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하나재단 2020 탈북민 정착실태조사에 따르면 현재 대한민국에 입국한 탈북민의 누적 인원 수치는 약 33,752명에 달한다. 우리 사회는 이들을 ‘먼저 온 통일’, ‘통일의 선두주자’라 부르며 한반도 평화 구축에 중요한 존재로 인식한다. 정부는 탈북민들이 남한 사회에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에 의거, 다각적인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시민단체들이 그 뒤를 따르고 있다.
탈북민들의 정착이 장기간 이루어진 만큼 탈북민 출신 기업가, 변호사, 의사, 전문직 등 엘리트들이 사회로 다수 배출되었다. 이들은 정착을 위해 받았던 것들을 사회에 다시 환원하고자 사회에 기여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한반도민들 모두가 분단과 전쟁의 피해자이다. 더 나아가 분단의 피해자들 중에서 더욱 소수에 속하는 집단인 탈북민들은 분단과 남북 대립의 상황 속에서 더욱더 깊은 피해를 받으며 살아야 했다.
북 정권과 주민 분리해 볼 수 있는 안목 필요
남북 대립은 막연한 북한에 대한 이미지를 완성시켰고, 대부분이 부정적인 이미지였다. 경제적 상황과 3대 독재의 특수성에서 나오는 기묘한 현상들은 사실이다. 다만 헌법과 사회의 다수가 통일에 대해서 논하는 것과는 별개로 북한을 너무 일원화시켜 바라보는 경향이 도드라진다. 언론에서 조명되는 탈북민에 관한 뉴스는 재입북, 경제적 빈곤, 자살, 외로움과 같은 자극적인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북한 정권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탈북민들에게 그 풍파가 직격으로 몰아치기도 한다. 김씨 일가 정권을 정통성을 가진 집단이라고 생각하는 인사들이 많은 정권에서는 탈북민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부정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탈북민들에 대한 지원이 정부의 대북 기조에 따라 변화한다. 국적회복 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국가가 국민을 대하는 것이 아닌 특수 집단으로 규정하는 성향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민주화 운동 당시, 주체사상을 옹호했던 인사들은 탈북민들을 변절자, 반역자라고 부르기도 하며,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했었다.
북한의 핵위협 ·도발이 계속될 때마다 탈북민을 향한 국민 정서도 북한 지역 출신이라는 것을 명분으로 하여 부정적인 시선을 보낸다. ‘빨갱이’로 불리며, 경쟁이 치열한 사회 속에서 ‘우리의 세금을 좀먹는 사람들’이라는 혐오 발언도 자주 등장한다. 이러한 사건들이 반복되고 사회적인 시선이 굳어지면서 탈북민들은 자신의 고향에 대해서 논하는 것을 서로 금기시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억지로 부정하는 경우들이 더욱 많아지고 있다.
정체성을 스스로 거부하는 사람들
출신지를 밝히는 것에 대한 여부 조사, 2030 탈북청소년 실태조사 설문에서 84%가 ‘필요한 상황이 아니고서는 굳이 밝히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트랜드와 세련됨을 추구하는 예술, 문화, 패션계에 종사하는 탈북민들은 더욱더 강하게 자신의 출신지 공개에 대한 거부감을 내재하고 있다. 북한을 향한 일반화의 오류가 작용한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 중 하나이다. 비지니스와 기업 직원채용 현장에서도 ‘신뢰할 자신이 없어서’ 혹은 ’탈북민과 일해 본 경험이 없어서‘라고 거절당하는 경우가 매우 빈번하게 발생하기 때문에 탈북민들은 스스로를 현대판 홍길동이라고 지칭한다.
사회가 탈북민을 정의하는 개념 또한 이분법적이다. 탈북민이 사회의 무리를 일으키면 ‘탈북민이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다분하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인식은 거의 없다. 헌법상 한반도와 부속 도서가 대한민국의 영토이며, 그 영토 내에서 현재 점거하고 있는 북한 정부로부터 탈출해 온 탈북민들이 국적을 ‘획득’하는 것이 아닌, 대한민국 국민이기에 ‘국적 회복’이라는 표현을 쓴다는 것 역시 국민들 대다수가 알지 못한다. 선진문화를 가진 대한민국이 국제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결정한 난민수용 정도라는 오해도 있다. 법률상 대한민국 국민인 탈북민에게 난민의 법적 틀을 정부 인사들이 직접 적용하는 사례도 있었다.
철저히 정반대의 체제 속에서 태어나 평생을 다른 사회 속에서 살다가 온 탈북민에게 남한사회 초기정착단계의 과정에서 당연히 경제 ·교육·의료적으로 취약하기 마련이다. 정부는 탈북민 거주지 보호기간 5년 이내에 한하여 특별 배려 및 혜택을 결정했다. 이는 남북분단과 전쟁 상황 속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주지 못한 국가가 피해를 본 국민들을 위해 제공하는 국가 차원의 보상임에도 이러한 근거를 국민의 99% 이상이 모르고 있다.
사명감 가질 수 있도록 시민단체 동기부여 해야
통일부에 등록된 평화통일 관련 시민단체는 400여 곳이 넘는다. 남북한사회통합, 남북한주민 인식개선을 위해 해마다 다양한 프로그램이 실행되지만 투자한 비용과 시간에 비하면 개선점은 제자리걸음이라는 평가가 대다수이다. 무엇보다 청년들이 기존 방식들에 대해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방식이 잘못되었음을 꼬집고 있다.
시민단체들의 남북관련 사업을 살펴 본 결과 프로그램의 다수 공급자는 남한주민, 수혜자는 북한 주민으로 국한되어 있는 실정이다. 시민단체들이 중점으로 다루는 문제는 북한주민의 현실, 탈북민의 탈북계기, 남한사회 정착에서 어려운 점 등을 위주로 한다. 이러한 사회적 상하 관계에 대한 연민으로부터 시작되는 프로그램들의 형성은 남한주민이 탈북민을 더욱더 도움의 대상으로 인식하게 한다.
늘 도움을 받는 대상이지만 정작 자신들이 목소리를 직접 낼 수 있는 경우는 드물다고 체감한다. 남한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한 탈북민들이 한반도인으로서의 사명감을 가질 수 있도록 동기부여 해야 하고, 사회가 가진 탈북민들에 대한 이미지를 스스로 바꿀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탈북민은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가
첫째로 올바른 정체성 재확립과 사회에 존재하는 부정적인 이미지와 맞서며, 사회에서 받은 많은 혜택들에 대해 다시 환원하기 위해 배로 노력해야 한다. 대한민국에 탈북민들보다 혹은 동일하게 힘든 분들이 너무도 많다. 안주하면 안 된다. 혜택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 역시 절대로 생각조차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정체성으로 생계를 이어가려 하지 말고 진심으로 목소리를 높이고, 직접 마이크를 잡아야 한다. 그것이 곧 감성적 통일을 외치는 것이 아닌, 진정으로 한반도 통합과 통일을 위하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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