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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문인 작품 많이 읽히길 기대…인간 그리는 문학예술 통일 기여”
[통일을 실천하는 사람들] 첫 소설집 발간한 도 명 학 탈북작가
 
통일신문 기사입력  2018/10/04 [17:04]

2012년 9월 대한민국 경주에서‘제78차 국제펜대회’가 열렸다. 여기서 공식적으로 탄생한 ‘망명북한펜센터’는 탈북문인들을 국제사회가 인정했다는 것이며 이는 김정은 독재정권에 큰 불편함이 된다.

남한에 현재 탈북민단체가 수십 개 되며 이중 유일하게 국제기구에서 인정한 단체가 바로 ‘망명북한펜센터’이다. 국제펜클럽은 1921년 영국에서 설립되었고 세계 114개국 문인단체가 가입되어 있다.

국제펜은 독재국가의 작가단체를 인정하지 않고 대신 독재국가를 벗어난 사람들의 문인단체를 인정하되 그 나라국호 앞에 ‘망명’자를 붙여준다. 세계 작가들의 ‘UN’이라 불리는 국제펜은 정치적 검열을 반대하며 박해, 투옥, 살해되는 작가들의 목소리를 대변한다.

‘망명북한펜센터’의 회원인 탈북 작가들은 잔인한 북한독재정권에서 벌어지는 반인륜적 범죄행위를 직접 체험한 당사자들로 총보다 무서운 글로써 세상에 알리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7년 전 ‘제78차 국제펜대회’에서 탄생한 ‘망명북한펜센터’의 창립멤버이며 초대 사무국장을 역임한 도명학 작가가 최근 소설집 ‘잔혹한 선물’을 발간했다. 도명학 작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자신을 소개해준다면…

양강도 혜산에서 1965년에 태어났다. 부친은 양강도인민위원회(도청) 간부였고 모친은 의사였다. 삼형제 중 맏이다. 학창시절부터 문학을 좋아했다. 전국 글짓기경연대회에 나가 실력을 인정받았고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해 김일성종합대학에 보내라고 한 김정일의 지시로 김일성종합대학 조선어문학부에 입학했다. 운이 좋았다.

꼭 최고의 작가가 되겠다는 꿈이 있었다. 자부심도 컸고 잘 나간다 했는데 재학 중 예상치 못한 퇴학조치를 받았다. 부친이 보위부에 연행되어 간 것이 이유다. 부친의 죄명이 무엇인지 낭설만 있을 뿐 정식 통보받은 적이 없고 35년이 지난 현재까지 생사를 전혀 모른다. 그러니 제사를 지낸 적도 없다.

▶이후 무슨 일을 하였는가?

1983년 양강도 초단파통신중계관리소(TV중계 및 통신시설 관리업체)에 배치 받았다. 이것도 평양에서 대학 공부했기에 좀 나은 직장으로 배정받은 거다. 2년 뒤 혜산방직공장 전기기술자로 이직을 했고 1996년까지 일을 하였다.

혜산방직공장 시절부터 간간히 글쓰기를 하였다. 시 ‘이들은 어디에 있는가?’로 전국 군중문학 작품현상모집(남한의 신춘문예)에 당선되었고 이를 계기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이때부터 2004년까지 모두 100편 가까이 되는 시를 ‘량강일보’, ‘근로자’, ‘조선문학’, ‘노동청년’, ‘문학신문’ 등 각종 잡지에 발표했다.

▶김 씨 정권 비판내용의 작품을 썼다는데…

시 ‘곱사등이들의 나라’ 인데 여기서 곱사등이(허리가 구부러진 사람)는 배가 고파 굶주림에 시달리며 수령과 노동당권력에 허리가 구부러진 비참한 인민들을 말한다. 발표를 하려고 쓴 것은 아니고 일종의 습작인데 어느 날 집으로 놀러 온 친구(사진가)가 그걸 보고 사진을 찍어 고스란히 보위부에 보고하였다.

이후 자강도보위부로 이송이 되어 4개월간 혹독한 문초와 고문을 받았다. 2004년 11월 고향인 양강도 보위부로 이송되었다. 2006년 7월 석방되었고, 그 해 9월 압록강을 넘어 중국에서 한 달, 태국을 거쳐 12월 남한에 입국했다.

 

시 ‘곱사등이들의 나라’ 굶주림에 시달리며

수령과 당 권력에 허리 구부러진 인민 표현

발표를 하려고 쓴 것은 아니고 일종의 습작

친구가 사진 찍어 고스란히 보위부에 보고

자강도보위부에서 혹독한 문초와 고문 받아

2006년 7월 석방되자 9월 압록강을 넘어

중국에서 한 달, 태국 거쳐 12월 남한 입국

 

도명학 작가는 2007년 4월 하나원을 나왔다. 그해 5월부터 황장엽 선생이 이끄는 ‘북한민주화위원회’에서 통일교육부장으로 일했다. 황 선생은 평양에서 김일성종합대학 총장이었다. 도 작가는 서울에 와서 황장엽 선생을 모시고 일한다고 생각하니 나름 영광스러웠다고 한다. 그들은 스승과 제자이기 전에 통일동지였다.

도 작가는 2009년부터 탈북지식인들의 단체인 ‘NK지식인연대’ 출판부장으로, 2011년부터 사무국장을 역임했다. 이후 ‘망명북한펜센터’ 부이사장 겸 사무국장으로 활동을 하였으며 이때부터 다시 본격적 으로 문학창작의 시간을 갖게 되었다. 국제작가대회에 두 번이나 참석하였으며 많은 국제행사에서 북한인권을 호소하였다.

3만 탈북민 사회에 기자를 포함하여 작가들이 대략 30명 안팎으로 있다. 책 한 권 이상을 쓴 사람을 꼽으라면 그 보다 더 많다. 문제는 책이 출간되어 만들어지는 것보다 독자들에게 알려지고 읽혀지는 것인데 그게 쉽지 만은 안은 것이 현실이다. 도명학 작가는 꾸준한 집필로 잡지, 인터넷신문 등에 원고를 투고했다.

▶이번에 낸 ‘잔혹한 선물’은 어떤 책인가?

북한사회에서 형성된 삶의 방식과 생활의식을 구체적으로 제시함으로써 이해의 계기를 마련한 제2의 분단문학의 위상을 정립한 소설이다. 북한에서 수령의 하늘같은 사랑의 ‘선물’이 정작 보통주민들을 더 극한적인 상황으로 몰아가는 현실을 담은 것이다. 소설집 안에는 모두 7개의 단편소설이 들어있다.

▶몇 개 제목을 설명해준다면…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려 비정해지는 사람들을 그려낸 ‘정 아바이네 집’, 말로만 듣던 정치범 수용소의 비인간적 실상을 드러낸 ‘생일’, 역설적 상황 전개를 통해 북한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보여주는 ‘재수 없는 날’ 등이다.

▶이번 소설집의 의미는 뭔가?

북한에서 작가로 살아가는 지식인들의 절망을 그린 ‘책 도둑’ 등 본 작품에서 만날 수 있는 인물들은 낯선 타자이면서도 어쩐지 익숙하게 느껴질 것이라고 본다. 정치나 이념의 문제를 떠나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현실을 수용하고 그들을 이해하는 계기를 마련해준다는 것이 이번에 낸 소설집의 의미이기도 하다.

 

‘잔혹한 선물’은 북에서 형성된 삶의 방식과

생활의식 구체적으로 제시 이해의 계기 마련

제2의 분단문학의 위상을 정립한 소설로

수령의 사랑의 ‘선물’이 정작 보통주민들을

더 극한 상황으로 몰아가는 현실 담은 것

소설집 안에는 7개의 단편소설이 들어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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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옥은 창수와 함께 구루마를 끌자 확실히 수익이 올라갔다. 자기는 주로 손님만 붙잡았다. 끄는 것은 창수 몫이었다. 금옥은 창수가 힘들든 말든 상관없이 무작정 많은 짐을 붙잡아 왔다. 그저 고삐만 당기면 되는 부림소로 여겼다. 둘이서 수익을 7:3으로 나눈다는 것을 알게 된 다른 구루마꾼들은 기가 막혀 금옥을 비난했다.

금옥이 구루마는 ‘7:3 구루마’ 라고 별명이 붙었다. 그래도 구루마 덕분에 배라도 불리고 집에 강냉이국수 한두 사리라도 사들고 들어가게 돼 창수는 피착취 계급의 삶에 길들여지기 시작했다. 금옥이 역시 자기의 노동력 착취를 당연한 이치로 여기기 시작했다. 자기 덕에 창수가 먹고 산다고 생각했다.

대학 시절 자본주의 정치경제학에서 이론으로만 배웠던 잉여가치법칙을 실험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래. 세상은 달라지고 있는 거야. 뭐 나더러 7:3 과부라고? 웃기지들 마라. 금옥은 사회주의가 다시 돌아오지 않을 만큼 멀리 지나간 것만 같았다. (‘재수 없는 날’, 19~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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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국가적으로 중요한 공사는 말이야. 지원 물자가 자주 오기 마련이거든. 옛날부터 그래왔으니까. 그런데 내가 좀 겪어봐서 아는데 지원 물자도 지원 물자 나름이야. 말하자면 오늘 같은 경우엔 꾀병을 부리든 어쩌든 핑계를 대고 빠지는 게 낫단 말이야. 많든 적든 일단 사랑의 선물이라고 이름 붙은 걸 먹으면 그 값을 몇 갑절 해야 되거든. 글쎄 먹어 없어지지 않는 옷이나 물건 같은 거라면 받는 게 낫지.

나중에 장마당에 내다 팔아도 돈이 되니까. 근데 아까 화구 당번이 말하는 걸 들으니 오늘은 과일 먹었다면서? 음, 그랬군. 덜덜 떨며 한입씩 뜯어 먹는 걸 사진 찍어 간수했다 이담에 보면 참 재밌겠는데. 흐흐. 생각만 해도 웃긴다. 그래 그거 몇 입 뜯어 먹고 야간작업하니 기분이 어때?... (‘잔혹한 선물’, 8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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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고 그렇게 굴러갈 것 같던 세상이 어느 때부턴가 흔들흔들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식량 배급이 하루 이틀 밀리더니 몇 해 지나선 아예 뚝 끊겨버리고 말았다. 온 나라가 아우성으로 뒤덮였다. 사람들이 굶어 죽기 시작했다. 나라에선 일시적 위기라고 했지만 끝이 보이지 않았다.

나라에서는 급기야 ‘고난의 행군’이라고 명명했다. 사람들은 장마당으로 나가고 산에 올라 뙈기밭을 만들었다. 그래도 작가는 속수무책이었다. 굶는 끼니가 먹는 끼니보다 더 많았고 아침을 굶고 나선 출근길에 다리가 후들거렸다. 부인은 참다못해 나라에서 선물 받은 텔레비전이며 냉장고를 팔아서 장사 밑천을 마련했다. 하지만 장사란 잘하는 사람이 따로 있었다. 아무리 애를 써도 어찌된 판인지 거꾸로 밑지는 장사만 해댔다. 거기다 남에게 잘도 속아 넘어갔다. 서로가 잡아먹는 사생결단의 백병전에서 사기도 여러 번 당했다. 그러다 보니 돈 될 만한 물건은 죄다 팔아먹어 집 안은 서발 막대기로 휘둘러도 거치는 데 없이 되어버렸다.

하루하루 살아 있는 게 기적이었다. 이 지경이 되면서 부인의 눈에서 콩깍지가 벗겨졌다. 작가? 그게 뭔데. 소설? 다 거짓말이잖아. 고픈 배가 데모를 해대는데 무슨 글을 쓰느라 주구장창 책상에서 저럴까. 차라리 막일하는 노동자가 훨씬 나았다. (‘책 도둑’, 138~139쪽)

▶향후 어떤 소설을 계획하고 있나?

앞으로 가급적이면 리얼리즘 소설 위주로 가고자 한다. 북한 현실에 생소한 독자에게는 리얼리즘 작품이 공감을 주는데 가장 효과적인 수단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내용 면에 있어서는 증언과 고발에 머무는 한계를 극복하고 이념 강조, 정치적 목적, 지엽적 소개 등에 편중되는 것을 피하며 개성이 독특하고 남과 북, 세계인이 함께 느낄 수 있는 보편적 인간상을 그리는 데 노력하겠다.

▶‘탈북문학’과 ‘북한현실문학’이 어떻게 다른가?

‘북한현실문학’이란 표현은 내가 처음 쓰기 시작했다. ‘탈북문학’은 주로 탈북자를 다루지만 ‘북한현실문학’은 북한내부를 다룬다는 점이 차이다. 나는 북한현실 작품을 쓸 때 화자를 탈북자가 아닌 북한 현지인의 위치에 세우는 것을 선호한다.

불가항력적인 여건으로 인해 ‘북한현실문학’이 어쩔 수 없이 남한에서 창작되지만 그것이 북한 독자들이 진짜로 읽고 싶은 작품이 되어 위로가 되고 깨우침이 되고 소망을 주기 바란다. 또한 남한 독자들과 세계인에게도 납득이 되고 보편적 공감을 일으키는 ‘통일문학’, ‘뉴코리아문학’을 지향한다.

 

‘북한현실문학’이란 표현 처음 쓰기 시작

‘탈북문학’은 주로 탈북자를 다루긴 하지만

‘북한현실문학’은 북 내부 다룬다는 점 차이

북한현실 작품 쓸 때 화자를 탈북자가 아닌

북한 현지인의 위치에 세우는 것을 선호 해

 

▶앞으로의 창작계획이 궁금하다.

계획을 미리 세우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계획을 세우고 글을 쓰다보면 스스로의 부담감에 떠밀려 작품이 자연스럽게 써지지 않는다.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을 만큼 떨리는 감흥이 느껴질 때 그 때 쓰면 쉽고 빠르고 자연스럽게 써지는 경험을 많이 했다. 그래서 쓰고 싶을 때라야 쓴다. 청탁이 들어올 때는 쓴다.

큰 틀에서 계획을 말한다면 오래전부터 구상한 장편소설을 시작하려고 한다. 단편도 틈틈이 써서 2~3년 안에 또 소설집 한 권 묶어내겠다. 산문집도 낼 계획이다. 이미 써놓은 원고가 너무 많아 추려서 묶으면 될 것 같다.

▶책을 내면서 고마운 분들이 있다면…

소설가 이정 선생, 문학평론가 방민호 서울대학교 교수, 전 국제PEN한국본부 이사장 이길원 시인, 한국소설가협회와 통일문학포럼 작가들에게 감사드린다. 그리고 ‘잔혹한 선물’ 출간에 힘써주신 박덕규 단국대학교 교수께 인사드린다. 곁에서 늘 책을 내라고 독촉해준 림일 작가에게도 고마운 마음이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뭔가?

탈북문인들의 작품이 많이 읽히는 환경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국문단이 많이 도와주길 바란다. 출판·언론계에도 같은 바람이다. 통일이라는 것이 남북정상끼리 선언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사람의 통일, 정서의 통일이 진짜 통일이다. 인간을 그리는 문학예술이 통일에 기여해야 할 분야이다. 림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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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10/04 [17:04]  최종편집: ⓒ 통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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