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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이] 달빛 속에 촉혼은 운다
두견새울음 구슬픈데 산에 달은 나직이 걸렸더라 (263)
 
통일신문 기사입력  2018/03/15 [15:32]

밥상이 들어와서 매향이가 도맡아 시중을 드는데 진이도 그냥 앉았기가 무류해서 생선찜의 가시를 골라내기 시작했다. 희열은 일변 밥을 먹으며 일변 진이한테 말을 건늬며 아주 서글서글했다.

“너 요즘 려성위대감댁 소식을 들었느냐?”

“아니요.”

“그럼 그 댁 풍파를 여적 모르겠구나.”

“그 댁 풍파라니요?”

“려성위대감께서 열일곱 난 녀종을 상관하셔서 임신을 시키셨다는구나. 무슨 이름을 풍가이라고 부른다든지...그걸 공주님께서 아셨으니 큰 사달 아니냐? 대궐에 기별이 들어가자 상궁이 무수리들을 끌구 나와서 풍가이라는 계집종을 매질했는데 첫날에 물고가 나구 말았다는구나. 어쨌든 서울에서 역모사건 다음으로 이야기거리가 그게라더라. 칠순에 가까운 로인이 망녕이시지.”

“나이가 무슨 상관이예요? 팔순에 이른 로인두 근력만 좋으면 열다섯 살짜리 동기의 치마끈을 푸는데요.”

하고 매향이가 먼저 말을 받는데 진이는 희열의 얼굴을 빤히 건너다보며 생그레 웃었다.

“사또께서두 칠순에 이르러보십쇼. 그때 그런 짓이 망녕인지 아닌지 아시게 될 테니까요.”

“너 그 대감을 몇 번 모시더니 아주 내놓구 두둔을 해드리는구나. 아서라. 그 대감께서 아직두 너를 못 잊어하시는가 본데 자칫하면 너두 풍가이라는 계집종 신체처럼 되느니.”

“어차피 쇤네나 매향언니나 그런 가련한 신세를 면치 못할걸입쇼.”

희열은 어딘가 수심에 잠긴 듯한 진이의 아름다운 얼굴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밝고 명랑한 재기가 끓어 넘칠 때의 진붉은 홍매의 매력도 짝이 없는 것이지만 수심에 잠긴 아름다움은 창백한 달빛 아래 외롭게 피여 있는 백매의 꽃정과 같은 것이였다. 바로 이런 때면 희열이가 그토록 자기의 것으로 만들기를 바라는 진이의 신비한 넋이 수심이 어린 눈빛의 광채를 타고 은근히 밖으로 새여나오군 했다.

악몽 속을 헤매는 동안은 당장 발잔등의 불이 급해서 어느 정도 진이에 대한 용심을 잊어버릴 수 있었는데 눈앞에 앉아 있는 그 아름다움을 건너다보자니 갑자기 야릇한 정념이 불길처럼 치솟아 오르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아름다운 계집을 길들인다는 건 암범을 길들이는 것만큼이나 어렵다는 말이 있지. 그래두 암범은 어렵다구 해두 길들일 수 없는 건 아닌데…근데 저년은 암범이라기보다 짜장 악귀거든. 그렇지 않으문 어느 보살의 후신이던가. 길들이려다가 오히려 길들여지겠단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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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3/15 [15:32]  최종편집: ⓒ 통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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