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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일칼럼] 1994년 7월의 평양을 회고하며
 
통일신문 기사입력  2019/07/11 [14:50]

<림일 탈북작가>

25년 전 이맘때인 1994년 7월 9일, 평양은 뙤약볕이 내려 쪼이는 맑은 날씨였다. 정오 경 나는 통일거리에 있는 ‘평양고려단고기집’을 이용하려 줄을 섰었는데 낮 12시 공영방송에서 중대보도가 나왔다. “우리 당과 인민의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께서 서거하셨습니다”는 리춘희 방송원의 발언은 내 귀를 몇 번이나 후비게 하였다.

북한에서 김일성은 2천만 인민의 어버이며 반만년 민족사에 처음으로 맞이한 절세위인이다. 일제에게 빼앗겼던 나라를 찾아준 광복의 은인이고 세계가 부러워하는 인민의 나라를 세워준 위대한 지도자이며 미제와 싸워 이긴 강철의 영장이다.

일상이 그대로 멈추어 버렸다. 달리던 버스와 승용차도, 거리를 지나던 시민들의 행렬도 마치 영화촬영장의 연기자 마냥 굳어졌다. 모든 기관, 공장, 농장, 군부대, 학교, 병원 등에 조기가 걸렸고 TV와 라디오에서는 24시간 애도방송이 나왔다.

당국의 긴급지시로 전국의 모든 단위에 ‘특별경비주간’(비상체제)이 선포되었다. 전체 인민과 군인들에게 유동이 금지되었고 음주와 가무, 유희가 중단되었다. 공공기관은 물론 상점, 백화점, 식당, 유원지, 극장, 영화관, 시장 등이 문을 닫았다.

사람들은 주야로 김일성 동상 및 관련시설 앞에서 울고 또 울었다. 직장에서는 김일성 학습, 강연, 영화감상회가 이어졌다. 밤이면 단체별로 만수대언덕의 김일성 동상으로 조문을 갔는데 속으로 불만이 가득했다. “죽어서도 인민을 고생시키는 수령을 ‘어버이’라고 할 수 있나? 그런다고 죽은 수령이 살아나는 것도 아닌데…” 하고 말이다.

그런데 정작 김일성 동상 앞에 서면 눈물이 왈칵 나왔다. 이유는 잔잔한 추도곡 속에 고인의 업적을 소개하는 방송원의 발언이 조문객들의 감성을 자극시키기 때문이다. 일종의 군중심리인데 오히려 울먹이지 않는 사람이 이상할 정도이다.

자기를 낳아준 부모가 사망해도 3일이나 울면 더 나올 눈물이 없다. 그러나 2천만 인민들은 장장 10일이나 김일성 동상 앞에서 울어야 했으니 그 또한 말 못할 고통이었다. 심지어 침을 손에 묻혀 눈가에 적시는 사람도 있었으니 말이다.

애도기간이 끝나고 생전 김일성의 집무실인 ‘금수산의사당’은 8억 달러를 들여 김일성 시신보관소인 ‘금수산기념궁전’으로 탈바꿈했다. 세계 최고의 건축자재와 재료를 들여 천년이 가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로 호화롭고 멋지게 건립했다.

김일성이 사망한 이듬해인 1995년 5월부터 수도 평양시민들에 대한 식량공급이 중단되었다. 사상초유의 일이다. 시내 골목에 거지가 생겼으며 강도와 도둑들이 기승을 부렸다. 평양이 그 정도이니 지방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그리하여 1990년대 중후반 약 300만의 무고한 인민들이 굶어죽는 전대미문의 ‘고난의 행군’이 있었다.

2천만 인민의 간절한 소망이라며 김일성이 궁전에 입궁한 때로부터 꼭 17년 뒤 김정일이 들어갔다. 그의 아들 김정은은 조상을 ‘영원한 태양’으로 모신다며 10억 달러로 또다시 재건축을 진행하여 이름을 ‘금수산태양궁전’으로 바꾸었다. 살아서 부위영화를 누린 것도 모자라 죽어서까지 호화궁전에 영면한 김일성과 김정일이다. 그들의 후손 김정은은 얼굴에 피둥피둥 살이 올라 세상에 대고 “사회주의 문명을 마음껏 누리는 인민”이고 “핵을 보유한 세계 최고의 강국” 이라고 한다.

오늘도 북한의 2천만 인민 과반이 하루 두 끼 멀건 죽으로 연명한다. 어린이 40%가 극심한 영양실조에 허덕이고 있다는 국제기구 발표가 있다. 이런 비정상의 사회를 통치하는 김정은에게 바른 소리 한 마디 못하는 대한민국 대통령과 국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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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7/11 [14:50]  최종편집: ⓒ 통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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