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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들 향후 통일준비의 역량으로 차근차근 키워야”
김성초 이북5도위원회 강원도사무소장
 
통일신문 기사입력  2018/03/15 [15:23]

강원도는 유일한 남북분단 행정도(道)이다. 1945년 8월 해방을 맞아 북한에 김일성 공산독재정권이 들어섰다. 그 속에서 온갖 정치·경제적 탄압을 참다못해 1953년 7월까지 남하한 사람들이 실향민이다. 전국에서 실향민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오죽했으면 강원도에 ‘속초 아바이 마을’이 있을까?

이제나 저제나 고향 이북으로 귀향할 날을 기다리며 그 소원을 하늘나라까지 갖고 가는 실향민이다. 그들의 평생 마음고생을 곁에서 지켜보고 자란 후손들이 대를 이어 망향의 한을 품고 오늘의 분단 세상을 속수무책으로 살아간다.

1950년 6월 김일성의 전체 한반도 통치 야망으로 발발한 한국전쟁이다. 무려 200만 명이 사망했다. 그 끔찍한 전쟁은 휴전(1953년 7월)되었고 이후 지금도 계속 내려오는 이북 사람들이 바로 탈북민이다. 잔인한 독재사회인 북한에서 진정한 자유사회인 남한으로 내려 온 시기만 다를 뿐 똑같은 실향민이다.

얼마 전 있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한 북측선수단, 응원단, 예술단 등 500명 남짓의 북한주민들이 강원도에 1~3주가량 머물고 갔다. 그들은 신변안전상 통제된 생활하다 갔지만 자유의 감정은 느꼈을 것이다.

북한주민도 나름이다. 지옥의 독재정권을 뛰쳐나온 실향민과 탈북민들. 그 독재정권을 지키려는 방남 한 북한주민들, 세상은 요지경이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더욱 찹찹해진 강원도 거주 실향민과 탈북민들의 애환을 들으려 이북5도위원회 강원도사무소를 찾아 김성초 소장과 마주 앉았다. 

▶자신을 소개해 달라.

1952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형제는 배다른 형님 한 분이 있다. 서울에서 휘문고등학교와 건국대학교 축산과를 졸업하였다. 이후 주식회사 ‘일양약품’에 정규직원으로 취업했고 강원도지점에 자원해 근무했다.

1980년에 결혼을 하였고 그 뒤 주식회사 ‘매일약품’을 설립하여 경영하였다. 아는 게 힘이라고 늦은 나이에 공부를 더해야겠다는 욕심이 들어 강원대학교 사범대학 교육학과를 졸업하였고 교육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부모님 고향이 어딘가?

부친(김경엽)은 평안남도 순천군 태생인데 6·25전쟁 때 아내와 두 아들을 데리고 남한으로 내려오다 포격에 아내와 둘째 아들은 잃었다. 그 충격으로 부친은 한동안 ‘벙어리’가 되었다고 한다. 그래도 산 사람은 살아야 하겠기에 남한에서 평양태생의 처녀(박동화)를 만나 재혼하였다. 두 분 사이에 내가 태어났다.

부모님은 전쟁이 끝난 후 서울 영등포에서 목재상을 운영하였고 이후 종로에 ‘평양냉면집’을 차렸다. 제법 장사가 잘되 빌딩을 사기도 했다. 당시 부친은 6~7살인 내 손을 잡고 ‘이북고향모임’에 자주 나가셨는데 어르신들이 술만 드시면 고향에 두고 온 처자식 소리로 눈물을 훔치던 것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유년시절 유복하게 자랐겠다.

모든 실향민들이 그러하듯이 부모님도 금의귀향 생각으로 열심히 사셨다. 그 덕에 나는 유년 시절 남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유복하게 자랐다. 부친은 내가 12살 때 고혈압으로, 모친은 지난 2009년에 각각 하늘나라로 가셨다.

부친은 어느 휴일 대중목욕탕에서 목욕을 하던 중 혈압이 터져 돌아가셨다. 모친은 어느 날 밤에 주무시다가 식도가 막혀 돌아갔으니 두 분 모두 자식들에게 아무런 고생도 전혀 시키지 않고, 하늘나라로 조용히 떠나셨다.

 

부친(김경엽) 평남순천군서…6·25전쟁 때

아내와 두 아들 데리고 남한으로 내려와

6~7 살인 내 손잡고 ‘이북고향모임’ 나가

어르신들 술 드시면 고향 두고 온 처자식

그리며 눈물 훔치던 것 지금도 눈에 선해

 

▶어쩌면 축복이 아닌가?

그렇다고 본다. 나는 천주교 신자다. 때로는 성당에서 미사시간에 곰곰이 생각해보면 부모님이 그렇게 편하게 돌아가신 것은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좋은 일 많이 하라’는 뜻이 아닌가 싶기도 한다. 주변을 보면 노부모 병치레에 거금을 쓴 사람들이 많다. 나는 그런 돈 안 썼으니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자주 낸다.

▶젊은 시절 서울에서 춘천으로 내려왔다.

당시 서울에서 지방으로 내려오는 사람은 드물었다. 20대 후반인데 하경한 이유가 있었다. 서울에서 우리 집은 다른 집에 비해 식솔이 적어 조용했다. 그럴 바에는 한적한 시골이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 강원도로 내려왔다.

지금은 동계올림픽 영예를 안을 만큼 춘천이 서울 못지않게 도시가 발전했지만 당시만도 비포장도로에 허름한 집이 많았다. 그때 모친은 서울에서 춘천으로 내려온 나를 보고 미쳤다고 했다.(웃음) 올해로 강원도 살이 38년째이다.

▶이북5도위원회 강원도사무소는 어떤 곳인가?

전국의 15개 시·도에 사무소가 있다. 행정안전부 소속 이북5도위원회 산하이다. 하는 역할은 실향민과 탈북민들의 상호교류와 일자리 나누기, 고향관련 행사, 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행정지원 등을 한다. 1세대 실향민과 탈북민 뿐 아니라 그 자손들인 2세, 3세들에게도 애향정신 및 나라사랑 교육을 한다.

이북5도위원회 산하 전국의 15개 시·도 사무소는 한국전쟁 휴전 이후 관계법령에 의해 생긴 것으로 역사가 꽤나 오래되었다. 그동안 실향민들 대상으로 업무를 보다가 2000년 이후부터 탈북민 대상 업무도 함께 보고 있다.

이전에는 15개 시·도 사무소장을 이북5도위원회 관계자들의 추천으로 이뤄졌는데 3년 전부터 공개채용 제도로 바뀌었다. 나는 2016년 6월 30일 행전안전부 공채 1기로 임명되었다. 임기는 3년이고 1회 연임이 가능하다.

 

실향민과 탈북민들 상호교류와 일자리 나누기

고향 행사와 생활에 도움 줄 수 있는 행정지원

1세대 실향민과 탈북민 뿐 아니라 자손들 2세

3세대에 애향정신 및 나라사랑 교육하고 있어

 

▶업무활동을 구체적으로 소개해 달라.

현재 강원도 북부·남부하나센터(통일부 산하), 남북교류센터(지자체 산하)와 업무를 협력하고 있다. 분기에 한 번씩 위 단체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그리고 우리 사무소 등 4개 단체가 탈북민 정착 지원관련 회의를 한다.

강원도청 관할에 ‘북한이탈주민지역협의회’가 있다. 회장은 강원도청의 현직 국장이 맡고 있다. 내가 위원으로 여기서도 탈북민 정착지원에 관한 여러 가지 문제들을 심오하게 토의하고 철저한 대책마련을 세우고 있다.

▶작년에 있은 탈북민 관련 업무 성과는

작년 4월 실향민, 탈북민 10쌍 가족이 자매결연식을 맺었고, 8월에는 실향민, 탈북민 평화통일교육 및 만남의 날을 가졌다. 10월에는 ‘2017 강원도 평화통일 페스티벌’을 진행했는데 여기서 특이한 것은 위성지도를 활용한 실향민 고향 찾아주기였다. 추석을 맞아 실향·탈북민 합동망향제를, 11월에는 김장나눔 행사를 진행했다.

▶또 어떤 일이 있었나?

작년 11월에 ‘강원지역 우수 결연가족 초청행사’를 진행하였다. 여기서는 ‘남북요리 대전’을 하였는데 개성 있는 창작요리 및 대중이 좋아할 음식을 만들어내는 방식이었다. 12월에는 ‘재강원 실향민 문화축전’을 하였는데 여기서는 이북5도 전통 민속계승 주제의 작품전시회, 안보강연, 편지글 낭송 등이 있었다.

 

강릉 컬링경기장에서 남자 3,4위전 응원

버스 2대 빌려 실향민, 탈북민 80명 참가

북에서 내려온 응원단을 가까운 거리에서

목격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마음이 짠해

 

▶평창올림픽을 응원한 소감은…

2월 23일 강릉컬링경기장에서 남자 3,4위전 응원을 하였다. 춘천에서 버스 2대를 빌려 실향민, 탈북민 80명이 참가하였다. 북한에서 내려온 응원단을 가까운 거리에서 목격하였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정말로 마음이 짠했다.

수일간 내내 꽉 째인 통제 속에 갇혀 있는 북한응원단원들을 보면서 한 편으로는 예쁘다는 생각도 들지만 또 다르게 생각하면 참 불쌍하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남한에 와서 자유의 숨결을 조금이나마 느꼈을 것이다.

▶올림픽 기간 정부의 대북 저자세는 어떻게 보았나?

많은 국민들 특히 20~30대 연령대에서 이번 올림픽 때 정부의 대북 저자세에 눈살을 찌푸리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느낀 2030세대의 통일열망은 의외로 높았다. 통일되기가 어려워 그렇지 일단 되기만 하면 가장 좋아할 세대가 바로 그들일 것이다. 누구보다 청년들에게 꿈과 희망이 많지 않은가?

 

상반기 중 휴전선 평화의 길 걷기 행사예정

매주 화요일마다 인문학 강좌…건강, 음악 등

다양한 부분 배울 수 있어 실향·탈북민 기대

하반기 춘천 MBC공개홀서 노래자랑 계획

 

▶올해 계획업무 일부를 말해 달라

작년에 이어 올해도 상반기 중에 휴전선 비무장지대(DMZ) 평화의 길 걷기 행사를 하려고 한다. 매주 화요일마다 인문학 강좌를 준비하고 있다. 여기서는 건강, 취미, 음악, 공연 등 다양한 부분을 배울 것이다. 작년처럼 하반기에는 춘천MBC공개홀에서 실향민과 탈북민이 함께 하는 노래자랑을 할 계획이다.

▶강원도에 실향민과 탈북민 현황은

2017년도 기준으로 속초시, 원주시를 비롯하여 강원도 18개 시·군에 모두 45만 여 명의 실향민이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물론 실향민 자손인 2세, 3세까지 포함한 숫자이다. 1세대는 모두 나이가 80세 전후의 고령이다.

강원도 거주 탈북민은 원주에 290여 명, 춘천에 230여 명 등 모두 1000명을 가까이 하고 있다. 탈북민 정착교육기관인 하나원에서 강원도로 임대주택을 배정받아 오는 사람도 있고 타 지역에서 살다가 귀농귀촌으로 오는 탈북민도 있다.

▶특별히 자랑할 만한 것은

조금 쑥스러운 소리지만 작년 행전안전부 소속 이북5도위원회 산하 전국의 15개 시·도 사무소 지도점검에서 우리 강원도사무소가 최우수 표창을 받았다. 소장인 내가 조금 노력한 점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도내 거주하는 실향민과 탈북민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모든 행사에 열심히 참가하였기 때문이라고 본다.

▶실향민들을 보면 무슨 생각이 드나?

1세대 실향민은 대부분 하늘나라로 가고 남은 사람도 많지 않다. 수년 뒤 이 땅을 떠날 분들인데 평생 고향을 그리는 한을 품고 산다. 남북이 형식상의 이산가족상봉은 그만하고 생사확인 서신 및 물품교류 등을 하였으면 좋겠다.

고향에 두고 온 가족이 굶어죽는데 실향민들이 먹는 밥은 아마도 모래와 마찬가지일 것이다. 여기서 남아도는 쌀을 정치적 계산 없이 북녘의 우리 동포들에게 주면, 또 그것을 북한당국이 조건 없이 받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렇게 안 되는 이유는 뭐라고 보나?

남과 북의 통치자들이 분단을 체제유지에 이용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절대 1인 독재국가이니 그것이 당연하겠지만, 자유민주국가인 여기 남한에서는 정치인들이 남북문제를 정쟁과 당리당략으로 이용하니 애매한 국민들만 속이 타는 것이다. 정권이 바뀌어도 대북정책은 바뀌지 않는 제도적 장치마련이 시급하다.

 

휴전선 민통선 내 남북한체육학교 만들고

유능한 체육인재 양성이 희망…중앙정부

지자체 주는 탈북민 관련 예산 너무 적어

지역 특성에 맞게 벌이는 창업지원 절실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남북한 당국이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화해무드가 조성되면 이산가족문제를 가장 먼저 신경 써주었으면 좋겠다. 그 일환으로 휴전선 민통선 안에 남북한체육학교를 만들고 거기에서 유능한 체육인재를 양성했으면 바란다.

또한 중앙정부에서 지자체에 주는 탈북민 관련 예산이 너무 적다. 탈북민들이 지역사회의 특성에 맞게 벌이는 북한관련 창업, 수공업, 요식업 등에 지원이 절실하다. 적은 지자체 직원의 도움으로는 너무나 큰 한계가 있다.

▶김 소장이 보는 탈북민 철학은 뭔가?

야만적인 북한 독재정권의 자유억압에 분노하여 굶주림을 참다못해 목숨 걸고 남한으로 내려온 탈북민들은 분단과 통일시대의 영웅들이다. 대한민국 정부가 국내 들어와 있는 3만 탈북민들을 향후 통일준비의 역량으로 차근차근 키워야 한다. 분명 통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며 사람준비가 곧 통일준비이다. 림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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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3/15 [15:23]  최종편집: ⓒ 통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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