억에 남을만한 작품이 아니어서 그게 늘 부담이 돼 왔다. 그래서 야심차게(?) 준비하느라 세계 첩보전 얘기를 읽고 수집해 왔고 나름 구상해 오고 있는데 아직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매일 하늘을 보고 있으니 언젠가는 별을 따는 날이 있지 않을까 하는데, 며칠 전 국가정보원 원장을 지낸 사람이 하도 엄청난 소리를 했기에 그동안 스파이 자료를 수집하다가 안 사실 몇 가지를 써보려 한다.

스파이는 해야 할 말보다 안 해야 할 말이 더 많은 직업이다. 일반인들이면 그냥 할 수 있는 말도 절대 하지 말아야 할 말이 있다. 제 목숨을 내놓을망정 절대 숨겨야 할 말이 있다. 국가 비밀이다. 국가 비밀을 지키기 위해서는 생명을 걸고 지켜야 할 몇 가지가 있다. 먼저, 자랑하거나 변명하거나 항명해서는 절대 안 된다. 흔히들 스파이는 뭣보다도 첩보 수집능력이 뛰어나야 하고 활동력도 출중해야 하는 것으로 안다. 영화나 소설을 보면 대개 그렇다. 하지만 그에 앞서 요구되는 게 있다. 바로 자랑, 변명, 항명이다.

유능한 스파이는 첩보 수집능력이 뛰어나기 이전에 제일 먼저 입이 무거워야 한다. 어떤 가혹한 고문에도 정보를 흘려서는 안 된다. 첩보영화와 드라마에서 많이 봤다. 가혹하기 이루 말할 수 없는 고문에도 입을 굳게 다물어야 한다. 사랑하는 가족을 볼모로 협박해도 굽히지 말아야 한다. 변함이 없어야 한다. 비록 고문으로 죽는 일이 있어도 끝끝내 입을 다물고 있는 스파이의 의지가 얼마나 무서운가를 보여줌으로써 고문자를 지치게 해야 한다.

스파이는 어떤 고문에도 이겨내야 하지만 또한 기만술도, 남을 속이기도 잘해야 한다. 거짓말 탐지기에도 걸리지 않아야 한다. 물론 특수 훈련이 필요하지만 남을 속이는 데도 능숙해야 한다. 뿐만이 아니라 눈치 채지 않게 거짓말도 능숙하게 해야 한다. 왜냐하면 내 속을, 내가 아는 정보를 절대로 적에게 탄로 나지 않으려면 거짓말에 능숙해야 하기 때문이다. 상대방은 고도로 훈련을 받은 심문자이기도 하며 고문자이기 때문이다. 그 눈을 피하려면 거짓말은 필수다.

스파이는 항명하면 안 된다. 명령을 수행하면 된다. 받은 명령이 옳은 일인지 그른 일인지 분석하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상부의 명령은 무조건 수행해야 한다. 의심하고 불신하면 수행할 수 없다. 스파이 조직은 전제주의 세계이다.

문득 라종일 가천대 석좌교수의 말이 생각난다. 라 교수는 김대중 정부에서 안기부 1, 2차장, 국정원 1차장, 주영 대사를 지내고, 노무현 정부에선 청와대 국가안보보좌관, 주일 대사 등을 역임한 진보 진영의 대표적인 외교 안보 책사로 꼽힌다. 그는 말한다. “소련은 중, 고교생을 ‘고정간첩’으로 길러 영, 미 정보부에 ‘몰(mole, 잠입 스파이)’로 심는 수법을 써왔다”라면서 “북한은 지금도 이런다. 우리 국정원에도 북한판 ‘블레이크’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두더지는 어디에나 있다.

이 시점에 라 교수의 말이 새삼 떠올라 소개한 뜻은 설마 했다간 큰일 날 수 있어서다. 지금 우리 대한민국 국민은 여전히 무서운 세계에 둘러싸여 살고 있음에도, 특히 엄연히 적(敵)인 북한을 지척에 두고 있으면서 북한에 대해 너무 모르며 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적은 적이다. 개과천선할 적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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