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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봉] 가난을 외면하는 정권
 
통일신문 기사입력  2019/05/16 [15:37]

<박신호 방송작가>

‘찢어지게 가난하다’는 게 뭔지 모르는 세대가 늘어간다는 건 반가운 일이다. 가난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반문할 사람도 있겠지만 6.25전쟁과 보릿고개를 겪어 보지 못한 세대는 찢어지게 가난한 게 얼마나 무서운 건지 알지 못한다.

이 세상에 가난보다 더 무서운 게 없다. 오죽하면 ‘가난이 도적’이고 ‘가난이 죄’라고 했을 것이며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했을까 싶은데 지금 나라 살림을 책임진 사람들은 영 가난에 대해 무서워하지 않는 것 같다. 눈만 뜨면 국민은 경제를 죽여 점점 더 살기 어렵다고 하는데 정부에서는 뭔 소리를 하고 있느냐며 좀 더 기다리란다.

얼마 전 대통령도 “우리 경제 의 기초체력은 튼튼하기 때문에 물가상승률, 실업률, 외환보유고 등 국가 경제의 거시 지표들은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같은 날 자료를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6개 회원국 중 18위에 그쳐 1998년 IMF 환란 이후 최악의 성적표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는 추상화가 아니다. 보는 사람에 따라 해석이 다를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번번이 낙관적인 성적표만 내밀고 있다. 이러니 국민은 정부가 가난을 외면하고 있다고 불맨 소리를 하는 것이다. 변명하기에 앞서 발등이라도 먼저 봐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경제 형편은 그렇다고 해도 북한의 경제는 가슴을 펑펑 치게 한다. 이건 찢어지게 가난하다고 할 정도가 아니다.

북한 주민들은 여태껏 너무나 어려운 삶을 꾸려 왔으며 기적같이 살아왔다. 그게 다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이란 세 독재자가 마음대로 국정을 주물러 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금은 설상가상으로 국제제재까지 받고 있어 주민들의 삶은 말도 아니다. 오죽하면 본격적인 농사철을 앞두고 노동신문은 ‘쌀이 금보다 귀하다’며 농민들을 ‘자력갱생’에 매진할 것을 채찍질하고 있겠나.

그동안 북한 정권이 못된 짓만 하고 가난하게 만들어 놔 이젠 우리 국민이 북한의 가난 얘기를 들으려 하지 않으려 한다. 질리고 넌더리가 나서다. 어쩌다가 북한의 경제 소식을 듣게 되면 북한 주민이 불쌍하다는 생각을 하기보다 “정부가 왜 저따위 김정은 독재 정권을 감싸고 드느냐”는 말부터 한다.

강동완 교수가 펴낸 사진집 ‘그들만의 평양’을 펼쳐보면, 영화 30도의 강추위 속에서 한 여성이 압록강에서 고무장갑만 끼고 얼음물에 빨래하는 모습이 있다. 양강도 혜산 지역에 있는 한 아파트는 창문 대부분이 유리창 없었으며 외벽은 페인트칠이 벗겨져 완전히 폐가나 다를 바 없다. 6.25 때나 볼 수 있었던 모습이다. 그런데도 지도자 동지는 위대하다는 선전 문구가 걸려 있는 게 북한이다.

북한 주민만 어려운 게 아니다. 특별대우를 받고 있다는 압록강 지역 국경경비대 군인조차 방한모를 쓰고 누더기 같은 모포를 두른 채 근무를 서고 있는 모습이 찍혔다. 거지꼴이나 다를 바가 없다. 현역만 아니라 요즘 제대 군인들이 이혼하지 않으면 배우자들의 가출 등으로 가정이 파탄되면서 극심한 생활고를 겪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이 전했다.

이런데도 북한의 군인 수는 인구 20명 중 하나다. 북한 전체가 병영과 다를 바 없는데도 핵무기까지 개발하느라 주민들 생활을 더 비참하게 만들었다. 그런 북한 정권에 대해 속 시원하게 인권을 규탄한 일이 없으며 인도적 차원에서 식량을 지원하겠단다.

한국은 4.19와 5.16이란 엄청난 산고를 겪었기에 민주화와 경제 발전을 앞당길 수 있었다. 하지만 북한은 그러질 않았다.

정권에 의해 숙청과 처형의 피는 흘렸어도 민주화와 자유 쟁취를 위한 피는 흘리지 않았다. 피를 흘리게 했으면 피로 갚아야 한다. 역사를 보면 개과천선을 모르는 독재자는 제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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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5/16 [15:37]  최종편집: ⓒ 통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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