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만일 쓰레기를 풍선에 매달아 보내는 대신 꽃을 매달아 보낸다 해도 북한의 행위가 남한 안보상황에 위협이 되는 것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쓰레기와 꽃은 완전히 다른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우선 북측의 목적이 풍선으로 인해 남한사회에 불안감을 조성하여 큰 혼란을 초래하기 위한 것이라 가정했을 때, 처음에는 다소 불안감이 조성되는 듯 했지만 연일 발사되는 북한의 탄도미사일에 익숙한 남한주민들의 멘탈을 흔들기에는 충분하지 않았다. 다만, 항공기의 이착륙에 대한 안전상의 문제와 민가에 추락한 쓰레기로 인해 건물화재와 같은 피해가 일부 있었지만, 대규모의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과연 북한이 오물 풍선을 남한에 내려 보내면서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 좀 더 생각해 볼 필요도 있다. 다소 우려스러운 부분에 대해 정부의 대응이 필요할 것이다. 가령 생화학전과 같이 군사도발에 사용될 기술을 축적하기 위함이라든가 또는 대남 드론 공격을 위한 기초 데이터를 확보할 목적이라면 심각한 대응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그렇지만 금년 오물을 풍선에 매달아 내려 보내는 행위는 과거 북한이 보여 왔던 위선적 태도와는 크게 달라진 부분이다.
만일 북한이 오물대신 꽃을 풍선에 잔뜩 매달아 내려 보낸다고 가정한다면, 지금의 오물 풍선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그 파장이 크지 않았을까 생각해 볼 수 있다. 아마도 외신은 북한의 이례적인 행위를 두고 큰 뉴스로 다룰 것이며, 북한이 원하는 대로 그들은 국제사회로부터 새로운 조명을 받았을 것이다.
지난 평창 동계올림픽이 개최되던 2018년 1월 김정은 위원장은 신년사를 통해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의사를 밝히고 실제 적극적으로 참여함에 따라 북한은 정상국가로서의 모습으로 국제무대에 오르게 되었다. 또한 같은 해 남북 고위급회담과 함께 그들이 그토록 원했던 북미정상회담이라는 성과를 얻기도 했다.
그동안 정상국가의 모습을 원했던 그들이 지금 보이는 오물 풍선사례는 극히 이례적인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행위가 군사적 도발보다는 매우 수위가 낮지만, 남한에 어떠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지 분명해 보이지 않다. 오히려 남한사회에서 위협이 될 수 있는 친북 또는 종북세력들의 입지를 더욱 좁히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다. 또한 이번 사태로 인해 남한 주민의 북한 지도부에 대한 인식은 바닥에 떨어져 정상국가의 지도자로 인정할 수 없는 수준으로 전락한 상태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꽃 대신 온갖 쓰레기를 풍선에 매달아 남한에 내려 보내고 있다. 이것은 남북관계의 극한 대립과 긴장감을 조성하기 위한 김정은 위원장의 포석으로 볼 수도 있다. 미지근한 남북관계보다 적대적 관계에서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실현시키고, 북한 주민들의 결속을 다지기 위한 수단으로 보인다. 문제는 그 이면에 숨겨져 있는 전략전술인데, 우발적 군사적 충돌을 야기 시키기 위한 의도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올 여름 극심한 폭우로 인해 대규모 수해를 입어 큰 고통을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것은 북한의 취약한 식량난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으며, 인명, 주택, 기반시설이 피해는 북한의 경제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수해복구에 안간힘을 쓰고는 있는 북한 지도부가 우려하는 것은 흉흉해질 수 있는 북한주민의 민심과 느슨해질 수 있는 주민들의 사상과 결속력일 것이다.
최근 김정은 위원장은 이러한 상황을 정면 돌파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남한과의 긴장감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방법을 선택했을지 모른다. 그는 10월 7일 김정은 국방종합대학을 방문한 자리에서“(남한에) 핵무기 사용이 배제되지 않는다”는 언급을 할 만큼 다급한 심정을 토로 한 것도 주목해봐야 한다.
이에 대해 우리정부는 같은 방식으로 대응해야 할지, 아니면 ‘통일’, ‘평화’와 같은 역설적 제스처를 취해야 할지 생각해 볼만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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