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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이] 두견새울음 구슬픈데 산에 달은 나직이 걸렸더라 (72)
 
통일신문 기사입력  2014/06/23 [15:11]

진이는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어머니의 무덤을 내렸다.
진이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어머니의 림종을 지켜준 청교방 색주가에 들릴 작정이였다. 놈이는 다소 난처한 듯 얼른 대답을 못했으나 할멈까지 나서서 아씨의 역성을 들자 더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장독교는 탄현문으로 부중에 들어가 오정문으로 통하는 큰길을 따라 쭉 내려가서 청교방의 갈림길에 들어섰다. 불야성이였다. 집집마다 홍사등롱이 새빨간 능금알 열리듯 다닥다닥하고 집집마다 대문 문턱에는 전날처럼 지분으로 얼룩진 녀인들이 늘어앉아 잡가를 흥얼거리며 치마끈을 풀어줄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골목골목 난봉군들과 오입쟁이들이 범벅덩이에 쉬파리 붙듯 했다. 그 사이를 요리조리 뱀 빠지듯 하며 흑사댕기를 나풀거리는 도토리만한 애녀석이 손님들을 잡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저쪽 어느 색주가 대문 앞에서 문안을 기웃거리던 보야기 하나가 여릿군한테 잡혀 문턱 너머로 끌려 들어갔다.
“나으리, 제가 모셔다 올릴갑쇼? 천하일색에 아직 이슬이 다 마르지 않은 수컷인뎁쇼. 짧은 밤이문 상목이 한 끝, 긴 밤이문 네 끝이올시다.”
“자, 매화, 도화, 련화, 계화...없는 꽃이 없소이다. 나으리 어느 꽃을 꺾으실갑쇼?”
“아무려면 경향간에 이름난 송도 청교방에 나으리 같은 풍류남아한테 걸맞는 절대가인이 없으리까? 바로 요 골목이올시다. 제가 앞에서 길을 잡을 테니 그저 따라만 옵쇼.”
진이는 거리에서 울리는 그 소리를 무심히 들을 수가 없었다. 저애들 중에 그 누군가가 얼마 전까지는 어머니를 위하여 저렇게 손님들을 꼬였을 것이다. 푸른 옷을 입을 때는 홰나무를 잊지 말라는 옛말이 있지 않은가.
놈이가 가마를 끌고 길 한복판으로 짓쳐나갔다. 방약무인하게 뚫고 들어오는 장독교를 보고 눈알을 곤두세웠던 난봉군들이 길잡이를 하는 놈이를 알아보자 곧 부작을 읽은 귀신처럼 슬금슬금 길녘으로 비켜섰다. 이 사람 저 사람 놈이한테 비나리치는 웃음을 보내며 알은 체했으나 놈이는 눈길 한번 돌리지 않았다.
어느 렴치없는 오입쟁이 하나가 놈이를 알아보지 못했는지 길을 피하지 않고 가마 창을 들여다보려고 하자 놈이의 쇠장대 같은 파리 번뜩했다. 순간 피나무 떡구유같이 살집 좋은 몸뚱이가 길녘 시궁창에 가서 개구리처럼 엎어졌다. 주변에서 웃음통이 터지는데 논다니들의 깔깔거리는 소리가 꼭 까투리 무리가 날아오르는 것 같았다.
가마는 장덕집 대문 앞에서 내려졌다. 진이는 가마 안에서 나왔다. 붉은 흙물을 올린 큰 대문이 두 팔을 활짝 벌리고 있는데 문기둥 옆에는 싸리대로 엮은 용수우에 갓모를 씌워서 장대 끝에 매달아 세웠고 다른 한쪽 기둥에는 울긋불긋 색종이를 관운장의 수염처럼 길게 늘어뜨린 화려한 수박등이 은근한 불빛을 뿌리고 있었다.
놈이가 문턱을 넘어서자 짙은 화장에 모란꽃 송이처럼 큰 머리를 얹은 곱살한 색시들이 마치 수자리 살러 갔다가 돌아오는 제 서방을 맞듯 반기며 뛰여 나왔다.
“어머, 황진사댁 차지 어른이 웬일이래요? 현금언니 가신 후론 통 발길을 안하시더니...”
“어서 오세요. 저희들은 차지 어른이 다른 집에 새로 단골을 정하셨는가 했죠.”
놈이는 그들의 다정한 인사에 대척도 하지 않았다. 그는 아무말없이 진이의 앞장에 서서 안으로 들어갔다. 진이는 할멈의 부축을 받으며 고개를 푹 숙이고 그의 뒤를 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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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4/06/23 [15:11]  최종편집: ⓒ 통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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