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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정상회담 대비한 완충지대 마련 필요”
[인터뷰]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통일신문 기사입력  2018/03/15 [14:59]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한반도의 봄은 올 것인가. 한반도평화 전문지대의 야인(野人) 정욱식 평화네트워크대표는 그 무엇도 단정 지을 수 없다고 했다.

협상이 결렬될 수도 있다는 신중론을 견지했다. 특히 북미관계에만 올인 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완충지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북미 간 갈등이 벌어졌을 때 파국으로 치닫지 않기 위해 중재적 역할의 6자회담의 틀을 부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견해다.

한·미간 긴밀한 공조 속에 한반도 냉전을 상징하는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공감대를 이뤄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포구 사무실에서 정 대표를 만나 최근 급변하는 한반도정세 변화를 둘러싼 의미 있는 지점들을 짚었다.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있지만 전개양상은 산 넘어 산인 듯하다. 어떻게 보는가?

‘정치는 생물이다’ DJ(김대중)가 얘기한 것처럼 누구도 단정할 수 없다. 북미회담을 한다고 한반도의 봄이 올 것인가. 단정하기 어렵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비관론이 우세했다. 그런데 경천동지(驚天動地)할 상황이 벌어졌다. 그럼에도 북미협상 결렬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과거 전례들이 있었기 때문에 미국은 완전하게 검증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핵 폐기(CVID)를 압박하고 있다. 정상 간 합의 가능한 부분들을 실무 간에 많이 논의할 것이다. 정상회담이 합의는 더 좋은 상황을 만들어야 하는 양측의 부분들이 깔릴 수밖에 없다. 다만 협상에 들어가게 되면 밀고 당기는 지난한 과정이 있을 것이다. 그것에만 온전히 맡기기에는 리스크가 크다. 북미 갈등이 벌어졌을 때 파국을 치닫지 않기 위한 완충지대가 필요하다. 지금은 정부가 중재역할을 하지만 구체적 협상에 들어가면 정부로서도 곤란한 상황이 올 수 있다. 중재자는 양측 입장을 두루두루 감안해 조율하고, 이견의 중재, 교착상태에 있을 때 그것을 돌파할 수 있는 촉진제 역할이 필요하다. 

 

 

한반도 봄이 올 것인가, 단정 어려워

정상회담 실패 한 과거사례 적지 않아

북미관계에만 올인 하는 것은 위험해

6자회담 틀 부활하는 것도 의미 있어

 

▶완충지대라고 한다면?

완충지대의 틀에서 6자회담의 틀을 부활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 북미 회담 이슈가 오가면서 초조한 것이 아베다. 이 점이 일본을 움직이는 데 굉장한 지렛대가 될 수 있다. 모르긴 몰라도 아베 입장에선 트럼프가 마음을 돌려 북과의 회담에 안 가길 바라겠지만, 만약에 가는 게 대세라고 한다면 아베도 가려 할 것이다. 이는 시진핑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2012년 말 이후 북중정상회담이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반도 문제에 중국이 주도권이 빠진 상황이 되는 것을 우려하면서 다자간 정상회담에 나설 수 있다. 

아울러 올해로 중단된 지 10년째를 맞이하는 6자회담과 2005년 9.19 공동성명에서 합의된 이후 한 번도 열리지 않고 있는 ‘별도의 포럼’, 즉 한반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남북미중 4자회담도 열어야 할 시점이다.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은 ‘오케스트라’에 해당된다. 관악기, 현악기, 타악기 등이 잘 어우러져야 하지만, 어떤 악기가 불협화음을 내더라도 다른 악기들이 이를 상쇄할 수 있어야 한다. 지휘봉을 들고 무대에 올라선 문재인 정부를 숨죽여 바라보게 되는 까닭이다.

 

▶3차 남북정상회담이 4월 말 평화의집에서 하는 것으로 합의됐다. 북미정상회담과 연결해 주요 의제 등을 전망한다면.

김정은 노동당위원장의 시각에서 남북정상회담은 북미정상회담의 예비회담일 수 있다. 3차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면 북한 최고지도자가 한국전쟁 이후 처음으로 남측 지역을 방문하는 것이다. 주목할 것은 장소의 의미다.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하자라는 행간을 읽을 필요가 있다.

판문점은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이 서명된 장소이다. 판문점을 택한 것은 분단정권 70년, 정전체제는 65년 되는 해에 근본적인 전환을 만들어보자,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대체해보자 등 평화협정 얘기를 꺼낼 가능성이 높다.

김정은 위원장은 정전체제를 평화협정체제로의 전환점으로 삼으려는 것 같다. 전쟁도 아닌 평화도 아닌 상태가 오래 지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미이다. 정상회담의 핵심의제 가운데 하나는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문제가 될 것이다.

그리고 남측 특사단을 통해 비핵화의 상응조치에 관한 의제들을 제시했다. 군사적 위협 해소와 체제 안전보장, 그리고 북미관계정상화가 바로 그것들이다. 모호하고 추상적이며 입장 차이도 심하지만, 이들 세 가지의 교집합을 만들어내면서 비핵화에 결정적인 추동력을 부여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옵션이 필요하다. 바로 평화협정 체결이다. 이는 가장 유망한 옵션이면서 역대 미국의 어떤 행정부도 선뜻 나서지 않은 옵션이다. 한반도 비핵화만 역사적 위업에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냉전 시대 가장 비극적인 전쟁이었고 65년째 ‘멈춘 상태’로 있는 한국전쟁을 공식적으로 종식하고 영구적인 평화를 만드는 것도 크나큰 업적이다. 이제 남북미 3자의 화학 작용은 바로 이점을 지향해야 한다.

 

북미정상회담 위에서 아래로 가는 방식

기존 외교문법을 완전히 뒤바꿔 놓은 것

역대 美대통령 회담 ‘출구’에 뒀다면

트럼프 비핵화 향해 ‘입구’로 가져와

 

▶북미정상회담이 파격적으로 도모됐다. 회담 성사를 가능하게 한 요인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김정은은 문재인 정부의 특사단을 통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가능한 빨리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고, 트럼프는 ‘영구적인 비핵화를 위해 5월 이내에 만날 것이라고 했다. 이는 기존 외교 문법을 완전히 뒤바꿔놓은 것이다.

역대 북미 간 정상회담 합의를 보면, 북한과 미국 사이의 최초의 북미정상회담 합의는 2000년 9, 10월 양측의 특사 교환을 통해서 나왔고 ‘아래로부터의 위로 가는 방식(bottom-up)’이었다. 하지만 빌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 약속은 그해 대선에서 조지 부시가 당선되면서 없던 일이 되고 말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위에서 아래로 가는 방식(top-down)’이 등장했다. 북미 간에 낮은 수준의 대화조차 없던 상황에서 가장 높은 정상회담이 합의됐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의 진전 수준과 북미정상회담과의 관계를 봐도 파격이다. 부시와 오바마는 북핵 문제가 해결된 이후 정상회담을 고려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트럼프는 ‘영구적인 비핵화를 위해’ 김정은을 만나겠다고 했다. 이전 역대 미국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을 ‘출구’에 두었다면, 트럼프는 ‘입구’로 가져온 셈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북미회담 성사는 세 가지의 조건이 선순환 적 화학작용을 일으켰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화학작용을 일으킨 세 가지라면 어떤 것인가?

트럼프의 양면 행보, 문재인 정부의 칭찬 외교, 김정은의 예견된 돌변이다. 우선 첫 번째, 트럼프가 양면성이 강한 인물이다. 북한에 말 폭탄을 던진 인물이었지만 다른 한편으로 미국 대통령 가운데 김정은 정상회담과 관련해 가장 강력한 의사를 피력했던 인물이다. 작년 5월 김정은과 만날 수 있다면 만나겠다, 만약에 만나게 되면 영광이다, 이런 표현까지 썼다. 트럼프란 인물 자체가 미국 주류에서는 아웃사이더 아닌가. 정말 전쟁도 할 것 같은 인물로 보여 진다. 두 번째 화학작용은 문재인 정부가 칭찬외교를 하며, 성과를 다 돌리고, 김정은이 정상회담을 제안하면서 다른 얼굴의 트럼프가 나왔다. 근데 이 트럼프가 언제 또 돌변할지 모른다.

 

김정은 롤 모델은 중국 덩샤오핑일 수 있어

핵무력 완성 트럼프의 초대장으로 삼겠다는

역설적 대미전략 견지, 비핵화 의지 내비쳐

7.27정전협정 등 획기적 제안 할 수도 있어

 

세 번째는 김정은의 예견된 돌변이다. 김정은의 변신을 두고 제재와 압박의 효과라는 분석이 대세를 이루지만, 이는 그의 수를 낮게 본 것이다. 김정은의 롤 모델은 중국의 덩샤오핑이다. 덩샤오핑이 ‘양탄일성’ 완성을 선언하고 극찬하면서 개혁개방을 본격화한 것처럼, 김정은 역시 ‘국가 핵무력 건설이 완성되었다’고 선언함으로써 대전환의 발판을 만들고 싶어 한다.

아마도 그의 머릿속에는 ‘핵무력 건설 완성 선언을 문재인과 트럼프의 초대장으로 삼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을 것이다 선뜻 이해하기 힘든 이러한 역설이 김정은 전략의 핵심이다.

물론 중국의 길을 북한이 그대로 따라갈 수는 없다. 미국은 중국의 핵무장을 인정했지만, 북한의 핵무장을 인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정은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비핵화 의사를 밝히고 핵과 미사일 시험도 중단하겠다고 했다. 트럼프와의 만남에 이르는 길 위에 있는 장애물을 먼저 치운 셈이다.

▶한미 훈련 축소를 요구할 것이라는 우려적인 예측 또한 비껴갔다.

그 또한 역설이다. 북한 핵무력 건설완성 선언의 역설적 상황이다. 북이 대화 기간에는 핵과 미사일 실험을 안 한다고 했다. 아울러 완성을 선언했으니까 핵무력 실험을 중단한다. 즉 완성을 선언했으니까 당분간 할 필요가 없다는 거다. 북한이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하면서 이제 미국이 전쟁을 하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한미군사훈련도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힘을 가져야 협상력이 생긴다, 힘을 가져야 내 얘기에 상대방이 귀 기울이게 될 것이다, 하는 부분이 김정은한테 필요했다.

 

北의 비핵화가 무엇이냐를 따져보고

한미일 추구하는 비핵화와 간극 좁히며

한반도 냉전 상징의 정전체제 끝내자는

한미공조 긴밀 속에 공감대 이뤄나가야

 



작년 한 해 동안 김정은이 핵 무력 건설 완성을 위한 질주를 한 데에는 국면전환을 염두에 둔 행보라고 본다. 김정은은 통 크게 내놓았다. 트럼프를 만나고 싶은데 메시지를 트럼프에게 전달을 부탁했다. 궁극적으로는 미 대통령이 평양에 오는 것. 그것을 통해 북미관계가 적대에서 평화로 전환되는 것을 위한 전략적 시계를 보고 있는 것이다.

김정은은 이것으로 끝내지 않을 것이다. 4월 정상회담, 5월 북미정상회담 등을 통해 아마도 7.27 정전협정 등 획기적인 제안을 할 수도 있다. 북한정권수립기념일인 99절까지 핵 무력 완성 뒤 북한주민을 향해 메시지를 전달하려면, 김정은 입장에서 시간이 없다.

▶비핵화 의제는 어느 정도까지 진척될 것으로 보는가?

한반도 평화체제 없는 비핵화는 맹목이고 비핵화 없는 평화체제는 공허하다고 누누이 말해왔다. 그런 면에서 김정은은 큰 결단을 했다고 생각한다. 비핵화 개념과 목표는 차이가 있지만 원론적인 부분에서 핵실험과 미사일 추가발사에 대한 모라토리엄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입장에서 당장 받아내야 할 것은 북한이 핵탄두를 장착한 ICDM미사일 관련해 포기의사를 밝히는 것 등을 이끌어내야 한다. 이런 부분들이 미국 트럼프의 중간선거에 성과로 내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과정으로서 통일이 중요하고 바람직

목표시점 잡은 물리적 시간 길이 아냐

평화운동 뿌리내리고 결실을 맺도록

평화 만드는 큰 힘 보여주려고 노력

 

비핵화라는 최종점으로 가기 위해서는 여러 단계가 필요하다. 지금은 비핵화 의지에 대한 일종의 문을 연 것이고 출구가 열리려면 물리적으로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우선 관건은 ‘비핵화’의 간극을 얼마나 좁힐 수 있느냐에 있다. 한미일이 추구하는 비핵화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북핵 폐기(CVID)’를 의미하는 반면에 북한이 주장해온 ‘조선반도 비핵화’는 핵보유국의 의무까지 포함하는 사실상의 ‘비핵지대’를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북한이 비핵화의 상응조치로 요구하는 군사적 위협 해소와 체제 안전보장, 그리고 북미 관계정상화를 둘러싼 공방 조율도 중대한 관건이다.

 


그동안 북은 비핵화를 공식적으로 거부한 적이 없었다. 북한이 비핵화가 무엇이냐를 따져봐야 한다. 첫 번째로 과연 한미일이 얘기하는 비핵화와 같은 가이다. 김정은이 얘기하는 것은 CVID에 기반 한 한반도 비핵화라기보다는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넘어 미국의 대북 핵위협까지 해소되는 비핵화를 얘기할 수 있다.

이번에도 비핵화 문제 협상이 들어가면 한미일은 CVID를 요구하고 있지만 북은 패전국한테나 씌우는 개념이라고 반발할 가능성이 높다. 더욱 한미양국이 능동적, 적극적 태도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한미 공통은 비핵화이기 때문에 한미 양국공동의 해법을 만드는 것이 굉장히 절실해졌다. 정부에서 그걸 준비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번 기회에 통일철학에 대해 듣고 싶다.

중요한 것은 물리적인 시간이 아니다. 지금 6.15 정상회담 이후로 18년이 지났다. 만약 6.15 합의사항들이 지속됐다면 완전한 통일을 100이라고 놓고 볼 때 한 40~50 정도는 와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제로가 되어버렸고, 통일이 될 가능성이 없다는 얘기도 늘어났다.

10년을 만나서 연애를 해도 결혼 못하는 커플도 많이 있고 두어 달 만나서 결혼해도 잘 사는 커플이 있다. 그만큼 물리적인 시간이 아닌, 화학작용의 과정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예컨대 과정으로서 통일이라고 본다. 통일을 100이라고 볼 때 평창 대회를 통해 10정도 왔다고 보자, 이게 또 개성공단 정상화하고 평화협정 체결하면 50정도 왔겠구나, 여기에 북미관계가 정상화되고 남북관계에서 낮은 단계의 연방제 등으로 나아가면 70정도 왔구나, 이러다보면 부지불식간에 100까지 간다. 즉 과정상으로서의 통일이 중요한 것이지, 목표지점까지 잡고 이때까지 통일하자 하면 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 않다.

▶평화네트워크 단체에 대한 소개와 활동 계획이 궁금하다.

한반도문제에 대한 의사소통의 활성화와 올바른 여론형성을 도모해 물리적인 냉전구조 못지않게 고착화된 냉전적 의식구조를 극복하고, 자유롭고 평등한 평화공동체 실현에 기여함을 목표로 한다. 이처럼 소수의 담론을 우리의 언어로, 평화를 만드는 작지만 큰 힘을 보여주자는 취지를 안고 1999년 9월 10일 창립했다.

북한에 대한 고정화된 부정적 이미지와 함께 무관심과 혐오감이 젊은 세대에게 확산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평화네트워크는 이러한 문제의식에 기초해서 일반시민·학생들이 북한·평화·통일 문제에 대해 자유롭게 얘기하고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의 마련을 통해 ‘시민적 담론’을 형성해나가고 있다. ‘평화’는 가장 절실한 가치가 되고 있다. 평화네트워크의 활동이 평화운동이 뿌리를 내리고 결실을 맺는데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할 예정이다.

윤진석 기자38tongil@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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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3/15 [14:59]  최종편집: ⓒ 통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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