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하나였던 나라의 동맥... 다시 이어져야 한다[지방도시 돌아보기] “북한 지역에 대한 관심의 첫 단추 열었을 뿐이다”북한개발연구위원회가 제5회 심포지엄을 3월14일 개최했다. 이날 ‘쎄션-2 북한의 지방도시 둘러보기’에서 6개 도시(청진, 원산, 해주, 평성, 강계 혜산)를 선정했다. 건축사의 시각으로 평가할 때 그 도시들이 지닌 흥미로운 요소들이 미래의 한반도에서 잠재적 가치를 풍성하게 드러낼 것으로 판단된 도시들이다. 북한지역의 긍정적인 미래상을 향한 하나의 방법론으로 제시한 건축사들의 의견을 들었다.
지난 2년간 우리 ‘북한개발연구위원회’는 생소하기 그지없는 평양 이외 지역을 알기 위하여 충분하다 할 수는 없지만 부지런히 연구해 왔다. 각각의 위원들이 북한의 9개 행정구역을 나눠 연구하였고, 매월 개최되었던 정기회의를 통하여 그 결과를 공유해왔다. 이 자리에는 어김없이 해당 지역출신 탈북지식인을 모셔서 우리의 조사와 연구방향에 대한 자문과 토론을 이어갔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낯설기만 했던 북한의 지명들과 그 지명이 놓인 자리의 좌표들이 익숙하게 다가오는 경험을 하였다. 거기에 북한에서 살다 오신 분들의 생생한 증언까지 보태지면서 ‘북한’이라는, 다소 추상적인 대상이 3차원의 형상으로 이해되기 시작하는 성과도 얻었다.
분단 70여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들의 기억 저변에는 북한 전 지역에서 비롯된 전설들과 역사 속 인물들의 활약상이 무수히 남아있다. 바로 이 점 하나만으로도 북한 땅은 결코 남의 것일 수 없음을 되돌아보게 한다.
‘원래 하나였던 나라의 동맥은 반드시 다시 이어져야 한다’ 는 인식을 확고한 신념으로 지닌 사람들만이 이른바 ‘통일’이라는 목표를 향한 연구에 매진해오고 있다. 인류역사상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폐쇄적인 북한 내부를 속속들이 들여다보는 일은 그들에게도 한계에 봉착하는 지점일 수밖에 없다. 사정이 이러하니 그나마 정보가 생산되고 있는 ‘평양’을 중심으로 북한을 분석하고 이해하려는 현상은 연구자들 사이에서 통용되고 있는 각 분야의 북한연구 결과물에서 고스란히 묻어난다. 이러한 현실은 건축분야의 초보적인 북한연구 결과물 또한 예외일 수 없다.
양상이 어떠하든 ‘통일’은 우리에게 오고야 말 테지만, 그 시기는 누구도 알지 못한다. 어쩌면 독일의 ‘편입통일’처럼 준비되지 않은 모습으로 들이닥칠 수도 있고, 예멘의 ‘합의통일’과 같은 모습으로 성급하게 강요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한 모습의 ‘통일’은 우리 모두에게 ‘재앙’의 또 다른 이름으로 불리게 될 여지가 넘쳐난다.
대한민국의 건축사들이 북녘 땅을 직접 밟으며 북한 인민들을 위해 지혜를 짜내는 행복한 순간이 와도 ‘평양’은 결코 우리에게 우호적인 얼굴로 문을 열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평양’은 마치 이슬람 신자들에게 있어 ‘메카’와도 같이, 북한주민들에게 있어 70여년의 기억 속에서 자존심과 같은 존재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제5회 심포지엄의 목적은 바로 이와 같은 경험을 건축사들은 물론이고 관심 있는 분들과 공유하기 위함이다. 우리는 북한 지역에 대한 관심의 첫 단추를 열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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