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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열릴 그 날을 준비하면서…북한만의 모델 만들어야”
[민시내의 통일문예전공도기-3] 호치민에서 평양을 생각하다
 
통일신문 기사입력  2019/01/10 [14:27]

벌써 작년이 되어버린 지난 주 월요일인 2018년 12월 31일, 베트남 호치민에 갔습니다. 일주일간 달콤한 휴가가 주어졌거든요. 탄손누트 국제공항을 나서니 더운 김이 훅 끼쳐왔습니다. 28℃, 한국의 겨울에 비하면 감지덕지한 날씨죠.

두꺼운 롱 패딩을 벗어 한쪽 팔에 걸치고 마중 나온 베트남인 친구와 반갑게 포옹했습니다. 사실 호치민은 두 번째 방문입니다. 지난번에는 소위 ‘관광객 코스’를 돌았었죠. 그 때도 현지인 친구가 있었지만, 첫 방문이니 으레 들려야만 하는 그런 곳들을 많이 갔습니다.

이번에는 달랐습니다.‘핵인싸(강조의 뜻 ‘핵’과 ‘인싸’-‘insider’에서 파생한 단어로 무리의 중심부에서 적극적으로 어울리는 사람 정도의 뜻-를 합친 신조어)’처럼 놀았습니다. 제 친구 덕에 요즘 호치민에서 제일 잘나가는 인플루언서(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수십만 명의 구독자(팔로어)를 보유한 ‘SNS 유명인’)들과 만나고 또래들이 놀러 다닐 만한 곳들을 갔습니다. 베트남에서 인기가 남주혁 급이라는 연예인도 만났습니다. 새로운 경험이었죠. 저는 제 친구가 아니라면 딱히 그런 사람들을 만날만한 연줄은 없거든요.

요즘 인플루언서들은 신부유층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들이 행사하는 영향력으로 인해 누리게 되는 특권이 상당하죠. 호치민은 서울과 크게 다를 바 없어보였습니다. 젊은 세대들이 살아가는 방식에 있어서요. 물론 베트남의 물가수준은 한국보다 낮지만, 먹고 쇼핑하는데 딱히 문제가 없는 사람들이 정말 많아보였습니다.

하지만 길가 곳곳에서 하루 팔아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도 종종 보였습니다. 어딜 가나 더 잘 사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니까요.

비정부 빈민구호 단체 보르겐 프로젝트에 따르면 지난 30여 년 간 베트남의 빈곤율은 약 75퍼센트 하락했습니다.

하지만 경제발전에 따른 베트남의 빈부격차는 심화되고 있습니다. 지난 12월 부득담 베트남 부총리는 지니계수(Gini coefficient-한 국가 가계소득의 계층별 분배 상태를 측정하는 계수로써 소득 양극화를 측정함) 상승이 베트남의 빈부격차가 심화되었음을 보여준다며 우려를 표했습니다.

호치민을 누비며 문득 평양을 생각했습니다. 베트남에 호치민처럼 ‘잘 사는’ 도시만 있는 게 아니듯이 북한에도 마찬가지라는 걸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이제 남한 사람들의 북한, 평양에 대한 시각은 많이 바뀌었다고 봅니다. 이제 대중매체에서도 북한이, 평양이 얼마나 많은 발전을 이루었는지에 대해서 다룹니다.

장마당과 돈주 정도가 뜻하는 바는 이제 웬만한 사람들은 알겁니다. 하지만 저는 평양 이외의 북한이 궁금합니다.

앞으로 북한이 개방된다면 북한은 어떻게 바뀌어 갈까요? 지난해 남북미 정상회담이 연달아 개최된 이후로 향후 북한 경제의 개혁·개방 방식이 의논되며 베트남 식 발전모델이 자주 언급되었습니다. 도이머이(Doi Moi-쇄신)라고 불리는 베트남 경제 개혁·개방 정책은 체제전환의 성공적인 사례로 꼽히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시각도 있습니다.

지난해 6월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1회 아주 한반도 국제회의에 참석한 세계은행, 아시아개발은행,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등 국제개발금융기구 고위관계자들은 북한이 중국·베트남·싱가포르 등 다른 아시아 국가의 모델을 그대로 답습하기 보다는 북한만의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열릴 그 날을 준비하면서요.

호치민에서 마음 한편에 작은 소망의 씨앗을 심었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제가 누리고 있는 것들, 자유를 누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이요. 더 못 가진 사람들이 불쌍해서가 아닙니다. 모든 사람들은 삶이 허락하는 한 최선의 것들을 경험할 자격이 충분이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북한의 곳곳이 호치민처럼 활기차고 즐거운 곳으로 바뀌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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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1/10 [14:27]  최종편집: ⓒ 통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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