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프랑스 등 핵추진잠수함 운용국과의 협력 불가피

[분석] 핵추진잠수함 인력 양성위한 한미 협력의 가능성과 과제

정성장 세종연구소 부소장 | 기사입력 2026/07/16 [15:26]

미국과 프랑스 등 핵추진잠수함 운용국과의 협력 불가피

[분석] 핵추진잠수함 인력 양성위한 한미 협력의 가능성과 과제

정성장 세종연구소 부소장 | 입력 : 2026/07/16 [15:26]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개발 논의는 그동안 원자로와 핵연료, 함정 설계 및 건조 문제에 집중되어 왔다. 그러나 핵추진잠수함 사업의 성패를 실질적으로 좌우하는 것은 이를 안전하게 운용할 승조원과 정비·방사선 방호 인력, 그리고 이들을 지속적으로 양성할 교육훈련 체계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부소장

핵추진잠수함은 좁고 밀폐된 선체 내부에 소형 원자력발전소를 탑재한 채 심해에서 장기간 작전하는 무기체계이다. 아무리 우수한 원자로와 선체를 개발하더라도, 원자로를 안전하게 운용하고 비상상황에 대응할 승조원과 정비체계가 준비되지 않으면 전력화가 불가능하다.

 

인력 양성은 함정 건조와 병행하는

사업이 아니라 함정 건조보다 먼저

시작해야 할 선행 과제이다

 

한국이 8,000톤급 핵추진잠수함 3척 이상을 복수 승조원제로 운용한다고 가정하면 초기부터 수백 명의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 교관·정비·안전규제 인력까지 포함할 경우 장기적으로는 약 1,000명 규모의 인력 기반이 요구될 수 있다. 승조원 한 명을 제대로 양성하는 데에도 통상 23년 이상이 걸리기 때문에, 인력 양성은 함정 건조와 병행하는 사업이 아니라 함정 건조보다 먼저 시작해야 할 선행 과제이다.

 

문제는 현재 한국에 해군 원자로 운용을 실습할 수 있는 가동 원자로가 없다는 점이다. 핵추진잠수함 1번함이 완성된 이후에야 승조원들이 처음으로 실물 원자로를 접한다면, 정작 그 1번함을 안전하게 시운전하고 인수할 자격 승조원단이 존재하지 않는 모순이 발생한다.

 

국내 육상 원형로와 교육시설을 지금부터 건설하더라도 시설 완공과 인허가, 교관 양성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국내 교육기반이 완성될 때까지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는 미국과 프랑스 등 핵추진잠수함 운용국과의 협력이 불가피하다.

 

특히 미국은 이론교육과 실물 원자로 실습, 잠수함 승함 근무를 결합한 세계에서 가장 검증된 해군 핵추진 인력 양성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호주는 AUKUS를 통해 자국 장교와 부사관을 미 해군 원자력학교와 원자력훈련부대에 보내고, 교육을 마친 인력을 버지니아급 핵추진잠수함에 실제로 승조 시킨다.

 

한미핵추진잠수함 인력양성특별협정

체결하고, 장교·부사관·정비기술자를

단계적으로 미국에 파견할 것 제안

 

민간 기술자들도 미국 해군 조선소에서 방사선 통제와 핵잠수함 정비 훈련을 받고 있다. 호주 사례가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교훈은 인력 양성이 잠수함 인도보다 약 10년 먼저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도 호주 사례를 참고해 미국과 가칭 한미 핵추진잠수함 인력 양성 특별협정을 체결하고, 장교·부사관·정비기술자를 단계적으로 미국에 파견할 것을 제안한다.

 

초기에는 연간 2030명 정도의 현실적인 규모로 시작하되, 이들 가운데 절반 이상을 향후 설립될 한국형 해군원자력교육센터의 교관 요원으로 육성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원자력 안전문화와 방사선 통제, 당직 운용 규율, 잠수함 전술과 연합작전 능력을 습득하고, 한국이 채택한 저농축우라늄 원자로의 운용·연료관리·정비 분야는 프랑스와의 협력을 통해 보완하는 이원적 접근이 가장 현실적이다.

 

현재 미국과 영국은 핵추진잠수함의 정비 지연과 전문인력 부족이라는 심각한 병목에 직면해 있다. 2024년 기준 미국 공격핵잠수함의 약 34%가 정비 중이거나 정비를 기다리는 작전 불가 상태였다. 호주 역시 향후 버지니아급 잠수함을 인수하더라도 대규모 참정비를 독자적으로 수행할 산업기반과 원자력 전문 인력을 단기간에 확보하기 어렵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호주에 한··3국이 공동으로 이용하는 핵추진잠수함 MRO 거점을 구축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정비 능력을 보유한 한국이 핵심적으로 참여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초기에는 한국이 선체·기계·전기 등 비원자력 구역의 정비와 도크·기반시설 건설, 부유식 드라이독 공급 등을 담당하고, 원자로 구역은 미국과 호주의 인증 인력이 전담하도록 구역을 분리할 수 있다. 이후 한국 인력이 미국의 교육과 자격 인증을 획득하는 데 맞춰 참여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식이다.

 

핵추진잠수함 사업은 사람과 안전문화

교육과 정비생태계를 함께 구축하는

국가적 장기사업이다

 

이 구상은 미국의 일감을 한국이나 호주로 이전하자는 제안이 아니다. 미국의 기존 정비시설이 감당하지 못하는 초과 수요를 서태평양에서 흡수함으로써 미 핵잠수함의 정비 적체와 작전 공백을 줄이고, 미국 조선업체들이 신형 잠수함 건조에 더 많은 역량을 투입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호주에는 단기간에 독자적으로 확보하기 어려운 대규모 정비기반을 제공하고, 한국에는 핵추진잠수함 전문인력 양성과 새로운 고부가가치 MRO 시장 진출의 기회를 열어줄 수 있다.

 

결국 한미 핵잠 인력양성 협력은 미국이 한국에 일방적으로 기술과 교육기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서는 성사되기 어렵다. 한국이 보유한 조선·정비 능력을 활용해 미국과 호주의 핵잠수함 정비 병목을 해소하고, 그 대가로 미국이 한국 인력에게 교육과 승함·정비 경험을 제공하는 상호 호혜적 전략거래로 설계해야 한다. 공동 MRO 구상은 한미 인력양성 협력의 결과인 동시에, 미국이 교육 파이프라인을 한국에 개방해야 할 실질적 이유이기도 하다.

 

핵심 메시지를 요약하면 핵추진잠수함 사업은 단순한 함정 건조사업이 아니라 사람과 안전문화, 교육과 정비생태계를 함께 구축하는 국가적 장기사업이다. 잠수함보다 먼저 승조원과 교관을 준비해야 하며, 한미 인력양성과 한··호 공동 MRO를 하나의 전략적 패키지로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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