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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두 차례에 걸쳐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폐합에 대한 의문과 국민적 우려를 지적했다. 그러나 정부는 현장의 목소리와 군사 전문가들의 잇따른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대전 자운대에 ‘통합 국군사관학교’를 신설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나라의 국방 초석을 흔들 수 있는 사관학교 폐지 및 신설은 불필요하며 군의 약화를 초래하게 됨을 지적하며 다시 한번 펜을 들지 않을 수 없다. 오직 대한민국 안보와 국익의 관점에서, 이번 정책이 군사력 강화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기에 끝까지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정부는 미래전 대비, 합동성 강화, 학령인구 감소 대응을 통합의 명분으로 내세운다. 저학년 때 공통교육을 받고 고학년 때 각 군 전문교육을 이수하게 하겠다는 구상 역시 그럴듯하게 보인다.
하지만 이는 20여 년 전 정부에서도 검토되었다가, 각 군의 전문성 및 전통 훼손, 군 내부의 극심한 반발로 이미 폐기된 안이다. 당시 대안으로 도입한 육·해·공군 통합 임관식조차 현실적인 불편으로 다시 각군별 행사로 돌아간 전례가 있다.
인구 감소와 미래전 대응이라는 과제에는 동의하지만, 그 해결책이 반드시 '기존 사관학교의 폐지'여야 한다는 논리적 인과관계는 어디에도 없다.
정책은 거창한 명분이 아니라 차가운 결과로 평가받아야 한다. 정부는 본질을 회피하지 말고 다음의 4가지 질문에 구체적인 데이터로 답해야 한다.
▲첫째, 육·해·공군사관학교를 없애고 국군사관학교를 만들면 각 군 장교의 전문성이 지금보다 높아지는가? ▲둘째, 합동작전을 더 잘하기 위해서는 오직 사관학교를 물리적으로 하나로 만들고 교육체계를 하나로 통합해야만 되는가? 사관학교를 통합하면 합동성이 강화된다는 필연적인 인과관계라도 있는가? ▲셋째, 기존 사관학교 체제를 유지하면서 공동교육과 합동훈련을 확대하는 방식으로는 합동성 목표를 달성할 수 없는가? ▲넷째, 기존 사관학교를 폐지함으로 발생하는 막대한 예산 소모와 역사적·교육적 손실보다 새로 얻는 실익이 과연 더 많은가?
사관학교의 본질은 각 작전 환경에 최적화된 초급 지휘관을 길러내는 데 있다. 지상전과 적지 않은 수의 병사를 지휘하는 육군, 함정과 해양작전을 수행하는 해군, 항공작전을 펼치는 공군은 출발점부터 작전 환경과 요구되는 리더십이 전혀 다르다.
육군은 소위로 임관되어 소대장이 되면 수십 명의 병사를 책임지고 훈련·전투는 물론 부사관과의 협력, 사고 예방, 갈등 관리까지 책임져야 한다. 소위 임관 전 이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추상적인 일반교양 시간의 증가가 아니라 각 군의 특성에 맞는 전문교육과 현장 지휘 능력을 키우는 일인 것이다.
이런 육군과 해, 공군은 서로 다르다. 다른 것은 다르게, 즉 기존 육, 해, 공군사관학교를 별도로 유지한다고 해서 임관 후 협동과 합동작전이 서툴러질까? 전혀 그렇지 않다. 합동작전이란 각 군의 깊이 있는 전문성이 전제될 때 오히려 효과가 더 커지기 때문이다.
북한의 120만 대군과 맞서며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까지 준비해야 하는 대한민국이 검증되지 않은 방식으로 장교 양성체계를 실험할 여유는 없다.
미국·중국·러시아 등 주요 군사강국이 육·해·공군의 장교 양성체계를 별도로 운영하는 현실도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군의 합동성이 중요하다고 해서 군별 전문성까지 약화시켜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정부가 선발 방식과 세부 교육계획조차 확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통합부터 서두른다면, 이것이 과연 안보와 장교 양성의 필요에서 출발한 개혁인지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특히 태릉 부지 등을 둘러싼 개발 논리가 사관학교 개편의 중요한 배경으로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제기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국가의 장교 양성체계는 한번 허물면 되돌리기 어렵다. 잘못 수술하게 되면, 부작용은 수십 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드러나게 되는 국가적 리스크가 된다.
국권을 잃고 육군무관학교와 대한제국 군대가 강제 해산 당했던 역사를 가진 나라가 아닌가. 그런 만큼 현 집권 정부는 사관학교를 정치적 필요나 정권의 단기적 판단에 따라 흔들어서는 안 된다.
장교를 어떻게 길러낼 것인가는 어느 정권의 소유물이나 사사로운 이해관계가 아니라 국가안보와 국민의 안전에 직결된 국가의 장기적 자산이기 때문이다.
현대전에 맞는 장교 양성이 목적이라면, 가장 합리적인 길은 멀쩡한 기존 사관학교를 허무는 데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것이 아니다. 기존 사관학교를 유지하면서 군별 전문교육은 더욱 충실하게 하고, 그 위에 합동교육과 공동훈련, 상호 교류를 내실 있게 강화하는 것이 먼저다.
지금 정부는 사관학교 통폐합을 불도저식으로 밀어붙이지 말고, 왜 기존 체제로 안 되고, 통합해야 하는지를 국민 앞에 객관적으로 입증하는 것이다.
그 필요성과 효과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는다면, 70여 년간 대한민국 장교 양성의 핵심 축이 되어온 육·해·공군 사관학교의 존립을 흔들 이유는 없다.
개혁은 해체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바꿀 것인지부터 분명히 하는 데서 시작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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