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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꽃 보듯 보렵니다
[민시내의 통일문예전공도기-9] 타인을 공감하는 일이 그토록 중요한 이유<下>
 
통일신문 기사입력  2019/04/11 [14:31]

꽃피는 봄이 왔습니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꽃놀이가 한창이네요. 괜스레 마음만 방방 뜨는데 책상 앞에 매인 몸으로서 눈 깜박할 새에 피고 질 벚꽃을 서운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그래도 괜찮아, 하는 것은 또 내년이면 저 몽글몽글 가지에 맺힌 벚꽃들을 볼 수 있을 거란 걸 알기 때문입니다.

또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것, 혹은 또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안다면 떠나거나 떠나보내는 마음이 서럽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삶은 우리에게 그런 확실성을 허락하지 않을 때가 더 많다는 걸 이제는 알아요.

‘디아스포라(diaspora)’는 고향을 떠나 흩어진 사람들을 일컫는 말입니다. 본디 ‘이산(離散)’이라는 뜻의 그리스어로 팔레스타인 땅을 떠나 전 세계로 흩어진 유대인들을 가리키는 말이었고, 근현대 사회에 이르러서는 좀 더 폭넓은 의미로 사용되고 있지요.

이산, 헤어지고 흩어진다는 뜻이기에 어쩔 수 없이 슬픈 여운을 남기는 단어입니다. 남북한의 ‘이산가족’을 생각해봐도 그렇지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치르며 한반도의 수많은 이들은 이산을 강요당했습니다. 그 때문에 수많은 코리안 디아스포라가 형성 됐고요.

그 중에서도 고려인들의 강제이주 역사를 조명해볼까 합니다. 지난 3월 말, 서울에서는 ‘크로스오버 음악의 거장’이라는 수식어를 항상 동반하는 양방언과 국립국악관현악단의 협연이 있었습니다. 양방언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넘나들며 클래식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 온라인 게임, 다큐멘터리, 영화 등을 위한 작업을 해왔습니다.

딱히 음악에 조예 따위는 없는 제가 양방언이라는 이름 석 자를 아는 건 그 때문 이예요. 애니메이션 ‘십이국기’를 통해서 그의 음악세계를 알게 된 순간은 지금도 선명합니다. 하여 양방언과 디아스포라라는 조합을 듣자마자 빛의 속도로 티켓을 예매했습니다. 관심과 관심이 만나는 순간은 늘 짜릿합니다.

<양방언과 국립국악관현악단-Into The Light> 그 1부에서는 교향곡 ‘아리랑 로드-디아스포라diaspora’가 초연되었습니다. 고려인의 강제이주 여정을 국악관현악으로 풀어낸 새로운 시도였죠. 이를 위해 양방언은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카자흐스트 알마티까지 이동했다고 합니다.

최종 목적지인 알마티 인근의 바스토베 언덕의 고려인 묘역에 도착해 그 현장에서 현지 고려인 후손 음악과와 협연도 했고요.

양방언은 일본 도쿄에서 태어난 재일동포 2세입니다. 그는 자신도 디아스포라이기에 고려인들의 강제이주 역사에 감정 이입이 더 잘 되었다고 합니다. 1937년 고려인들은 짐짝처럼 열차에 실려 황량한 중앙아시아에 떨궈졌습니다.

양방언은 그 얽히고설킨 막막함과 서러움, 슬픔과 고통을 국악기의 선율로 풀어냅니다. 그 뒤엉킴은 ‘아리랑’으로 갈무리되며 황망함 속에서도 결코 굽혀지지 않는 우리 민족의 결기(決起)를 나타냈습니다.

1부 7악장을 통해서 양방언은 관중을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태우고 광활한 중앙아시아를 달려갔습니다. 우리는 그 덜컹거리는 열차를 타고서 그 때 그 사람들과 지금의 그 사람들을 생각했어요. 그 척박한 땅에서도 뿌리를 내려 지금까지도 피고 지고, 또 피어나는 그 사람들을요.

‘꽃을 보듯 너를 본다’ 라는 구절을 들어보셨나요.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너도 그렇다’/고 읊었던 나태주 시인의 말이예요.

우리가 꽃을 보듯 서로를 볼 수 있다면 세상은 얼마나 사랑스러운 곳이 될까요? 우리가 서로의 마음을 오래도록 보아준다면 그 속에서 나를 비추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뉴스에 신문에 어지러운 소식들만 가득 이예요.

잠시 시선을 돌려 지천에 널린 꽃도 보고 그 향기도 맡고 하렵니다. 그리고 그 꽃내음에 살짝 취해 당신을 꽃 보듯 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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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4/11 [14:31]  최종편집: ⓒ 통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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