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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칼럼] 아나키스트 박열, 통일에 훈수하다
<송두록 남북교육개발원 사무국장>
 
통일신문 기사입력  2017/07/13 [13:49]

최근 탈북초중고학생들과 같이 영화 ‘박열’을 봤다. 첫 장면이 무척 인상적이다. 일본인을 태우고 온 몸을 땀에 흠뻑 적신 채 달리고 있는 인력거꾼 박열. 자신이 가고자 하는 곳에서 내린 일본인이 운임의 잔돈을 주지 않고 가려고 하자 그 잔돈을 받기 위해 온 몸을 던지다가 흠씬 발길질을 당하는 박열. 그 박열을 실컷 짓밟고 돌아서면서 하는 일본인의 적반하장격 한 마디, “조선놈들 우리 일본에서 돈 벌고 살게 해 준 것만도 고마워해!” 울컥 했다.

그래, 나라가 없는 설움이 바로 이런 거야. 관동 대지진 때 학살당한 6천 명의 조선인들, 그 조선인들이 학살당하는 실제 장면들, 조선인 학살을 조장하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박열과 부인 가네코 후미코를 대역 죄인으로 만들어 나가는 일본 내각 장관들.

영화는 곳곳에서 우리 탈북학생들에게 ‘민족’을 일깨우고 ‘나라’를 가르쳐줬다. 당연히 우리 아이들의 반응은 ‘잘 봤다’였다. 영화 중간에 일본인 자경단 무리들이 우리 조선인을 목창으로 잔혹하게 찌르는 장면이 너무 참혹해서 학생들 가운데 깜짝 놀라는 경우가 있기는 했지만 말이다.

일본인들에 의해 아나키즘이 무정부주의라고 번역되었지만, 원래 아나키스트는 부당한 권위와 강압에 저항하고 자유롭게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BC 4세기의 아테네 철학자 디오게네스가 자신에게 무엇을 원하는지를 묻는 알렉산더 대왕에게 그 권위를 인정하지 않고 ‘나는 햇볕을 쬐고 싶을 뿐이니 당신이 해를 가리지 말고 비켜줬으면 한다’고 말하는 것이 바로 아나키스트인 것이다. 그랬던 그들인지라 박열 등 조선의 아나키스트들 역시 일제의 강압적이고 무단적인 조선 지배에 대해 항거했다.

이 역설은 당연한 것이다. 관동대지진이 일어나고 약 10년 후 미국의 신학자 라인홀트 니부어(Reinhold Niebuhr)도 자신의 저서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를 통해 당시의 암울했던 국제사회 추세에 대해 경고했다. 개인은 도덕적일 수 있어도 그 사회는 비도덕적으로 굴러갈 수 있으니 부당한 특정 정치세력에게 맞서기 위해서는 비합리적일지라도 도덕적 선의지가 이끄는 강제력을 발동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영화를 봤던 탈북학생들은 박열을 통해 민족 사랑을 보았고, 나라가 없는 사람들의 설움과 무서움을 알게 되었다. 일제 통치를 겪게 되었을 때 우리 선조들이 그 강압에 저항해서 싸웠다는 사실을 알았고,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을 쳤었다는 것을 두 눈으로 보았다.

탈북학생을 대상으로 남한사회 적응을 지도하는 프로그램들에서 현수막을 만들거나 교재를 제작할 때 ‘탈북학생’이라는 네 글자를 빼야 하나 넣어야 하나를 고민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상당수의 탈북학부모들이 우리 사회에서의 탈북학생 지도 프로그램에 자녀들을 참가시키기를 꺼려하고 있다. 이유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왕따 당할까봐 두렵다는 것이다. 왜 탈북학생들이 대한민국의 학교에서 왕따를 당해야 하는 걸까? 누가 어떤 이유로 그들을 왕따 시키고 있나?

언젠가 본지에서 외국에서 유학 온 대학생들에 대한 인터뷰 기사를 특집으로 내 보낸 적이 있다. 그 때 그 외국인 학생들은 이 나라에서는 통일을 준비하고 있지 않는 것 같다고 진단했었다. 위에서 언급한 탈북학생들이 겪는 왕따, 탈북민들이 겪는 서러움이 이 진단과 맥을 같이 한다고 보여 진다.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통일은 엄연히 ‘민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다. 그래서 탈북민들을 ‘먼저 온 통일’이라고 하는 것이고, 인적·물적 자원을 총동원해서 그들의 남한사회 적응을 돕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우리 사회에서는 이른바 ‘민주시민교육’이라고 하면서 자유와 권리만 가르치고 ‘세계화 교육’이라고 하면서 민족을 가르치면 시대에 뒤떨어진 교육인 것처럼 치부하고 있다.

나의 자유와 권리만 누리려고 할 것이 아니라 먼저 내가 나라를 위해, 민족을 위해 어떻게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진지하게 가르치고 있지 않다.

우리 사회의 학부모들은 사회와 국가 전체를 고려하기보다 항상 ‘내 새끼’를 우선시해서 할아버지, 할머니, 삼촌 등 온 가족이 총출동해서 정당한 교육을 억압하는 것이 다반사이다.

이런 세태에 대해 그리고 이런 세태를 기반으로 추진되는 통일 노력에 대해 영화 ‘박열’은 민족을 위해 나라를 위해 우리가 어떻게 해야만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 영화는 우리 국민들에게 그리고 청소년들에게 널리 상영되고 보여 주어야 할 좋은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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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7/13 [13:49]  최종편집: ⓒ 통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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