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의 발전과 국제 지형의 격동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전 세계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그중 가장 큰 변화 요소는 ‘트랜스 내셔널 파워’ (Transnational Power)의 영역 확장이다. 이제 소프트파워의 범주를 넘어서서 물리적 영향력을 직접 행사할 수 있는 ‘트랜스 내셔널 하드파워’로 확장되는 사건들이 나타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건이 ‘평양 무인기 대북 전단 살포 사건’이다.
시대의 변곡점, 기술 발전과 인류사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본 사건은 북한의 자작극인지, 민간단체의 행동인지의 여부를 떠나, 드론이라는 새로운 기술력의 등장을 기반으로 국가, 권력 집단의 방공망을 뚫고 물리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따라서 개인, 민간의 역량이 구축되었으며, 그 역량이 언제든 실행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했다.
이처럼 국가 권력이 아니어도 특정 국가나 권력에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는 트랜스 내셔널 하드파워의 등장은 북한 수뇌부라는 권력 집단을 뒤흔드는 중심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중동과 우크라이나 전쟁의 헤드 헌팅, 핀포인트 킬링 사례들은 북한 수뇌부의 불안 심리를 더욱 자극, 괴롭게 하는 듯하다. 연속된 도발과 북한 수뇌부가 말하는 두 국가론이 이를 증명해주고 있다. 대한민국도 이러한 인류 변곡점에 맞게 대비가 이루어지고 있을까?
북한 수뇌부는 한국 전쟁을 ‘민족해방전쟁’이라고 부른다. 미제와 미제 앞잡이들에게 지배당하고 있는 남조선 인민들을 그로부터 해방시키기 위한 전쟁이었다고 정의했기에 ‘민족 해방’ 전쟁이라고 부른다.
현재 두 국가론을 주장하는 김정은 정권은 정권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일임에도 이를 강행하는 행보가 예사롭지 않음을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요점은 북한 정권은 모든 제도의 위에서 군림하는 최고지도자가 두 국가론을 논하고 그에 대한 제도적, 혹은 어떠한 다각적인 액션들을 일시적으로 취할 수 있다. 그러나 정권의 생명력 그 자체이자 북한 정권의 DNA에 내장되어있는 ‘남조선의 역할’ 때문에 결국 남조선은 ‘가만히 둘 수 있는 무엇’이 아닌,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그것’이라는 점이다.
정권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 내에서 대남 협상과 도발 카드를 자신들에게 우호적으로 사용해 온 것이 전쟁 이후의 북한 정권의 노선이었다. 현재와 미래에도 북한 수뇌부는 대한민국 없이는 살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최고지도자 개인의 의지와는 무관하다. 이미 앞서 2대에 걸쳐 축적된 것들이 현 최고지도자의 선택권을 박탈했다.
북한 인권 문제를 포함, 현 지도자가 갈 수밖에 없는 돌아올 수 없는 길들을 정해버려 놓은 3대 세습일 수 있다. 오로지 일가의 생존을 위해 움직일 수밖에 없는 북한 정권의 행동 구조와 우리가 염원하는 이상 속의 평화 통일 관념이 충돌하는 그 지점을 우리는 적나라하고 치밀하게 파악, 분석할 줄 알아야 한다.
북한에 대한 기초 분석, 고찰 없이 정쟁 승리, 여론 조성의 도구로 남북문제 이용하는 비평화 프레임 기반, 소모적 정쟁 멈추어야 한다
대한민국은 북한 문제에 대해서 내부가 혼란스럽다. 야당의 통일 담론 역사가 두 개로 갈라졌다. 북한 수뇌부와의 민족 기반 협력을 통한 통일을 최고 강도로 밀어붙이던 전직 대통령과 전 비서실장이 무려 본인들이 만들었던 과정인, 남북 정상이 만났던 9.19평양공동선언의 6주년 기념식에서 북한 수뇌부가 말하는 두 국가론을 수용하자고 언급을 했다.
본인들이 밟아온 과정과 정반대의 행보를 밟자는 주장에 야당의 통일 담론을 지지했던 많은 이들이 혼란스러워했다. 동시에 북은 연일 도발을 이어가며 남에 대한 담화를 늘어놓는다. 이 상황에서 야당 의원들은 행정부를 ‘호전적’이라고 비판한다.
대한민국 정치권의 대북 논의의 가장 도드라지는 특징은 문제들에 대한 장기적인 해결점 논의 없이 일시적 사안에 대한 비난, 논쟁, 평가가 주를 이루고 결국 해결점은 흐지부지된다는 것이다. 통일교육의 부재로 북한에 대한 지식이 진공 상태인 유권자들은 정치권의 자극적인 발언들에 초점이 쏠려 여론이 파도치듯이 휘청이는 양상을 보여왔다. 이제 이러한 기류를 정치권이 이용한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하나의 대한민국으로서의 대북 논의는 관념 속에서 사라진 지 오래되었다.
북한이 러시아에 파병을 보냈다. 확전 징후에 전 세계가 긴장 상태이다. 대한민국도 북한이 속해있는 이 구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전쟁은 지도자들이 결정을 내린다. 지도자들은 ‘인간’이다. ‘인간’이라는 속성을 예측하거나 사회과학의 방식으로 개념화해서 계산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도 어느 전문가들도, 학자들도 중동과 우크라이나 전쟁의 발발과 장기화와 확전을, 북한의 행보를 예측하지 못했다. 국제정치는 체스판의 말을 옮기듯 생존 게임 속에서 확률과 경우의 수를 분석하지만, 전쟁 현장은 울음소리와 피로 물든다.
권력자들이 결정을 내리지만 죽어가는 것은 장병들과 민간인들이다. 같은 인간임에도 위치에 따라 삶은 완벽히 달라진다. 인류 보편적 가치를 향해 가야 하면서도 전쟁과 폭력을 직면하게 되면 그 현실은 잔인하고 처참하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이스라엘이 비판받고 있지만, 그들의 역사적 경험을 통해 냉혹하고 처참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기억하고 대비 태세를 준비해온 것이다. 반면 대한민국은 포성에 만성화되어있다.
전쟁과 수많은 폭력을 얼마 전까지 경험했고 역사라고 하면 피를 토하면서도 현실에는 무감각하다. 대비 태세를 말하면 호전적, 반평화주의자, 음모론자, 과하게 반응하는 사람이 된다. 정세가 요동치고 김 위원장이 과한 행보를 보인다. 당장 예측하지 못한 유사 사태가 터져서 대피경보가 발령되었을 때 행동 요령을 아는 국민, 국가 지도부가 몇이나 될지 우려스럽다.
반복해서 요청한다. 정쟁을 멈추고 대비하라. 수많은 이들을 잃어야 했던 남북 현대사를 면밀하게 학습하라. 최악의 상황에 대한 대비 태세를 갖추는 것은 국가로서 선택 옵션이 아닌 존속을 위한 최소한의 기초, 필수 요소이다.
주식회사 INAEDI (인에이디)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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