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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광장] ‘정읍삼절’은 ‘송도삼절’을 능가한다
 
통일신문 기사입력  2017/11/02 [15:32]

<전대열 전북대 초빙교수>

송도(松都)는 개성의 다른 이름이다. 고려 500년의 역사를 품고 있는 고도(古都)다. 당대의 수도였기에 수많은 영화와 영광 속에서 숱한 일화를 남겼다.

이성계가 쿠데타를 일으켜 한양으로 도읍을 옮기고서도 개성은 부귀영화를 누리며 옛 명성을 떨쳤다. 광복 후 남북이 분단된 이후 38이남에 속했던 개성은 대한민국 영토였다. 1953년 휴전협정을 맺으며 현상동결이 되면서 서부전선은 약간 밀려 내려오고 동부전선은 위로 밀고 올라가는 현재의 휴전선이 되면서 북한영토로 편입되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시절 개성공단을 조성하여 북한인민들의 경제 사정을 풍요롭게 만드는 거창한 사업이 성공했지만 금강산 관광객 총격사망으로 인하여 전면적인 남북관계가 경색된 것은 참으로 불행한 사건이었다. 바로 그 개성 땅에 예로부터 인구에 회자하는 말이 하나 있다.

송도삼절(松都三絶), 송도 땅에 세 가지 절대적 가치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박연폭포와 황진이 그리고 서화담이다. 황진이와 서화담은 지극한 사랑을 나눈 연애의 주인공이요, 박연폭포는 그들이 노닐던 아름다운 폭포수를 가리킨다. 뛰어난 서화를 그리고 시를 쓰는 기생과 지조 굳은 선비가 펼치는 옛 사람들의 사랑 얘기는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다. 오죽하면 최고의 가치를 가졌다는 삼절로 했겠는가.

북한의 개성에 비해서 더 오랜 고도인 경주는 풍부한 문화재를 가지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황진이 같은 스타가 없다. 부여 역시 삼천궁녀의 애달픈 사연만 떠돌 뿐 절대치는 보이지 않는다. 반면에 고도가 아닌 정읍에는 자연경관으로서의 내장산과 동학혁명을 기포한 전봉준장군 그리고 문화사적으로 커다란 족적을 지닌 백제가요 정읍사(井邑詞)를 품고 있어 가히 삼절의 최고 가치를 겨눌 만하다고 생각된다. 사회적인 가치 측면에서도 박연폭포는 내장산에 비할 바가 못 된다.

내장산은 비견할 수 없는 천하명산으로서 지금 단풍이 제철로 달려가는 중이다. 정읍사는 고문(古文)의 대표적 작품이다.

‘달하 노피곰 도다샤 어긔야 머리곰 비취오시라. 어귀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져재 녀러신고요. 어긔야 즌 데를 드데욜세라. 어귀야 어강됴리. 어느이다 노코시라. 어긔야 내 가논 데 졈그를세라.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이 노래는 백제시대에 유행하던 유일한 가요로 전해져 오며 조선시대 악학궤범(樂學軌範)에 한글로 수록되어 있는 가장 오래된 것이다. 행상에 나선 남편이 늦은 밤까지 집에 돌아오지 않음으로 밤길에 위해를 입지 않을까 걱정하는 아내의 애달픈 마음이 그대로 드러나 있는 절창이 아닐 수 없다. 아내는 결국 그 자리에 망부석(望夫石)이 되었다는 전설과 함께 읽을수록 가슴이 저며 온다.

동학혁명은 정부의 가렴주구에 대항한 민중저항운동이었다. 전봉준은 동학이라는 종교를 바탕에 깔고 정읍 고부에서 궐기하여 삼남(三南)을 휩쓸고 전주성을 점령하여 정부와의 협약으로 집강소를 설치하는 등 혁명으로서의 가치를 성취했다. 한양을 공략하려고 공주까지 진출했다가 일본군의 최신무기 앞에 우금치 전투를 실패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난 것은 울화가 치미는 일이다.

전봉준의 동학혁명은 위대한 민중의 가치를 실현한 것으로서 지금 4.19혁명과 나란히 유네스코 기록유산에 등재신청 중이다. 정읍삼절로 호칭하는 것은 정읍을 사랑하는 김정일의 아이디어지만 참으로 절묘한 표현이다.

내장산에는 임진왜란 당시 왜놈들의 손에 불 질러질 위기에 처한 조선왕조실록 전주사고(全州史庫)를 통째로 옮겨 오늘날 왕조실록을 후대에 남긴 결정적 역할을 한 용굴이 있다. 이 깊은 산골에 실록을 옮겼던 관리들과 무거운 실록을 직접 지어 나른 하인들의 용기와 충성심이 없었다면 귀중한 기록문화유산이 사라질 뻔했다는 안타까움이 겹치면서 정읍삼절에 대한 새로운 인식화가 필요함을 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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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11/02 [15:32]  최종편집: ⓒ 통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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