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다르게 한미정상회담 내내 의외로 조용했던 북한이 29일 김여정의 ‘입장 발표’를 통해 지난 26일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이 발표한 ‘워싱턴선언’에 대한 북한의 첫 공식 반응을 내놓았다.
김여정이 워싱턴선언을 “가장 적대적이고 침략적인 행동 의지가 반영된 극악한 대조선 적대시 정책의 집약화된 산물”이라고 표현한 것은 예상할 수 있었던 상투적인 비난이다.
김여정은 이번 입장 발표를 통해 무엇보다도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핵공격을 감행하면 정권의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한 것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했다.
이에 대해 김여정이 ‘미래가 없는 늙은이의 망언’이라는 막말로 비난한 것은 2017년 9월에 김정은이 국무위원장 성명에서 트럼프 당시 대통령에 대해 ‘늙다리 미치광이’라는 표현으로 비난한 것을 연상시킨다.
따라서 북미 관계가 전쟁 직전의 상황까지 간 2017년처럼 올해에도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이 다시 극도로 고조될 가능성이 커졌다.
김여정은 입장 발표에서 ‘워싱턴선언’을 “극악한 대조선 적대시 정책의 집약화된 산물”이라고 비난하면서도 동시에 ‘빈껍데기 선언’으로 간주하는 모순적 태도를 보였다.
김여정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미국으로부터 빈껍데기‘선언’을 ‘배려’받고도 ‘미국의 확고한 확장억제공약을 전적으로 신뢰한다’고 감지덕지해 하는 그 못난 인간”이라고 원색적인 비난을 함으로서 향후 남북한이 더욱 감정적으로 대결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김여정은 “우리는 윤석열이 자기의 무능으로 안보를 도마 우에[위에] 올려놓고도 무슨 배짱을 부리며 어디까지 가는가를 두고 볼 것”이라고 밝힘으로써 앞으로 한국에 대해 더욱 초강경 기조로 대응할 것임을 시사한다.
북한은 지금까지 한국과 미국에서의 ‘정권교체’나 ‘정권종말’에 대한 언급에 극도로 예민하게 반응해왔다. 그래서 이번에 김여정도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그의 ‘고령’을 고려해 ‘미래가 없는 늙은이’라는 매우 불편한 표현을 사용했다.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서도 그에 대한 한국 내의 ‘무능’ 비판을 최대한 활용했다.
김여정은 또한 북한이 “핵전쟁 억제력 제고와 특히는 억제력의 제2의 임무에 더욱 완벽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신하였다”고 밝혔다. ‘억제력의 제2의 임무’는 단순한 전쟁 억제의 수준을 넘어서서 핵사용을 통해 남한을 무력으로 통일하겠다는 것일 수 있다.
따라서 향후 북한은 한국과의 전면전까지 가상한 대남 전술핵 사용 훈련을 더욱 노골적으로 진행하고, 적절한 시기에 전술핵탄두를 이용한 제7차 핵실험을 강행하면서 군사적 위협의 강도를 계속 높여갈 것으로 예상된다.
김여정은 더 나아가 “적들이 핵전쟁 연습에 광분할수록, 조선반도지역에 더 많은 핵전략자산들을 전개할수록 우리의 자위권 행사도 그에 정비례하여 증대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미국이 핵전략자산을 한반도 지역에 전개하지 않더라도 북한은 계속 핵과 미사일 능력의 급속한 고도화를 추구하겠지만, 앞으로 오랫동안 그들의 행동이 ‘워싱턴선언’에 대한 반발인 것처럼 책임을 한국과 미국에 전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에 대해서는 특히 고체연료 ICBM 발사와 미국의 핵항모 및 전략핵잠수함을 겨냥한 핵어뢰 사용 훈련으로 대응할 것으로 전망 할 수 있다.
‘워싱턴선언’에 대한 북한의 반응은 한국이 자체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는 한 북한의 핵 위협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고, 계속 북한의 핵무기를 머리에 이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그리고 바이든 행정부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실현 불가능한 목표를 고집하면서 사실상 ‘한국만의 비핵화’를 계속 강요한다면 미국도 최악의 경우 북한과의 핵전쟁에 불가피하게 연루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때문에 미 행정부와 전문가들은 국가이익과 안보 그리고 한미동맹을 위해 과연 무엇이 가장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인지 보다 냉정하게 숙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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