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애와 한반도 통일 세대

이정구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25/09/10 [11:46]

김주애와 한반도 통일 세대

이정구 논설위원 | 입력 : 2025/09/10 [11:46]

중국 천안문 광장에서 중국 전승절 기념식이 93일 열렸다. 이날 행사에 시진핑, 푸틴, 김정은 세 사람이 중앙 무대에 함께 등장했다. 시진핑을 중심으로 오른쪽에 푸틴, 왼쪽에 김정은이 섰다. 이 그림을 두고 어떤 이들은 좌 정은, 우 푸틴이라며 냉소적으로 비유했다. 

  이정구 논설위원

 

중국, 러시아, 북한의 최고 권력자들이 중국 공산당 전승절 열병식에 함께 모인 것은 66년 만에 있는 일이라고 한다. 쓴웃음 정도로 지나칠 만한 일이 아니다.

 

과거 1, 2차 세계 대전 이후 1990년대까지 50여 년간 지속된 냉전 시대의 어두운 그림자가 다시 지구촌을 짓누르는 분위기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세계와 러시아, 중국을 중심으로 한 공산권의 대립이 자칫 3차 세계대전의 참변으로 번질 수도 있기에 조심스럽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한반도다. 이런 군사적 긴장감은 한반도에 점점 큰 압력으로 다가온다. 이번 중국 전승절 행사에 김정은은 딸 김주애도 데리고 나타났다. 북한의 세습 독재 정권이 4대째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위기를 세계에 알린 것이다.

 

과연 김정은 체제는 얼마나 더 유지될 수 있을까? 2~3년 내에 김정은이 사망하거나 다른 이유로 최고 권력의 자리에서 물러날 경우 김주애는 10대의 나이에 절대 권력의 자리에 올라야 할 수도 있다. 이런 처지를 두고 영국의 한 외신은 이 사람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12살인가?’(Is this the most dangerous 12-year-old in the world?)라는 자극적 제목으로 보도했다.

 

 김주애가 북한 권력의 다음 후계자가 될 것인지 아직은 불분명하다. 그러나 북한 정권은 그들의 권력 시스템이 누가 되든지 잘 돌아가게 돼있다라는 것을 보여주려는 듯하다. 북한의 사회주의 체제는 그만큼 주체적으로 잘 움직여진다는 주장을 하고 싶은 게 아닐까 싶다. 그러나 북한 지배 권력집단이 교묘히 전하고 싶어하는 것은 또 얼마나 기만적 술책일까. 거짓에는 반드시 끝이 있고 대가가 치러진다. 그것이 진리다.

 

속이고 감추는 권력의 끝에는 무책임한 몰락과 자멸의 비극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국내 정치판에서도 그런 비참한 최후들을 계속 보고 있지 않은가.

 

이제 북한 정권에 어떤 후계 구도가 펼쳐지든 심각한 도전이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 그 도전의 핵심은 바로 다음 세대다. 김정은이 어린 딸래미를 데리고 다니며 기만적 효과를 꾀해도 북녘의 다음 세대는 이미 변하고 있다. 바로 새로운 자유와 책임의 물결이다. 개인적 자유와 책임을 추구하는 역사의 거대한 파도가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이것은 어떤 국가 권력도 이념과 사상으로 통제하거나 거스를 수 없는 것이다.

 

인공 지능(AI)과 휴머노이드 로봇 등 과학 기술 발전과 함께 인류에게 던져진 질문은 진정한 인간 존재와 그 가치에 대한 것이다. 전 세계의 지식과 지성의 교육현장에서 어린 시절부터 이런 고민을 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이것은 북한의 세뇌식 주체사상을 근본적으로 무너뜨리는 새로운 흐름이다.

 

인류의 역사와 기원부터 본질적으로 새롭게 이해하며 참된 인간의 주체적 삶의 추구하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거짓된 주체사상으로는 더 이상 진실의 역사를 막아낼 수 없다. 지금이라도 문을 열고 새 문명의 흐름에 동참하거나 아니면 독재 권력의 폐쇄적 자멸의 길로 치닫는 것뿐이다.

 

 푸틴 정권이 벌이고 있는 전쟁터에서 북한 젊은이 수천 명이 희생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 피 흘림의 대가가 누구에게 돌아갈 것인가? 김정은이 희생자 부모들의 손을 잡고 눈물을 흘리며 위로하더라도 이미 맺힌 한은 씻을 수 없다.

 

같은 또래의 젊은이들은 그 피값의 의미를 머지않아 정확히 이해하게 될 것이다. 남쪽도 마찬가지다. 통일의 주역이 될 다음 세대는 세월호 사고와 이태원 참사 같은 비극적 사건들의 이면을 이미 간파하고 있다. 물신숭배적 탐욕에 찌든 자들이 꽃같은 청소년들을 희생 제물로 몰아갔다는 것을.

 

한반도 통일의 역사는 이런 세대들에 의해 열릴 것이다. 친구들의 희생과 그 가족들의 한맺힌 슬픔을 공감하는 세대, 그 통일 세대의 때가 새롭게 열리고 있다.

 

 

  • 도배방지 이미지

천연생태계와 명승의 절묘한 조화 이룬 명산 금강산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