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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칼럼] 한반도에서의 진정한 진보를 존중한다
 
통일신문 기사입력  2018/01/11 [16:10]

<송두록 남북교육개발원 사무국장>

우리나라가 2017년에 중국, 미국, 독일, 일본 및 네덜란드에 이어 세계 6위의 수출대국이 되었다며 진보에 대한 믿음을 갖는 한편 다른 쪽에서는 헬조선이라면서 우리사회가 지옥에 가깝고 희망이 없는 사회라는 등의 주장을 하는 퇴보론자들이 있는 게 현실이다.

우리 사회의 진보를 믿는 사람들 중에서도 두 부류가 있다. 하나는 자신과 주변 사람들이 좀 더 편리하고 윤택하게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부류가 있다.

다른 부류는, 전자를 물질을 중시하는 사람들이라고 보면서 이는 반드시 경쟁을 수반하기 때문에 사회적 약자가 생겨날 수밖에 없다고 단정한다. 그러면서 약자에 대한 도움, 배려가 충만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혁신을 통해 모든 인간이 자유롭고 평등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작금의 상황을 보면, 우리 사회에서 전자를 보수라고 부르면서 후자를 진보라고 일컫는 식으로 이분화하고 있는데 계몽주의 역사학자 E.H.카(Carr)의 분류에 따르면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진보란 ‘앞으로 나아간다’는 말의 뜻 그대로 좀 더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정치적 또는 경제적으로 자유롭고 평등하게 해주고, 사회적, 문화적 측면에서 이유 없이 차별되지 않는 방향으로 우리사회를 나아가게 하면 진보적인 것이다.

그런 뜻에서 볼 때, 조선 제4대 왕인 세종대왕은 전자의 측면에서 당시 조선을 진보시켰던 성왕이었다. 정치·경제적으로 태평성대를 이루면서, 겨우 7일에 불과했던 관비의 출산 휴가를 100일로 늘렸을 뿐만 아니라 남편에게도 휴가를 주었고 심지어 출산 1개월 전부터 쉴 수 있도록 배려했다.

나아가 끊임없는 학문적 노력을 통해 한글을 창제함으로써 예컨대 한자를 못 배웠기 때문에 어리석은 백성들이 자신도 모른 채 한자로 된 법조문들을 어겨 영어(囹圄)의 몸이 되는 것을 피할 수 있도록 했다. 얼마나 진보적인가.

나눔과 배려, 좋은 말이다. 사회적 약자를 도와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다양한 선전 선동 및 폭력적 체제 변혁으로 연결시켜 나가면 문제는 달라진다. 1917년에 러시아의 레닌이 그랬다. ‘모든 권력을 소비에트(노동자 평의회나 농민 평의회)로’라는 기치를 통해 민중들을 선동했고 무장 봉기를 일으켜 권력을 쟁취하면서 세계 최초로 공산국가를 만들었다. 그 결과 노동자의 천국, 농민의 천국이 도래했는가?

공산당의 언론 검열은 당연한 것이고, 공산국가의 비밀경찰들은 무소불위의 권한을 갖고 반체제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체포하고 구금했다. 노동자, 농민들은 정치에 대한 비판을 자유롭게 할 수도 없고, 부르고 싶은 노래를 마음대로 부를 수도 없었다.

그러면, 진정한 진보 지식인 또는 시민이라면 현재 남북이 분단된 채 왜곡된 삶을 살고 있는 이 땅 한반도에서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생각하기에 우선 다음 세 가지 노력이 가능하지 않을까 한다.

첫째, 남한에 온 탈북민들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그들을 도우려고 노력할 수 있어야 한다. 남북의 정치적 대립 상황을 떠나서 그들이 경제적, 사회적으로 어려운 삶을 살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 않은가. 그런 그들의 처지를 이해하고 남한사회에서 자유롭게 그러면서 차별되지 않게 살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생각하면 진보로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둘째, 최근 총상을 입고 귀순한 북한 병사에게 회충이 많았다는 언론 보도에 놀라면서도 북한 사람들이 그렇게 살고 있는 것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도와야할지를 생각하면 진보에 해당하지 않을까 싶다.

셋째, 지금까지는 남북분단이래 국군이 인민군을 선제공격한 적이 없다고 알고 있다. 정치적 목적에 의한 북한의 공격적 도발에 따라 우리들이 입은 피해를 극복하기 위해 취한 조치들을 이해하고 북한의 태도변화를 추구한다면 한반도에서의 평화로운 삶을 희망하는 진보이다.

지금 우리사회 곳곳에서 청산이니 혁신이니 하는 일들이 진행되고 있다. 그 모든 일들이 진정 우리 사회의 진일보를 위한 것이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H.카(Carr)의 말처럼, 우리 사회에서 진보에 대한 생각이 없다면 도대체 어떻게 우리 사회가 지속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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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1/11 [16:10]  최종편집: ⓒ 통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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