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적 딜레마를 운명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이종석 북한학 박사 | 기사입력 2023/05/15 [14:27]

지정학적 딜레마를 운명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이종석 북한학 박사 | 입력 : 2023/05/15 [14:27]

최근까지 북한은 거듭되는 탄도 미사일 발사의 도발을 넘어 군사정찰 위성 발사를 앞두고 있어 한반도와 주변국을 긴장하게 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일간의 동맹 강화 행보는 어느 때보다 빨라지고 있다. 특히 그동안 소원했던 한일관계는 기시다 일본 총리의 방안으로 새로운 관계를 모색하고 있는 듯하다. 현 정부가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면서 펼치는 대일외교는 미국과 더욱 강력한 동맹 관계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반대편에 서 있던 러시아와 중국은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서방세력 결속에 대응, 동맹 체제를 서두르는 모습이다. 러시아와 중국이 이번 일을 계기로 그간 불편한 관계를 청산할 수 있는 기회로 이용할 수 있다면 서로에게 큰 힘을 얻는 것이다. 게다가 북한은 이 틈을 타고 과거와 같은 북·러 관계의 회복기회를 엿보는 듯 더욱 가까이 다가서고 있다.

 



우리는 중국과 미국의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지정학적 운명을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해 오래전부터 많은 논란이 있었다. 이 문제에 대해 전문가들은 오래전부터 균형감 있는 외교적 태도와 정치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조언해 왔다. 지금은 대륙세력과 해양세력 사이에 끼인 입장이라서 그렇다 하지만 과거에는 중국에 조아리며 조공을 마쳤던 우리의 슬픈 역사가 존재한다.

 

이제는 그 시대와 지금 상황을 비교하는 것이 전혀 맞지 않는다. 지금의 기준으로는 어느 국가든 국익에 따른 판단과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어느 한쪽에 치우친다 해서 다른 쪽의 보복을 두려워하거나 우리 국익을 포기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물론, 정치·외교적 또는 경제적 부담을 쉽게 떨치지 못하는 현실에서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는 매우 어려운 딜레마일 수 있다. 그렇지만 북한이 그간 중국이나 소련과의 사이에서 취한 행동이나 입장을 살펴본다면 우리의 선택과 결정기준이 보다 쉬울 수도 있다.

 

과거 북한은 일찍이 대외 정책에 있어 매우 주관적이고 명쾌한 결정을 해왔다. 때문에 북한은 인접국과의 불편한 관계에서도 비교적 자유로운 행동을 할 수 있었다. 그들의 딜레마는 해방 시기부터 존재해온 것으로 보이며 당시 북한의 행동은 지금과 무관치 않다.

 

북한 김일성 주석은 해방 후 일제 강점기 중국, 소련 등지에서 펼친 항일투쟁을 통해 정권 수립의 정당성을 내세워 왔다. , 외세에 의하지 않고 자주독립을 통해 이룬 건국이라는 점은 그들에게 가장 큰 정당성이었다. 해방 이후 북한에 소련군이나 중공군이 머물지 않도록 철수를 유도했던 이유도 그러한 배경이었을 것이다.

 

북한과 중국과의 관계는 19568월 종파사건을 계기로 새롭게 형성되었다. 8월 종파사건은 그 당시 확고하지 않던 김일성의 권력 기반을 막강한 세력으로 키울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중국의 내정간섭에 대해 정면으로 대응, 대외적으로 자주노선을 표방할 수 있었던 사건이었다.

 

이 당시 김일성은 1950년대 중반까지 북한의 전후복구와 경제 수준을 전쟁 직전의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성과를 낼 수 있었지만, 개국공신과도 같은 연안파소련파등이 김일성의 일방적인 경제정책에 불만을 품자 이들을 반당, 반혁명 행위로 몰아 숙청하기에 이르렀다. 이를 바라보던 소련과 중국은 이 사건에 적극 개입했지만, 김일성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들에 대한 잔인한 숙청작업에 착수하였다. 결국, 김일성은 마오쩌둥과 펑더화이로부터 내정간섭에 대한 거듭된 사과를 받아내면서 중국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게 된 것이다.

 

이후 북한은 중소분쟁으로 인한 중국과 소련의 갈등 시기, 즉 어느 쪽으로도 기울어질 수 없는 시기에도 조소·조중 우호협조 및 상호원조 조약등을 추진하며 국익 우선의 대외 정책에 매달렸다. 이 당시 북한의 태도에서 눈여겨볼 점은 소련이든 중국이든 어느 한쪽의 보복성 원조 축소나 경제적 타격을 두려워하지 않고 양측과의 관계 정립에 성공할 수 있었다. 또한 이를 받아들이는 상대국들로부터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이것은 북한이 자국 중심적 외교를 이끌었던 결과다.

 

이제 다시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북방 삼각관계를 살펴봐야 한다. 지금 그들은 과거 어느 때보다 3자 간의 동맹관계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때일 것이다. 또한, 이에 대응해야 할 한··일 남방 삼각관계의 필요성과 동맹 강화는 두말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대립하는 한일관계를 유지하면서 북··3국의 동맹체계에 맞설 수 없는 이유 또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국익과 안보적 생존에 따른 선택인 것이다.                                                           애드건축사사무소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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