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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북한의 로동신문에 따르면 김정은이 23일 평양종합병원 건설 현장을 찾아 관련 시설을 돌아본 뒤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80주년에 맞춰 준공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양종합병원은 코로나팬데믹이 시작하던 2020년 3월 착공한지 5년 6개월이 지난 시점에 준공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것은 당초 노동당 창건 75주년에 계획했던 것과 비교하면 매우 큰 차질이 빚어진 것이다.
착공 시기였던 2020년은 북한뿐만 아니라 전 인류에 가혹한 시기였다. 특히 김정은에게는 정치적 입지와 체제안정의 전환 시기에 국경폐쇄까지 해가며 위기를 돌파해 나가야 했던 시기였을 것이다.
북한은 2016년 36년 만에 7차 당 대회를 개최하여 김정은 중심의 체제를 확고히 하는데 성공하였다. 뿐만 아니라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의 참가,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이 진행되었으나 2019년 2월 하노이회담 실패를 정점으로 그의 기대감은 절망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또한 지속되는 경제난 속에‘자력갱생’과 ‘각자도생’의 구호가 연이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이 모습은 1990년대 김일성이 사망하자마자 고난의 행군을 맞이해야 했던 김정일의 상황과 유사했다.
2020년 3월 코로나팬데믹은 북한 김정은에게는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위기상황이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세계보건기구(WHO)가 팬데믹을 선언한지 일주일도 되지 않은 시점에 김정은은 평양종합병원 기공식에서 첫 삽을 뜨게 된 것이다. 당초 이사업이 코로나팬데믹에 대한 대응사업 여부와도 관계없이 대내외적으로는 매우 적절한 대응방안으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문제는 남한의 최대 규모의 종합병원에 버금가는 평양종합병원 건설에 단 200일이라는 공사기간이 주어진 것이다. 일반적으로 이정도의 종합병원을 그 기간에 공사하는 것은 당초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다.
종합병원 급의 건설은 최소 3~5년 이상의 기간 동안 기획과 설계, 건설 등이 운영주체인 의료진과의 협업을 통해 진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고가의 의료장비로 채워져야 하는 종합병원의 경우 막대한 건설비용이 조달되어야 하는데 당시 북한의 대북 경제제재 상황에서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해가 지나도록 평양종합병원의 개원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평양을 비롯한 인근지역에 수만호의 대규모 아파트 건설 사업이 진행되었다. 또한 수만 명의 주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착공식을 거행하는 등 비교적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고, 시작과 결과가 분명한 주거건축물의 건설사업장에서는 김정은의 밝은 표정이 엿보였다. 대형 종합병원의 건설이 건축행위로만 완성되지 않는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을 것이다.
북한의 대형 건설 사업에 대한 우려는 다른 곳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김정은의 집권초기였던 2010년대 초반 관광산업을 육성시키고자 시작된 관광특구 개발사업 중 마식령스키장과 원산갈마지구 건설 사업은 김정은의 숙원사업이었다.
마식령스키장의 경우 2014년 착공한지 1년 만에 완공에 성공했으나 원산갈마지구의 각종 휴양시설은 계획했던 2018년에 완공하지 못하고 착공 후 10년이 넘은 금년 7월에 개장했다.
북한 대형건설사업의 공통점은 천문학적인 비용과 건설인력의 공급이 필요한 사업이기도 하지만, 터무니없이 부족한 시간과 빠른 진행속도에서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충분한 시간 속에 신중한 계획과 검토, 사업전략이 수립되기 보다는 속도전에 돌입하는 순간 성공적인 사업을 기대하기는 어렵게 된다. 특히 최고지도자의 지시에 따라 진행된 사업의 경우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점은 이러한 대형 건설사업 뒤에서 발생될 수 있는 투입된 비용의 회수는 차치하고, 끊임없이 투입되어야 할 막대한 유지관리 비용일 것이다. 만일 흥행으로 이어지지 않는 다면 더욱 큰 재앙으로 돌아올 것이다.
과거 김정일 시대에 북한을 경제난으로 몰아넣었던 류경호텔과 5.1경기장과 같은 대형 건설사업에 대한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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