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에 소홀하면 국가생존도 평화 번영도 없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 기사입력 2023/09/19 [14:20]

안보에 소홀하면 국가생존도 평화 번영도 없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 입력 : 2023/09/19 [14:20]

우리의 역사를 보면 적의 실정을 정확히 파악하고자 하는 노력이 부족해 수년간 적의 침략에 의해 전국민이 막대한 인적경제적 피해를 입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선조 24년인 1591년 일본을 방문하고 돌아온 통신사 일행 중 정사 황윤길은 일본이 곧 침략할 것이라고 보고했으나, 부사 김성일은 침입할 정황을 발견하지 못했으니 두려워할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당시 조선 정부는 이처럼 상반된 보고에 무엇이 진실인지 파악하려는 노력을 회피하고 요행을 바라며 김성일의 보고로 기울었다. 그리고 각 도에 명하여 축성(築城) 등 전쟁에 대비하여 방비(防備)를 서두르는 것조차 중지토록 했다.

 

 

전쟁 발발 3일만에 수도 서울 점령당해

 

그 결과 1592년 일본이 조선을 침략했을 때 수많은 백성들이 무참하게 살상되었고, 7년간의 전쟁으로 전국토가 황폐화되었다. 정확한 피해를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전 인구의 1/4~1/3 정도가 살상되었고 경제가 100년 후퇴했다는 분석도 있다.

 

임진왜란은 우리에게 적의 실정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한국의 안보를 위해 매우 중요함을 일깨워주었다. 그리고 625전쟁은 우리 사회가 여전히 적의 실정아군의 전력(戰力)’에 대한 정확한 파악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음을 다시 확인시켜주었다.

 

625전쟁이 발생하기 약 6개월 전인 19491227일 육군본부 정보국에서는 박정희, 김종필, 이영근 주도하에 연말 종합보고서를 작성, 북한의 남침 가능성에 관해 상세한 보고를 한 바 있으나 그것은 정치권과 군 수뇌부에 의해 진지하게 검토되지 않았다.

 

그 결과 북한군 공격 15일 전인 1950610일 전격 단행된 인사이동으로 전방 사단장과 육본 지휘부 대부분이 교체되었고, 전쟁 발발 당시 한국군 전방 지휘부는 자기부대 장악과 임무파악도 하지 못한 상태였다. 설상가상으로 전쟁 발발 직전인 62324시에 한국군은 61116시부터 유지되던 비상경계명령인 작전명령 제78를 해제했다. 그리고 약 1/3에 달하는 병사들이 24일 새벽(토요일)부터 휴가와 외출을 떠나 막사를 벗어나 있었다.

 

625전쟁이 발발하기 전 한국군 수뇌부는 아침은 서울에서, 점심은 평양에서, 저녁은 신의주에서라는 말로 북한과의 전쟁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그리고 전쟁 발발 직후 국회에 출석한 신성모 국방장관과 채병덕 육군 총참모장은 만약 공세를 취한다면 1주일 이내에 평양을 탈환할 자신이 있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북한군이 남침을 개시했을 때 한국군은 거의 무방비상태에서 큰 타격을 입었고, 전쟁 발발 3일 만에 수도 서울이 점령당했다.

 

自强의 결단과 치밀한 준비 필요

 

4세기 로마의 전략가 베게티우스는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하라고 설파했다. 그런데 625 전쟁이 끝난 지 70년이 지난 지금 한국 정부와 사회가 평화를 지키기 위해 북한의 공격 가능성에 대해 얼마나 충분히 대비되어 있는지 의문이다. 현재 북한은 80~90여 발 정도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한국군과 사회는 북한의 핵공격에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다.

 

이명박 정부 시기에 남북한 간에는 대청해전, 천안함 폭침, 북한의 연평도 포격과 같은 세 차례의 군사적 충돌이 있었다. 그런데 그때만 해도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이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었지만, 지금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과 수소폭탄, 전술핵무기까지도 보유하고 있으므로 다시 남북 간에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면 13~14년 전과는 매우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는 2022425일 열병식에서 우리의 핵이 전쟁방지라는 하나의 사명에만 속박되어 있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일부 전문가들은 김정은의 이 같은 발언을 무시하고, 북한 지도부가 마치 미국과의 대화에만 계속 연연해하고 있는 것처럼 주장하는데 이는 우리의 안보의식을 마비시키는 것이다.

 

 

한국이 임진왜란이나 625전쟁 같은 비운을 다시 겪지 않으려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역량이 급속도로 고도화되어 감에 따라 신뢰성이 갈수록 약화되고 있는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한 거의 전적인 의존을 넘어서서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을 지키려는 자강(自强)의 결단과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물론 자체 핵 보유는 단기간 내에 쉽게 달성할 수 있는 목표가 아니고 대내외적으로 많은 조건들이 충족되어야 실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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