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사회 통념적으로 청년들과 가장 이질적인 키워드 중 하나로 분류된다. 국가와 세계의 경제 상황 등, 2030 세대가 마주한 삶의 사회적 난관들이 청년들을 벼랑 끝으로 몰아내고 있다. 대한민국 현대사 속에는 청년들이 노력하고 행동하면 무언가를 이루어낼 수 있다는 희망이 존재했던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현재의 청년들에게 그 희망의 불빛은 소멸해버렸다. 사회의 수치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사회적으로 세대, 젠더, 정치 양극화의 정도가 갈수록 극대화되고 있으며, 대한민국의 노령화 속도는 세계 최고이다. 써야 할 복지예산 지출 규모는 가파른 증가 추세에 있다. 채무 또한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 문제들은 장기간 해결되지 못한 채 세포 분열처럼 사회로 퍼져나가 대한민국은 출산율마저 최하위를 기록했다. 도미노처럼 형성된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 다각적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그 과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각 분야 전문가들과 실무자들은 언급하고 있다.
미래의 희망이 보이지 않고 당장 생계의 위협을 다수가 체감하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문제는 청년들에게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전 세대들처럼 남북과 관련하여 혈연적으로나 내적으로나 동질감 형성이 이루어질 수 없었다. 분단과 전쟁 이후에 완전하게 다른 체제하에 형성된 사회를 살아온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세대가 현재의 2030 청년세대이다.
남북관계에 대한 청년들의 피로감 축적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남북관계를 중심으로 한 분단과 전쟁 후 약 70년간의 정부 교체에 따른 대북정책의 극단적인 변화와 이를 뒤따라온 극단적인 정쟁들은 청년들뿐만 아니라, 국가 전체를 피로감에 빠뜨렸고 이제는 무감각해지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대한민국’이라는 하나의 국가 속에서, 민주주의를 기반으로 한 선거에 의해 선출된 정부들의 정책들이, 소위 불리는 ‘정치적 성향’에 따라 형성된 ‘진영’이라는 틀에 의해 극단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것은 국제사회가 한반도를 바라보는 관점을 고려했을 때 절대 건강한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국가 구성원 대다수가 알고 있다. 북의 수뇌부 역시 대한민국 정부의 성향에 따라 대남정책 노선의 변화를 취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이는 평화와 교류, 관계 개선, 국가의 국방과 안보를 위해서도 긍정적이지 못한 상황임을 보여주는 지표이다. 이렇게 청년들, 더 나아가 국민들은 장기간 지속되어온 진영에 따른 ‘대북 스탠스’의 극단적인 변화와 이에 따른 정쟁에 피로감을 느껴왔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이념을 둘러싼 이성을 잃은 정쟁으로 인해 국가의 안보 의식마저 무뎌져 가고 있음을 체감하는 국민들이 증가하고 있다.
원인 찾아내는 법 습득하고 회복시켜야
해수부 공무원 피살 사건 재조사, 탈북민 북송 문제 재조사, 현무 미사일 오작동, 근래의 북한 무인기 침투 사건에 대한 정부의 대응에 다행히도 국민들이 이전보다는 심리적 안도감을 느끼는 듯하다. 탈북민은 난민이 아닌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 고로 입국 시 국적 획득이 아닌 ‘회복’이라는 것, 그 외에 북한 수뇌부와 북한 주민들을 분리하여 바라볼 수 있는 안목, 북한 수뇌부의 이면에 존재하는 대남 전략과 대외 전략을 파악하여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을 장착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100년이라는 단위는 길고 긴 역사 속에서 너무도 짧은 시간 단위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역사를 써 내려가며, 그 개개인의 역사가 모여 그다음 세대의 운명을 결정한다. 선대들은 일제강점기를 거쳐, 분단과 전쟁을 겪어야 했고 그렇게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산업화와 발전 그리고 민주화를 이룩해 냈다.
100년 동안 이러한 휘몰아치는 풍파를 지속해서 경험한 국가는 손에 꼽힐 것이다. 그 상처와 흉터들을 ‘가까운 역사’라고 배우지만 그 상처와 흉터들은 여전히 회복되지 못한 채 지금도 염증을 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역사적 상처들은 ‘한반도민’들을 지구상에서 가장 역사에 예민한 공동체로 만들었다. 스포츠와 정치 그 외 수많은 분야에서 신채호 선생께서 남겼다고 언급되는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문구가 등장하는 것이 그 모습을 보여준다.
생존을 목표로 하는 것을 시작으로 선대들은 많은 것들을 이룩해 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입어야 했던 수많은 상처들이 우리에게 남겨졌다. 분단과 전쟁, 이산가족과 국군 포로, 산업화와 민주화 속에 존재하는 그늘과 그로부터 비롯된 이념 갈등과 소모적이고 극단적인 정쟁. 청년들은 각 상처의 본질적인 원인을 찾아내는 법을 습득하고 이를 찾아 회복시켜야 한다.
한걸음 뒤로 물러서서 본질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현재 청년들의 난관을 극복하고 장기적으로 후대를 위해 우리 세대는 어떠한 일들을 해야 하는지 고찰하자. 건강하고 세련된 모습으로 다양한 방법을 통해 치유되지 못한 역사의 상처로부터 우리 스스로를 회복시키고, 다음 세대에게는 조금 더 나은 사회를 물려주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 모든 사회구성원들이 함께해 주시기를 염원한다.
박준규 한반도청년미래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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