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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칼럼] 박정희 무덤 쇠말뚝 : 잔디고정 VS 주술혈침
 
통일신문 기사입력  2019/06/27 [13:00]

<송두록 남북교육개발원 서울사무소장>

권력은 불확실한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유난히 권력과 풍수, 권력과 역술, 권력과 점 등의 개념에 묶여 다닌다. 파이필드 WP 베이징지국장의 전언에 따르면,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의 외교관이 한인 타운의 유명 점쟁이를 만나서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할 것인지를 물어봤다고 한다. 무신론자인 사회주의 엘리트들도 급하면 점쟁이를 찾는다는 게 신기하기까지 하다.

무신론자들도 그러는데 때만 되면 불교계, 기독교계, 천주교계를 넘나들면서 온간 신을 다 숭배하는 남한 정치가들이야 두말 할 나위가 없다. 대선 때만 되면 역술인들이 한 마디씩 하고, 소위 잠룡들의 부모님과 조상님들은 지하세계에서 편할 날이 없다. 김대중, 김종필, 이회창, 이인제, 한화갑 등 대선을 노리는 역대 정치인들이 그랬고, 최근 김무성이라는 정치인도 부모와 조상 묘소를 옮겼다고 한다.

대체로 점이나 풍수는 두 가지 중의 하나를 추구한다. 복을 불러 달라거나 아니면 액운을 쫓아내 달라는 거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한 가지 더 있다. 특정 누구를 못 살게 해 달라는 저주의 굿마당도 있다. 역사극을 보다 보면 궁중 내 암투에서 누구를 저주하며 인형에 바늘을 꽂는 것이 바로 그 내용이다.

그 범주에 드는 일이 최근 벌어지고 있다. 서울 현충원의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전 영부인 묘소에서 지름 2센티미터, 길이 약 25센티미터의 쇠꼬챙이가 무수하게 박혀 있다는 것이다. 현충원측 관리 담당자가, 금속탐지기와 인력을 동원해서 6월 10일부터 14일까지 5일간 뽑아낸 것이 1,000개가 넘는다고 밝혔을 정도이다.

2006년에 국립묘지법이 개정되어 지금은 국가원수 묘역이 80평을 넘지 못하게 제한되어 있지만, 그 이전인 1979년에 안장된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전 영부인의 쌍분 묘역 크기가 580㎥(약 175평)이므로 대충 어림잡아 1평에 약 7~8개의 쇠꼬챙이를 꽂아 놓고 있었다. 잔디 활착이라는 이름 아래 자그마치 10년 가까이 꽂혀 있었던 이른바 잔디 고정용 핀의 주된 재료는 아연을 도금한 철인 함석이다. 이를 부식될 때까지 꽂아두었으니 묘소 주변 땅들도 중금속에 많이 오염되었을 터이다.

참으로 당혹스럽고 황망하다. 지난 한식 때, 얼었던 땅이 녹으면서 부모님 무덤의 봉분이나 주위 돌담들이 잘 유지되고 있는지도 보고 무덤 주변의 잡초도 뜯을 겸 부모님 묘소에 갔을 때의 기억과 대비되어서이다. 물론 돌아가신 지 오래되었으니 우리 부모님들의 유골이야 진토가 되었겠지만 같이 간 형제들은 그래도 살아계실 때처럼 무덤 속의 부모님과 이런 저런 이야기도 나누고 가져간 술잔도 한 잔씩 올리고 그랬던 것이 부모님 무덤이고 조상, 가족의 무덤이다.

현충원에서는 잔디가 뿌리내리도록 그렇게 했다고 한다. 주위 어른들의 말씀으로는 그러기에는 6개월이면 족하다고 한다. 그리고 쇠꼬챙이는 생각할 수도 없다. 나무젓가락을, 그것도 뾰족하게 깎으면 안 된다고 하면서 뭉특 한 채 꽂아서 잔디가 뿌리내리도록 고정시키는 게 보통이다.

국가원수의 묘역이라서 나무젓가락이 튀어나와 있으면 참배객들 보기가 민망해서 쇠꼬챙이를 썼다고 하는데, 폭우 때문에 묘소 잔디를 활착시키고자 한다면 이를 보는 참배객들 누가 뭐라고 할 것인가? 그런데 쇠로 만든 핀을 10년 가까이 꽂아 놓고 부식되게 하면서 지켜보고 있었다니 일반 시민들은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우리 일반인들은 잔디나 봉분, 사성에 관한 전문 지식을 갖고 있지 못하다. 시민들의 입장에서는 이런 상황에서 쉽게 주술 또는 풍수지리에 관한 생각을 하게 된다. 일제 강점기 때 일본인들이 우리 민족의 영기를 끊어 놓기 위해 우리 조선의 명산대천을 찾아다니면서 혈침, 즉 쇠말뚝을 박아서 지기를 끊어 놓았다는 이야기를 언뜻 떠올리게 된다. 사실, 고등학교 국사 시간에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린 나이에 심적 충격을 받았다. 내가 나중에 어른이 되면 천지를 돌아다니면서 산속 깊은 곳에 박힌 쇠말뚝을 찾고 제거하는 일에 앞장서야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뉴스 보도를 보고 가 본 박정희 대통령 묘역은 안정적이지 못했다. 이곳저곳의 잔디들이 파헤쳐져 있었다. 이유야 어떻든 국가원수 묘역이다. 국민들이 생각날 때마다 가서 그 분들의 공적을 기리고 마음속에 새기고 올 수 있도록 관리가 잘 되었으면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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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6/27 [13:00]  최종편집: ⓒ 통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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