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의 이질성, 문화예술분야에서 실마리 찾는다

이종석 북한학 박사 | 기사입력 2023/11/13 [13:58]

남북의 이질성, 문화예술분야에서 실마리 찾는다

이종석 북한학 박사 | 입력 : 2023/11/13 [13:58]

현재 남한에서 북한을 연구하는 분야는 무척 다양하다. 정치, 외교, 안보, 경제, 건설 등 매우 많은 분야에서 북한 연구를 진행해 왔다. 일반적인 북한 연구는 북한의 체제와 정치·안보에 대한 연구가 주축을 이루다 보니 진보와 보수학자 간 논쟁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었다. 이런 가운데 다른 분야에서도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는 늘 이분법적인 논란에 휩싸이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지만 건설 분야의 경우 이념적 논란보다는 미래 한반도 상황변화에 대비 꾸준히 자료와 각종 데이터를 축적, 그리고 현황을 파악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책에 대한 논의에 접근하지 못하는 것은 남북이 강대 강으로 맞서는 현실적 문제도 있지만, 한반도 전체를 바라보는 시각 또한 정치, 외교, 안보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유가 훨씬 크다고 볼 수 있다. 이제는 지금 같은 직렬구조의 대북정책에서 벗어나 다면적 대북정책에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지난달 27일 강원도 정선에서는 대한건축학회 통일건축산업위원회 주관의 작은 행사가 있었다. ‘문화와 예술, 그리고 건축에서 북한을 발견하다주제로 개최됐다. 그동안 북한건축과 통일시대의 건축 산업을 중심으로 포럼과 세미나 형식으로 이어온 기존 학술대회와는 달리 다소 이색적인 토크쇼로 진행되었다이 자리에는 90년대 영화 공동경비구역(JSA)’ 감독으로도 익히 알려진 정성산 감독과 평양에서 예술인으로 활동해온 이지안씨, 북한조선 작가동맹에서 작가활동을 했던 문학인 김주성씨, 그리고 프랑스의 건축 유학생 출신의 탈북학생 김정국씨가 한자리에 모여 북한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토론을 펼쳤다.

 

이날 행사는 북한의 문화예술 세계를 엿보며 북한의 건축문화를 다른 측면으로 이해하고자 만들어진 자리였지만, 본래 취지보다 큰 울림을 느낄 수 있었다.

 

 현재 북한의 문화예술세계는 아직도 개방되지 않은 북한이라는 지역의 한정된 북한주민에게만 제공되는 폐쇄적 공간에 갇혀있다. 남한의 드라마를 시청한 주민을 처형하는 북한당국은 외부세계의 문화와 예술을 철저히 배척하고 통제한다. 그렇지만 아무리 정치적, 이념적 목적으로 제작된 북한의 문화예술이라 할지라도 주민들의 마음과 정신을 움직이게 하는 그 무엇인가가 존재한다. 사랑과 행복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과 문화예술이 오버랩 되는 것은 북한에서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현재 남한에 거주하는 3만여 탈북주민은 경제적 이유뿐만 아니라 자유에 대한 욕망에 따라 이끌린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중에는 북한에서 문화예술분야에 몸담고 상대적으로 훌륭한 대우를 받았던 신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유를 위해 탈북을 결심한 경우도 상당수 있다. 이들이 추구하는 자유는 신체적 자유뿐만 아니라 자신이 추구하고 싶은 순수한 예술세계에 대한 욕망인 것이다.

 

 이제는 이들이 펼치고자 하는 문화예술의 순수성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관심의 대상이 아니라 북한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색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그들이 남한의 문화와 섞이면서 또 다른 예술세계를 펼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들의 문화예술은 남한의 예술가들이 흉내 낼 수 없는 새로운 멋과 가치가 있다. 남한에 정착하면서 색다른 문화에 적응하기 힘겨운 대다수의 탈북민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정신적 안정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역할과 그 가치는 높게 평가받아야 한다.

 

특히 이들의 창작활동과 작품들은 북한주민들에게도 매우 큰 감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남한의 탈북단체가 북한지역에 뿌리는 대북전단보다 큰 파괴력으로 북한주민의 마음에 파고들 수 있다. 더 나아가 이들은 남북 간 동질성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남북관계에서 정치, 안보, 경제, 산업 등의 협력과제가 있겠지만 남북 간의 이질성을 극복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어려운 문제다. 특히 문화적 이질성을 해소하는 데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문화예술은 남북 간 대립을 한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역할을 담당해야 있는 사람들이 지금 남한에서 활동하는 탈북 문화예술인들 일지도 모른다.

 

결국 북한의 문화예술분야를 좀 더 이해하고 이제 남한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보다 크고 화려한 무대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기회를 열어주는 것은 남북통합의 지름길이 될 수 있다.

 

 애드건축사사무소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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