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 2019.03.20 [08:01]
로그인 회원가입 아이디/비번 찾기
정치  경제  군사/외교  사회/NGO  탈북민  인터뷰  통일교육  오피니언  북한풍물기  생활/문화
오피니언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던 북한 ‘그래픽 디자인’
[민시내의 통일문예전공도기-2]
 
통일신문 기사입력  2019/01/03 [12:46]

서랍을 뒤적이다 부모님의 옛 사진들을 발견했습니다. 귀한 유물 같은 사진들이죠. 뽀얗고 앳된 얼굴로 사자 같은 파마머리(일명 미스코리아 머리)를 한 어머니와 긴 장발머리에 나팔바지를 입고 활짝 웃고 있는 아버지의 모습에서 제가 살아보지 못한 영광의 80년대에 대한 진한 향수를 느꼈습니다.

사진 몇 장이 참 많은 걸 말해줍니다. 시대상을 엿볼 수 있게 해주죠. 기록은 그래서 중요합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들, 하지만 알고 싶은 것들에 대해서 유추할 수 있게 해주니 말입니다.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영국에서 온 Made In 조선 북한 그래픽디자인展’에 다녀왔습니다.

니콜라스 보너 라는 영국인이 25년간 북한 여행을 해오면서 수집한 북한의 ‘이런 저런 것들’을 소개하는 전시입니다. 북한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것들을 전시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이번 전시의 컬렉션에는 주로 197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에 제작된 포스터, 일상생활용품, 문방용구 등이 포함되었습니다. 이 시기의 디자인은 수작업이 주를 이루는데요, 조선의 전통과 소비에트 시대 러시아 예술에서 영감을 받아 북한만의 독특한 스타일이 만들어졌다는 것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 전시는 저에게 꽤나 힙(hip)하고 뉴트로(New-tro)적이라는 느낌을 줬습니다. 힙 하다는 건‘고유한 개성과 감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최신 유행에 밝고 신선하다’정도의 뜻이고 뉴트로는 신(新)복고문화입니다. 밀레니엄 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를 필두로 젊은 소비층이 과거의 추억을 새롭게 재해석한 패션, 디자인, 음악 등에 열광하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전시는 그래픽 디자인의 ‘조선 스타일’이라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우리 한국인은 외국 것을 받아들이는데 아주 익숙합니다. 대한민국은 한국전쟁 이후 정말 빠르게 서구 문화를 흡수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세계화시대니까요.

하지만 북한은 다릅니다. 북한은 외부세계와 원천적으로 차단되어 있죠. 북한은 인민들에게 북한이 모든 나라 중에서 ‘으뜸’이라는 인식을 끊임없이 주입해왔습니다. 이는 북한 사람들 삶의 모든 요소에 있어서 깊게 침투해 있습니다.

한 낱 우표나 포장지 디자인에 있어서도 정부 기관의 상징, 그리고 전통적인 상징을 통해 그들의 자부심이 드러나고 녹아있습니다. 그래서 신기했습니다. 다분히 ‘서구화’된 사고방식과 시선을 가지고 있는 저에게 ‘조선 스타일’ 이라는 게 신선했거든요.

몇 년 전 영국 가디언지에 북한의 건축 인테리어 디자인과 색감이 흡사 웨스 앤더슨 영화감독의 작품들을 떠올리게 한다는 기사가 나와 화제가 됐던 적이 있습니다.

앤더슨 감독은 <문라이즈 킹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과 같은 대표작에서 특유의 파스텔 톤의 색감과 대칭적인 구도를 보여주는데요, 능라도 경기장, 창광산 호텔 내부를 찍은 사진을 보니 정말 앤더슨 감독의 영화 세트장을 보는 것 같습니다.

핵과 같은 핵-무거운(요즘 애들은 ‘핵’을 ‘엄청’이라는 강조의 뜻으로 씁니다) 이슈들을 잠깐 걷어내고 생각해보면, 북한은 너무나도 흥미로운 나라입니다. 저를 포함한 외국인들은 당연히 외부인의 시선으로 북한을 바라 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신기해하죠. 북한은 아직도 미지의 세계이니까요.

마치 박물관에 전시된 빗살무늬 토기를 보듯 북한의 과자 포장지나 경기 관람권, 만화책, 엽서 등을 살펴봤습니다. 그것들을 통해서 그들, 북한의 세계를 좀 더 알 수 있기를 바라면서 말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빗살무늬 토기를 사용했던 그들과는 달리 북한 사람들은 우리와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당연한 사실이 참 놀랍도록 신기할 따름입니다. 이런 전시로 한 번 쯤 더 생각해보게 됩니다. 아직은 가볼 수 없는 북한이라는 나라에서 나와 닮은 얼굴로 살아가고 있는 그들에 대해서요. 

트위터 미투데이 페이스북 요즘 공감
기사입력: 2019/01/03 [12:46]  최종편집: ⓒ 통일신문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제목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주간베스트 TOP10
배너
회원약관 개인보호정책 회사소개 한국통일교육학회 기사제보 보도자료
(140-806) 서울시 용산구 갈월동 85-3 남영빌딩 201호
(주)통일신문(TEL:02-701-8347 FAX:02-701-8345)
Copyright ⓒ 2007 unityinfo.co.kr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