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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실체를 밝힌다] 김일성 존함 시계
고위간부 손목에 채워져 충성경쟁 상징/초기 6천달러 넘는 오메가 금시계 선물
 
통일신문 기사입력  2017/05/02 [17:06]

 <김형수 객원기자>

북한에서 김일성, 김정일의 선물은 가보로 여겨왔다. 지금도 북한의 간부들은 김일성, 김정일 생일을 비롯한 주요 명절이나 중앙에서 조직하는 대회를 애타게 기다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과거나 지금이나 북한의 간부들이 주요 명절과 대회를 기다리는 이유는 행여 차례질지 모르는 김씨 일가의 선물 때문이다. 과거 김일성, 김정일의 이름으로 된 선물과 오늘날 김정은이 하사하는 선물은 그 의미가 상당히 달라졌다.

 

떠오르는 선물 손목시계…가보 취급

 

김일성으로부터 시작해 김정은에 이르기까지 북한의 통치자들은 간부들과 일부 충성계층의 환심을 사기 위해 ‘선물정치’에 매달렸다. 김일성은 주민들과 간부들의 충성경쟁을 유도해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선물을 악용했다. 김일성으로부터 시작된 ‘선물정치’는 핵심세력을 구축하는 도구로 김정은까지 3대째 이어지고 있다. 다만 김일성의 선물은 대대손손 물려주는 가보로 취급됐지만 권력세습 과정에서 김정은의 ‘선물’은 가보가 아닌 재산 정도로 취급되고 있다.

북한에서 김일성의 선물이라면 떠오르는 한 가지 물건이 있다. 이른바 ‘명함시계’라고 불리던 손목시계이다. 북한에서 김일성이나 김정일의 이름이 새겨진 손목시계 선물을 일명 ‘존함시계’ 또는 ‘명함시계’라고 부르고 있다.

최근에는 해외 인터넷 구매 사이트에서도 김일성의 중고 ‘명함시계’나 과거 북한의 훈장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2015년 10월 20일부터 금강산에서 일주일간 있었던 제20차 이산가족 상봉에서 96쌍의 남북한 가족들 간의 만남이 이루어졌는데 그 중에는 김일성종합대학 교수이며 ‘인민과학자’ 칭호를 받은 조주경 박사의 아내 임리규 할머니도 있었다.

80세 고령의 임리규 할머니의 남편 조주경 박사는 2000년 8월에 있었던 제1차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에 나와 한국에 살고 있는 동생들에게 자신이 받은 김일성의 ‘명함시계’를 자랑해 한국 언론계의 뜨거운 관심을 받기도 했다.

조주경 박사는 김일성이 일으킨 6, 25 전쟁 시기 서울대학교 재학 중에 인민군에 의해 납치되어 북한으로 끌려가 김일성종합대학 수학력학부 교수로 재직하면서 ‘해석수학’과 ‘통보론’ 등 50여 권의 교과서와 참고서를 집필했다. 그가 집필한 과학논문만 80여 건이 넘었는데 그러한 업적으로 북한에서 최고의 과학자들에게만 수여하는 ‘인민과학자’ 칭호를 받았다. 김일성의 이름이 찍힌 ‘명함시계’는 북한의 최고훈장인 국기훈장 1급에 해당돼 특권층의 상징이었다.

 

‘명함시계’중 국산품은 하나도 없어

 

1980년대 중반 양강도 혜산시에서 밤중에 위연지구를 지나던 한 간부가 군인 강도들을 만나 ‘명함시계’를 빼앗긴 사건이 있었다. 북한 당국은 ‘명함시계’를 강도당했다는 이유로 즉각 국가수사를 선포하고 대대적인 검문을 시작했다. 사건은 범인들이 세수수건에 싼 명함시계를 슬그머니 양강도 당위원회 정문 앞에 버리고 가면서 마무리됐다. 범죄자를 잡겠다는 수사가 아니라 ‘명함시계’를 찾는다고 소동을 피운 것이어서 양강도 주민들은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명함시계는 종류가 다양했다. 김일성의 필체로 갈겨 쓴 빨간색의 명함이 새겨진 시계와 금속으로 김일성이라는 이름을 박아 넣은 손목시계가 있었다. 손목시계를 제작한 국가들도 스위스와 일본의 유명한 회사들이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당시 북한이 외국에서 부품을 들여와 ‘삼지연’, ‘모란봉’을 비롯한 여러 가지 손목시계를 생산했으나 ‘명함시계’ 중에는 국산품이 하나도 없었다는 것이다. 소련과 중국을 비롯한 사회주의나라들에서 만든 손목시계도 많았는데 ‘명함시계’는 전부 발전된 자본주의 나라들에서 생산한 것들이었다.

첫 명함시계는 1972년 김일성의 생일 60돌을 계기로 김정일의 제안에 의해 스위스에서 주문방식으로 수입해 들였다. 세계적으로도 가장 유명하고 값이 비싼 스위스의 오메가, 랑코, 티쏘 손목시계가 ‘명함시계’로 선정됐다.

북한은 ‘명함시계’가 빨치산 시절 김일성이 부하였던 안길에게 자기의 손목시계를 주면서 우정을 약속했던 데서 기원됐다고 설명한다. 실제 안길은 중국 동북에서 빨치산 활동을 하던 수많은 조선인들 중에 하나였으나 김일성의 부하는 아니었다.

그런데 이런 ‘명함시계’도 여러 등급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초기엔 시세가 6천 달러를 넘는 오메가 금시계를 일괄적으로 선물했으나 훗날 고위 특권층의 직급에 따라 가격이 2천 달러 미만의 하위급 오메가로부터 일본의 세이코까지 있었다.

 

선물 받은 대상자들 수만명에 달해

 

스위스산 컨스틸레이션 오메가 금시계와 로렉스 시계들도 중앙당 고위간부들의 손목에 채워져 충성경쟁의 상징으로 되었다. 김일성 시대에는 주로 오메가 시계가 많았지만 김정일 시대에는 로렉스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였다. 현재 김정은은 로렉스, 오메가, 파네라이 등 다양한 고급시계들을 간부들에게 선물하면서 충성경쟁을 유도하고 있다.

1972년부터 계속되어온 ‘명함시계’ 정치로 지금까지 선물을 받은 대상자들은 수만 명에 달하고 있다.

특히 김정일은 2008년에 뇌출혈로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게 되자 외국에서 많은 ‘명함시계’를 수입하였다. 자신을 추억할 사은품을 남기고 싶어서였는데 그 손목시계를 받은 간부들의 심정은 어떠했을지 아직도 궁금하다.

김정일은 ‘명함시계’라고 했으나 손목시계 선물에 자신의 이름을 새겨 넣지 않았다. ‘명함시계’와 함께 평가될 역사의 심판이 두려워서였을지 모르겠다. 대신 김정은은 김정일의 이름이 새겨진 손목시계를 선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로 미사일 발사나 핵무기를 만드는데 공을 세운 군수부문 과학자들에게 자기 명함이 새겨진 손목시계를 선물하고 있다. 과거 북한은 6차당대회를 비롯해 중앙에서 조직한 대회 참가자들에게도 ‘명함시계’를 선물하는 경우가 드물게 있었다. 일반인들도 ‘명함시계’를 받을 수 있는 기회였는데 대회 참가자들에게 차례진 명함시계는 대부분 일본산 세이코 자동시계였다. 김일성 시대 첫 오메가 명함시계 선물을 받고 퇴직한 간부들은 세이코 명함시계를 부러워하는 경우도 많았다.

간부들조차 명품의 가치를 제대로 모르다 나니 날짜나 요일이 표기되지 않는 구식 오메가보다 날짜와 요일이 표기되는 값 눅은(싼) 세이코 자동 손시계를 욕심내기도 하였다. 이러한 명함시계는 등록번호가 있고 평양에 따로 수리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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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5/02 [17:06]  최종편집: ⓒ 통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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