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은 갈라지더라도 한민족인 사람은 갈라져선 안 돼”

[기획] 가수 백지영의 북한 공연 이야기

김종영 기자 | 기사입력 2024/10/30 [16:42]

“땅은 갈라지더라도 한민족인 사람은 갈라져선 안 돼”

[기획] 가수 백지영의 북한 공연 이야기

김종영 기자 | 입력 : 2024/10/30 [16:42]

년 중 축제 행사가 가장 많은 계절은 가을이다. 여유 가득한 휴식을 보내듯이 가까운 곳에 있는 축제의 장을 다녀오는 것도 건강에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축제의 계절인 가을, 남북한이 함께 한마음을 나눴던 공연을 소환한다. 지난 2018년 남측예술단이 북한에 가서 펼친 공연 이야기이다. 납득하기 어려워진 남북관계의 물꼬를 작은 이야기로 틀 수 없겠지만, 누가 알겠는가?

 

서울에서, 평양에서

 

남북한은 관계가 상당히 멀어졌다. 적으로 대치할 만큼...?불과 몇 년 전에는 함께 공연을 할 정도로 사이가 좋은 편이었다. 남북한 공연과 관련해 5년 전인 2018년으로 돌아가 보자. 삼지연관현악단은 북한에서 아주 유명한 예술단이다. 삼지연악단은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 선수들이 참가하는 것을 계기로 남한을 찾아 28일 강릉아트센터에서 첫 공연을, 이후 11일에는 서울 국립중앙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했다.

이후 남한에서는 남북평화협력기원 취지에 맞춰 남측예술단을 구성해 201841일에는 평양 동평양대극장에서, 그리고 43일에는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공연을 펼쳤다. 두 공연 중에서 3일 공연은 가수 서현이 사회를 맡았다. 이날 공연은 우리는 하나라는 주제와 봄이 온다는 부제목으로 약 2시간 동안 진행 됐다.

공연장은 12,000여 객석이 가득 찼고, 관람객은 첫 공연을 했던 동평양대극장처럼 남측예술단 공연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줬다. 더구나 이날 공연은 남측이 단독으로 개최한 첫 공연과 달리 남북이 합동으로 개최한 공연이었기 때문에 규모 또한 2배 정도 컸다.

이날 공연에 참여한 출연진은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 최진희 이선희 김광민 강산에 YB 백지영 정인 서현 알리 레드벨벳 세계태권도연맹태권도시범단(WTF시범단) 등이다. 출연진 중 백지영과 관련이 있는 이야기를 나눴다.

 



백지영과 김정은

 

가수 백지영은 공연을 마친 후 얼마의 시간, 그러니까 딱 5년이 흐른 지난 20231214일 북한 공연 이야기를 꺼냈다. 특히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관련이 있는 뒷이야기를 해서 주목을 받았는데 백지영이 밝힌 이야기를 전한다.

 백 씨는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 단체 사진을 촬영한 이야기를 하면서 분위기가 이상했던 촬영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백 씨는 김정은 위원장 바로 뒤에 서게 됐는데, 촬영하는 사람이 앞에 있는 사람들 때문에 뒤에 있는 사람이 안 보일 수 있으니 앉거나 자세를 낮춰 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김 위원장이 나도 1열인데 낮추란 말이냐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백 씨는 순간 서로 눈치를 보는 상황이 됐고 분위기가 얼어붙는 것 같았다는 설명을 하면서 나중에 김 위원장이 농담을 한 것이었다는 말을 들었다며 그런 농담에 대해서는 현실감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평양에서 사진을 찍었는데, 수행원들이 촬영한 사진을 살펴보고 제대로 촬영하지 않은 사진은 모두 삭제하라고 해서 모두 지웠다는 일화도 밝혔다. 백 씨는 사진 일부를 수행원들이 즉각 삭제했는데, 평양 시내에 김일성, 김정일 부자 사진이 조금이라도 흔들려 있으면 다 지우라고 했다고 말했다.

백 씨가 공연에서 부를 곡은 당시 유행했던 총 맞은 것처럼’, ‘잊지 말아요등 두 곡이다. 그런데 노래 제목과 가사 첫 소절이 총 맞은 것처럼으로 시작하니 노래를 바꾸면 안 되겠냐고 물었지만, 그냥 부르라고 해서 원래 준비했던 곡을 부르게 됐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백지영이 만난 북한과 김정은

 

가수 백지영이 북한 공연을 다녀온 이야기와 김정은 위원장을 만난 이야다. 2018331일 오전, 북한 초대를 받은 백지영은 비행기를 타고 평양으로 갔고, 많은 정치인들이 숙청당한 상황에서 가는 것이어서 놀라움과 무서움도 있었다.

백 씨는 2021년 무렵 북한 공연과 김정은에 대해 이야길 한 적 있었다. 2023년에는 언급하는 수준이 아니라 약 13분에 걸쳐 당시 경험을 밝히고 있다. 특히 백 씨가 부른 총 맞은 것처럼’, ‘잊지 말아요등 두 곡은 백 씨가 정한 게 아니라 북한에서 정해준 곡이었다고 노래를 한 후 김정은의 이목을 끌었다고 한다.

 

노래 두 곡 모두 그 분이 정해줬다

 

 북한 공연에 대해 2021년에 을 푼 적 있는데, 그 영상 댓글을 보면 무대 이야기 말고 평양냉면 이야기는 왜 없냐는 것도 있다. 그리고 평양 공연 때 부른 노래도 정해줬다고 하는데.

이유는 모르겠지만 노래 두 곡은 내가 정한 게 아니라 북한이 정해준 것이다. 당시 내가 알기로는 (리영호, 장성택, 현영철, 최영건 등) 많은 정치인들이 숙청을 당했다는 뉴스를 보던 때였다. 그런데 총 맞은 것처럼를 부르라고 하니까 정말 기분이 이상해서 다른 노래로 부르면 안 되겠느냐 물어봤더니 노래를 원했다고 답을 해줬다.

두 곡 중 어느 노래가 더 반응이 좋았던 것 같나?

내가 무대에서 봤을 때는 잊지 말아요가 훨씬 좋았던 것 같다. ‘잊지 말아요는 입술로 따라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게 보이나?

그럼, 보인다. 뒤에 있는 사람 말고 앞이나 중간 정도까지는 얼굴이 보인다.

 

처음 만난 김정은 현실감 없었다

 

김정은 위원장 얼굴도 봤나?

봤다. 직접 만났다. 솔직히 무서웠다. 예고도 없이 왔다. 우리를 줄을 세워 가지고 위원장이 오셨다고 뒤쪽으로 데리고 갔다. 그런데 만남의 장소로 가는데, 매니저들이 따라붙자 메니저 동무들은 여기 남으시오라면서 아티스트들만 데리고 갔다.

김정은을 만난다는 말도 않고 갔나?

말을 안 했다. 웅성웅성 하면서 가는데, 그런데 팀마다 수행원이 한 명씩 있는데, 자꾸 웅성웅성하면서 불안해하니까 그 분(위원장)이 오셨다고 서로 말하는 것을 보고 알았다.

김정은을 처음 봤을 때 느낌은?

현실감이 없었다. 만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으니까. 그리고 이상한 얘기도 많이 듣고 자라서, 그러니까 말 한 마디 잘못하면 아오지 탄광 간다는 말을 듣고 자란 세대였으니까 너무 무서웠지. 잘못 돼서 정말로 탄광 끌려가면 어떻게 해, 이런 생각을 했지.

 

김정은 칼처럼 잡은 머리 각 인상적

 

김정은에게 냄새 같은 게 있었나?

그런 것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머리 각()은 뚜렷하게 기억이 난다. ‘저 정도면 자를 대고 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매 깃이나 이런 게 어디 하나 흐트러짐 없이, 정말 1톤짜리 다리미로 다린 것 같은 느낌이었다. 정말 칼 같았다.

김정은 만난 후에는?

우리(예술단)를 두 단인가 세 단인가로 나눠 세운 후 단체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내 자리가 김정은 바로 뒤였다. 새빨간 드레스를 입고 섰는데, 단체사민이라서 뒤에 있는 사람이 앞 사람 때문에 안 보일 수 있으니까 촬영하는 분이 말했다. ‘앉아주시거나 자세를 낮춰주세요.’ , 이런 식의 이야기를 했다. 그랬더니 김정은 위원장이 나도 1열인데, 나도 낮추란 말이오(무릎을 굽히란 말이오)?’라고 말을 했다. 순간 분위기가 정말로 싸해졌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 눈치만 보고 있었다. 그랬는데 자기 혼자 웃더라. 자기가 농담한 것이라고.

다른 에피소드는?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 편해지니까 우리가 사진을 많이 찍었다. 나중에 보니 대략 1,000장을 찍은 것 같았다. 그런데 다른 팀 수행원이 우리가 찍은 사진이 좀 위험하다고 생각했는지 몰라도 카메라를 달라고 해서 갖고 가서 모두 지웠다. 버스를 편안하게(?) 타고 다니다가 카메라를 뺏기는 순간 무도들 공손한 자제가 됐다.

카메라를 다시 받은 후 봤더니, 평양 시내를 다니다보면 김일성, 김정일 부자 얼굴이 엄청 크게 붙어 있다. 그런데 그 사진이 아주 조금이라도 흔들려 있으면 사진을 모두 지우더라. 다른 사진은 지운 게 없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흔들리거나 조금이라도 이상하게 나온 게 있으면 그 사진은 모두 지웠다. 약간 신격화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김정은·리설주는 부부보다 수직관계느낌

 

리설주도 만났나?

김정은 위원장 왔을 때 같이 있었다. 나는 리설주가 좀 아파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약간 창백했다. 첫인상은 아주 조용하고 딱 동양적인 미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스럽고 예뻤다.

김정은, 리설주 두 사람은 잘 어울리던가? 손은 잡고 다니나?

손을 잡고 다니지는 않은 것 같았다. 내가 볼 때는 부부 느낌이 없었다. 부부는 눈도 마주치고 서로 어깨를 기댄다거나 뭔가 자연스러운 게 있어야 하는데, 두 사람은 약간 수직관계라는 느낌이 좀 들었다. 수평관계는 아니라는 느낌은 확실히 들었다.

김정은 대역설도 있던데?

? 대역을 쓴다고? 분위기상 내가 본 부부는 확실했다. 포토샵(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 같다. 내가 신문에서 본 얼굴이랑 머리 스타일, 몸매, 키 모두 똑같다. (잠시 화면으로 2018년과 2023년 사진을 본 후) ? 뭔가 좀 다르다. 얼굴 볼 부분이 조금 통통해진 느낌이 있다. 필러 맞았나? (웃음) 하지만 대역이라고 하기에는 헤어 라인이랑 압 끝과 귓불, 치열을 보면 같은 사람이다.

 

김정은 대역? 거짓말 안 하는 것 같다

 

김정은이 네 번 정도 찾았다는 말이 있던데?

그게 아니다. 공연 만드는 분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나에 대해 네 번 정도 물어본 것 같다고 했다. 저 노래는 인기가 많으냐, 저 가수는 인기가 많으냐 식으로 물어봤다고 한다. 그런데 김정은 위원장이 나보다 나이가 어리지 않나?

맞다. 1983년생으로 알려져 있다.

? 70년대 생이 아니라 80년대 생이라고?

따로 연락처를 주고받지는 않았나?

주고받은 것은 없다. 알아서 뭘 할 수 있나? 미사일 왜 쏘았느냐고 물어볼 거야? (웃음)

 

도청? 되는 것 같기도 하다

 

평양 내리자마자 주의사항 같은 것은 없었나?

많았다. 가능한 호텔 안에서 김일성, 김정일 등 이런 이야기나 이름을 말하지 마라, 수다를 떨 때도 민감한 이야기는 호텔 방 안에서도 하지 마라. TV 소리를 크게 틀어놓아라, 뭐 이런 것들이다.

도청이 되는 것 같나?

되는 것 같다. 이 얘기를 했는지 모르겠는데, ‘이 방은 왜 이렇게 수건이 없어라고 얘기했는데, 나갔다가 들어오니까 수건이 있었다. 호텔 건식화장실에 수건이 없어서 수건이 없다는 혼잣말을 했었는데, 쇼파 위에 수건 여러 장이 올려져 있었다. 하얗게 표백된 수건이었다.

다른 주의할 점은 또 없나?

북한에서는 손가락질을 하면 안 된다. 아주 큰 실례라고 한다. 누군가를 가리키거나 어딘가를 가리킬 때는 손가락 말고 손바닥을 써야 한다. 그래서 손가락이 자주 나오기에 아예 옷소매로 손을 덮어서 가리고 다녔다.

 

 가수 백지영

함께 부를 노래 놓고 기싸움도 있었다

 

공연할 때 흰색이랑 빨강색 옷을 입었던데…….

공연을 두 번 했다. 공연장이 달랐다. 한 번은 북측 가수들과 합동공연을 했고 그 후에는 우리가 단독으로 축하공연을 했다. 합동공연을 할 때는 갑자기 합동으로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부르라고 했다. 그런데 이 노래는 파트를 나눠야 하는데, 파트 나누는 과정에서 기싸움이 좀 있었던 것 같다. 누가 맨 앞에 나와서 노래를 할 것이며, 사람들에게 어필하기 좋은 부분인 후렴은 누가 할 것인지 기 싸움이 있었다. 북한이 양보를 하는 것 같으면서도 그래도 이 부분은 같이 해야지, 남쪽에서 하면 안 된다는 식의 기 싸움이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그런 말을 했나?

현송월이었다. 나더러 언니라고 하더라. 자신은 77년생이라고 했다. (참고 : 백지영이 76생이다. 현송월은 당시 서열 3위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막강한 힘을 자랑하고 있었는데, 이 상황만 보면 백지영은 서열 3위의 77년생 동생과 친분을 맺은 셈이 된다) 현송월은 여장부 스타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털털하다는 생각도 들고 대화도 잘 통했다. 공연 마친 후 뒤풀이에서 만났다. 술을 잘 마시더라. 평양에서는 40도짜리 술을 먹는다는데. 지지 않으려고 이를 악물고 술을 먹었다. 그런데 그날 술을 많이 마셔서 기억이 단편적으로 난다.

 

땅은 갈라져도 사람은 갈라져서는 안 돼

 

초대해준다면 다시 북한에 가고 싶나?

이런 얘기를 해도 되나 모르겠는데. 난 통일이 되면 북한에 가서 행사를 무지 할 것이다. 북한에 가서 좋았던 것은 그곳에서 사는 분들을 직접 만났다는 게 아주 좋았다. 난 아주 어렸을 때 김일성을 빨간 돼지로 표현해놓은 책들이 있었다. 그런 세대에서 자랐으니까 나이를 먹었어도 북한이 꺼려지는 것도 있다. 그런데 막상 가서 사람을 만나봤더니 정도 너무 많고. 땅은 갈라져도 사람은 갈라져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묘하게 통하는 구석을 발견하니까 마음도 많이 열렸다.

술 취하니까 사람은 거의 비슷하더라. 칭찬해주니까 좋아하고 보고 싶다고 말하고. 그러다가 그냥 말이 갑자기 통하게 된다. 뭔가 뻥 하고 뚫리듯이 어느 순간에 통하게 되더라. 진짜 한민족이 맞구나, 이런 생각을 진짜 하게 된다.

하여튼 북한에 다시 가게 된다면, 무료로 아무나 올 수 있는 공연을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내 귀에 캔디’(20099월에 나온 싱글앨범 Ego의 타이틀곡이자 백지영의 노래)를 꼭 갖고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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