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은 젤렌스키에게 답하라

송두록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25/01/15 [16:48]

김정은은 젤렌스키에게 답하라

송두록 논설위원 | 입력 : 2025/01/15 [16:48]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우크라이나군을 인도하는 조건으로 생포한 북한군을 풀어줄 수 있다면서 김정은에게 포로 교환을 제안했다. 지난 12일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한글로 김정은이 러시아에 억류된 우크라이나 전쟁 포로와 교환을 추진할 수 있을 경우에만 북한 군인을 김정은에게 넘겨줄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것이다.

 

송두록 논설위원     

김정은은 이에 답해야 한다. 왜 그래야만 할까. 이유는, 20211022일자 노동신문에서 김정은을 수령으로 호칭하기 시작하면서 운명도 미래도 다 맡아 보살펴주시는 어버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이 뿐인가 당시 조선중앙TV에서도 위대한 어버이를 수령으로 높이 모신 인민의 영광 끝없다라고까지 했었다.

 

백언이 불여일행이다. 젤렌스키가 공개한 영상을 보면 생포된 북한군들은 양손에 붕대를 칭칭 감고 있거나 턱에 붕대를 두른 채 잔뜩 겁에 질린 표정이다. 김정은은 자신을 수령으로 모시고 말 그대로 목숨 바쳐 충성을 다하다가 부상당하고 겁에 질려 있는 그들에게 끝없는 영광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리하여 그들의 운명과 미래를 보살펴줄 수 있어야 한다.

 

북한군이 억류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청년들을 당장 석방하고, 선동에 의해 김정은을 따랐던 북한의 젊은 청춘들이 본인이 희망하는 대로 우크라이나에 남거나 가족의 품에 돌아갈 수 있도록 해줘야만 한다. 김정은은 이에 분명하게 답하라.

 

그런데, 과연 김정은은 그렇게 하려고 할까. 부정적인 생각이 강하게 든다. 최근 국정원의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에 따르면,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전선에서 희생된 북한군 장병이 갖고 있던 수첩에 생포되기 전 자결을 강요했다고 적혀 있다는 것이다.

 

그 내용을 증명하듯, 자신들에게 생포될 상황이 되자 김정은 장군을 외치며 수류탄으로 자폭을 시도하다가 사살된 북한군이 있었다고 우크라이나 제8특수작전연대 장병 올레가 밝히고 있다. 마치 태평양 전쟁 말기 비행기를 몰고 적의 함선에 부딪혀 자폭한 일본의 가미카제[신풍(神風)], 알라를 외치며 선량한 시민들을 무차별 살상하는 자폭 테러단을 연상하게 한다. 섬뜩하다.

 

 

더 섬뜩한 것은, 우크라이나에 가 있는 북한군들이나 파병 장병 가족들이 아무도 자신과 자신의 자녀의 미래를 모른 채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노동신문 논설에서 주장하는 대로 그들의 미래가 몽땅김정은에게 다 맡겨져 있는 것이다.

 

젤렌스키가 보여준 영상에서 북한군 포로는, 실전처럼 해보는 훈련이라고 듣고 왔다고 한다. 훈련이라니,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데 이게 말이 되는가. 그뿐 아니다. 생떼 같은 자식들이 어디서 잘 살고 있는지 아니면 어디 죽으러 갔는지 조차도 모른 채 파병 장병 부모들이 살아가고 있다는 보고이다. 파병 장병 부모들이 그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면 그 심정은 어떨 것인가. 하물며 고슴도치도 자기 새끼가 이쁘다고 하는데, 자신이 낳고 키운 아이들이 죽는지 사는지도 모르고 살아왔다는 깊은 자책감에 얼마나 가슴에 못이 박힐까.

 

 

 

 

 

사필귀정이고, 악은 선을 이길 수 없다. 본인 아버지인 김정일도 죽고 나서야 선대 수령이라는 호칭을 받을 수 있었다. 살아 생전에 수령이란 호칭을 받고자 하는 김정은은, 자신이 진정한 소위 수령이 되기 위해서는 조선중앙TV에서 강조한 것처럼 인민의 영광을 끝없이 받을수 있도록 가멸차게 노력해야만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번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제안에 응할 수 있어야 한다. 김정은은 젤렌스키의 제안을 당장 수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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