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북한군 포로 공개가 남긴 비극

전수미 남북하나재단 감사 | 기사입력 2026/09/28 [20:07]

우크라이나 북한군 포로 공개가 남긴 비극

전수미 남북하나재단 감사 | 입력 : 2026/09/28 [20:07]

북한 인권 활동을 하겠다고 찾아오는 이들을 만나면 나는 항상 이렇게 묻는다. "북한 인권 활동을 통해 돈을 벌고 싶은 것인가요, 아니면 진짜 북한 사람들을 살리고 싶은 것인가요"

 

  전수미 변호사

만약 활동비나 생계비를 얻고 단체의 이름을 알리는 것이 목적이라면, 지금 일부 단체들이 하는 것처럼 자신의 업적을 언론에 열심히 알리면 된다. 하지만 정말로 북한에 살고 있거나 탈북을 시도하는 북한 주민들의 생명을 살리고 싶다면, 그들의 탈북경로나 경험을 언론에 함부로 발설해서는 안 된다. 침묵만이 그들을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중국의 한 도시에서 북한 노동당 간부 가족이 체포된 일이 있었다. 당시 국내의 한 북한 인권단체는 이들의 강제 북송을 막아달라며 요란하게 시위를 벌였다. 나 역시 그 사건에 관여해 대사관 측과 소통하며 참담한 진실을 마주했다. 우리가 강제 북송 대상에 대해 구체적으로 떠들수록, 남한 언론을 모니터링하는 북한 당국은 중국 측에 이들의 신원을 특정해 송환을 요청한다는 사실이었다.

 

북한 형법상 불법 월경죄에 해당하는 이들은 자동으로 범죄자가 되고, 북중 간 범죄인 인도 조약에 따라 북한이 특정하여 송환을 요구하면 중국은 이들을 넘겨야만 한다. 국내 단체들은 북송 반대시위를 통해 언론의 조명을 받고 후원금을 모으며 이름을 알렸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단체'를 살리는 일이었을 뿐, 북한 주민을 살리는 일이 아니었다. 오히려 북한 당국에 신원을 고스란히 주어 그들과 그 가족들을 죽음으로 내몬 꼴이 되었다. 지난 20년 동안 수많은 구출사건을 언론에 알리지 않고 조용히 처리해 온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최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북한군 포로 2명을 남한으로 보낸다고 언급한 일이나, 우리 언론과 정치권이 이를 떠들썩하게 다룬 것 역시 본질적으로 같은 비극을 예고하고 있다. 이 사안을 자극적으로 소비하는 언론과 그들의 생존기를 앞다투어 보도하는 이들은 자신들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전혀 모르는 듯하다.

 

그들의 무책임한 보도와 정치적 행보 때문에, 북한에 남아있는 저 두 포로의 가족과 친척들은 이제 숨을 죽이고 살아야 한다. 북한의 '어머니의 소원'이라는 노래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그 노래를 안다면 한국으로 오게 된 두 인민군 포로의 가족들이 지금 북한에서 어떤 끔찍한 상황에 놓여 있을지 감히 짐작조차 하기 힘들 것이다.

 

만약 언론의 요란한 방송이 없었더라면, 정치권의 떠들썩한 행보가 없었더라면, 북한 당국은 이들이 남한에 가든 말든 큰 신경을 쓰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운 좋게 북한으로 돌아갔다 하더라도 그저 적의 선전에 속았다는 비판 정도만 받고 고향의 부모 형제 품에서 살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이 두 청년은 북한 '특수작전군'을 넘어 인민군 전체가 두고두고 이야기할 '사상 교양'의 희생양이 되어버렸다. 두 청년의 북한에 있는 가족들이 과연 고개를 들고살 수 있을까.

 

북한군 포로의 앞날을 응원한다고 말하는 이들에게 묻고 싶다. 이 청년들의 대한민국에서의 삶이 과연 꽃길일까. 과거 빗발치는 총탄을 뚫고 판문점을 넘어왔던 '오청성'씨를 기억할 것이다. 그는 지금 대한민국을 떠나 결국 미국으로 갔다. 왜 우리 사회가 그를 품지 못했고, 그가 왜 미국까지 가야 했는지, 이를 심층적으로 취재해 본 언론사가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탈북민들이, 그리고 전쟁 때 남하한 실향민들이 왜 술을 마시고 매일 밤 눈물 흘려야 했는지 우리는 알아야 한다. 바로 북한에 두고 온 가족에 대한 죄책감과 그리움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특히 대한민국의 2030 세대가 이 두 명의 북한 인민군 포로를 온전히 편견 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들이 낯선 체제에서 방황하며 술을 마시고 사고라도 친다면, 사회는 "북한 사람들은 원래 저렇다"며 훨씬 더 엄격하고 차가운 잣대를 들이밀 것이다.

 

이들이 대한민국에 정착하지 못하고 몸부림칠 때, 과연 지금 앞장서서 그들을 언급했던 방송 PD와 정치인들은 끝까지 책임을 질 것인가. "그들의 남한에서의 삶까지 우리가 어떻게 책임지나"라며 모르는 척 할지도 모른다. 일회성으로 탈북민의 비극을 소비하는 모습은 참으로 무책임하고 정치적인 행태가 아닐 수 없다.

 

북한 인권문제는 결코 언론이나 단체의 이익을 위해 섣불리 노출되어서는 안 되는 무거운 생명의 문제다. 정답은 언제나 하나다. 조회수와 후원금을 얻기 위해 이들을 밖으로 내몰 것인가, 아니면 진정으로 사람을 살릴 것인가. 진정으로 살리고자 한다면, 이제는 방송을 끄고 침묵 속에서 그들의 삶을 지켜내야 할 때다.

 

 

이 기사 좋아요
  • 도배방지 이미지

  • Mick 2026/09/28 [22:29] 수정 | 삭제
  • 범죄인 인도 조약이 없는데도, 문재인이는 포박까지 해서 북한에 넘겨 주던 걸요. 북한 주민을 살리기 위해선 문재인이 같은 것들 북한으로 보내 버리는 게 훨씬 나을 겁니다.
광고
광고
단풍이 산 전체를 색칠하는 장수산의 가을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