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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만들어졌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법이 있다. 바로 북한인권법이다. 이 책은 북한인권법 제정 10년, 첫 해설서이다.
북한인권법은 입법논의가 시작된 순간부터 여야와 시민사회가 첨예하게 맞섰다. 정부가 법안을 마련하고 입법하는 과정에서도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의견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결국 타협 끝에 법은 제정됐지만, 그 대립의 흔적이 조문 곳곳에 남아 핵심제도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반쪽짜리 법'이 되었다.
표지에 담긴 '부러진 의자(Broken Chair)'는 이러한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부러진 다리 하나 때문에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의자처럼, 우리나라 북한인권법 역시 제정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정상 시행되지 못하고 있음을 고발하는 듯하다.
법 제1조의 목적을 보면, 북한주민의 인권보호 및 증진을 위해 보편적 인권인 자유권 및 생존권을 추구하는 것이다. 유엔 세계인권선언에도 규정된 권리인 만큼 유엔가입국인 남북한도 보호, 증진 의무가 있다는 것이 정당성이고 명분이다.
제5조는 통일부에 북한인권증진자문위원회를 두도록 규정하고 있다. 제1기 위원회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운영됐지만, 이후에는 구성하지 못하고 있다. 국회가 여야 동수로 추천하는 10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되는데, 한쪽이 추천하지 않으면 위원회를 출범시킬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위원회의 미 구성으로 인해 법이 예정한 여러 제도가 연쇄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제6조는 정부가 3년마다 북한인권증진기본계획과 이에 따른 집행계획을 수립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기본계획은 북한인권증진자문위원회의 자문을 거쳐야 하는데, 자문위원회가 장기간 구성되지 못하면서 법정 기본계획도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
제7조의 남북인권대화 규정에 따라 정부는 북한인권 증진에 관한 중요사항에 관해 남북인권대화를 추진하여야 한다. 그러나 법 제정 이후 남북 간 회담은 여러 번 있었지만, 인권대화는 사실상 이뤄지지 못했다. 더욱이 북한의 핵 개발과 군사 도발, '적대적 두 국가' 노선은 남북인권대화의 제도적·정치적 기반을 크게 약화시켜 전망이 밝지 않다.
제8조의 인도적 지원규정은 북한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국가의 책무로 규정했지만, 북한의 외부 지원 거부와 남북관계 경색으로 인해 법이 예정한 취지를 현실에서 구현하기 어려운 상태에 있다.
제9조의 북한인권증진을 위한 국제적 협력 조항에서 외교부가 북한인권대외직명대사를 임명해 국제협력 활동을 하도록 되어 있으나, 법 시행 후 일관하게 임명하지 않았고, 장기간 공석 상태다. 여기에다 북한인권 증진을 위한 국제협력은 국제정세의 변화와 다자주의의 약화로 활동 환경이 나빠지고 있다.
제10조의 북한인권재단은 정부의 북한인권증진기본계획을 실제 정책으로 전환하는 핵심기구지만, 법 제정 후 10년이 지난 현재까지 국회의 이사 추천 미 이행 및 여야 갈등으로 출범하지 못하고 있다. 실질적인 집행기구가 10년 가까이 운영되지 못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로, 법을 사문화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제13조의 북한인권기록센터는 북한인권법의 핵심 제도 가운데 하나인데, 그마나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통일부 북한인권기록센터는 북한 주민의 인권 실태를 조사·연구하고, 인권상황과 관련한 정보를 수집·기록하는데, 법무부에 수집한 자료를 3개월마다 이관한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장차 북한 내 인권침해와 인권범죄의 책임을 규명하는 증거자료를 모으는 것이다. 동시에 현 북한 김정은 당국에 인권침해가 기록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시켜 억제 효과를 거두려는 취지다. 도서출판 오색필 펴냄, 정가 2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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