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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북 - 한반도 통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백령도 철새의 역할
[현장] 저어새<4>
 
통일신문 기사입력  2020/03/26 [12:02]

<베른하르트 젤리거 박사, 독일한스자이델재단 한국사무소 대표>

날씨가 맑은 날에는 백령도에서 보이는 황해남도 해안이 너무 가까워 마치 수영해서 갈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중국 남부, 멀리는 호주나 뉴질랜드에서부터 날아오는 새들도 분명 가까운 곳에 커다란 육지가 있는 것이 보일 것이다.

그들은 백령도에 머무르기를 택할까, 아니면 아마도 더 크고 나은 서식지가 있을 수도 있는 황해남도로 날아갈까? 대부분의 새들은 몇일에서 몇 주 동안 백령도에 머무르는 것을 택한다. 많이 지쳤고 배고프기 때문이다.

 

북한에서는 아직도 많은

지역에서 놀라울 정도로

많은 개체 수가 관찰된다

 

다시 봄이 되어 북쪽으로 이주하는 시기가 다가오면 많은 새들이 섬의 북쪽 지역으로 이동하는데 예컨대 신촌의 들판에서는 수천마리의 참새목 새들을 관찰할 수 있다. 맑은 날 저녁이나 새벽에 다시 비행을 시작하는 새들은 몇 킬로미터 안 가 거대한 육지를 발견하게 된다. 그 곳에는 어떠한 서식지와 어떤 위협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을까?

사실 이는 굉장히 흥미롭고도 복잡한 질문이다.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북한은 아직 기계나 인공적인 투입요소 없이 전통적인 농업방식을 통해 농작하는 곳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아직도 소나 아주 오래된 트랙터로 쟁기질하고, 벼농사는 많은 인원의 사람들이 직접 손으로 심고 수확하고 있다.

농약과 제초제는 협동농장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에 비해 더 다양하고 많은 수의 곤충이 있고 온실도, 인삼 재배지도 없다. 홍때까치와 같은 새들은 한때 여름에 한국을 자주 찾아오는 손님이었지만 이제는 DMZ 일원을 제외하면 더 이상 번식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에서는 아직도 많은 지역에서 놀라울 정도로 많은 개체 수가 관찰되곤 한다.

논이 있는 곳이면 어디에서나 흔하게 볼 수 있었으나 이제는 많이 사라진 뜸부기도 북한에서는 아직 많은 수를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이 겨울을 나는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사냥으로 인해 개체 수가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기는 하다.

 

뜸부기는 이주기간 뿐 아니라

번식기간에도 백령도에 머무른다

2017년 조사를 통해서도 확인됐다

 

다행히 뜸부기는 이주기간 뿐 아니라 번식기간에도 백령도에 머무른다. 이는 2017년 조사를 통해서도 다시 한 번 확인되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북한의 환경 여건이 새들에게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199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대규모 삼림 벌채는 기근과 경제적 붕괴로 인한 결과였다. 북한 주민들은 난방과 요리를 위한 목재가 필요했다. 경작지에 농사를 짓기 시작했으며 이로 인해 황폐화된 산림 지대가 발생했다. 자주 발생하는 홍수는 경제적인 피해로 이어졌고 목숨을 앗아가기도 했으며 동식물에도 피해를 끼쳤다.

북한의 새와 관련한 현황은 잘 파악되지 않고 있다. 1920년대부터 살펴보았을 때 조류 조사연구에 관한 노력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1990년대 중반 대기근으로 인해 북한의 굳게 닫혀있는 문이 부분적으로 열리면서 그나마 최근 20년 동안 소수의 연구자들이 이 땅을 조사해볼 기회를 얻게 되었다.

그리고 북한이 조류와 그 서식지 보호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건 불과 몇 년 전이다. 한스 자이델 재단은 2014년부터 과학적인 조류조사에 참여하고 있다. 2015년부터 북한 국토환경보호성과 협력하여 습지 보호에 관한 활동을 진행 중에 있고, 역량강화 사업, 조사와 출판 활동 등을 포함한다.

이러한 활동들을 통해 과거 북한에서 기록된 적이 없거나 오랜 기간 동안 관찰되지 않았던 조류 종을 관찰하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북한의 조류 현황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이뤄졌다고 볼 수는 없다. 접근이 불가능하다거나 수 백 년 동안 한 차례도 조사가 이루어진 적이 없는 화이트스팟(White Spot)이 다수 존재한다.

예컨대 멸종했을 가능성이 크지만 한국의 몇 안 되는 토착종 중 하나인 크낙새의 서식지나 원앙사촌이 마지막으로 목격된 지역 등이 이에 속한다.

백령도의 주민들은 항상 군사적 갈등의 위협 속에서 살아왔다. 불과 몇 년 전에는 북한의 명백한 폭격이 이곳을 향하기도 했었기 때문에 이곳을 서식지로 하는 새들이나 그들이 어떻게 북쪽으로 비행하는 지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저조할 수 있다.

 

하루 진행한 조류조사에서 1-2시간에

25,000 마리가 넘는 새들이 북쪽으로

일제히 날아가는 광경을 목격했다

멧새, 종달새, 되새, 찌르레기, 희귀종인

쇠검은머리쑥새와 쑥새 등을 관찰됐다.

 그러나 새들에게는 국경이 없으며 황새나 저어새처럼 백령도에서 그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지만 북쪽으로도 정기적으로 비행하는 새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백령도 내에서만, 혹은 한국에서만 이루어지는 조치로는 불충분하다. 이에 공동 조사연구와 보호활동들이 요구된다.

여기서 말하는 새들은 그저 한두 마리가 아니다. 새와 생명의 터 니알 무어스(Nial Moores) 박사는 단 하루 진행한 조류조사에서 1-2시간 만에 25,000 마리가 넘는 새들이 북쪽으로 일제히 날아가는 광경을 목격했다. 멧새, 종달새, 되새, 찌르레기, 그리고 희귀종인 쇠검은머리쑥새와 쑥새 등을 관찰할 수 있었다고 한다.

요즘과 같은 긴장완화의 시기는 특히 철새 보호를 포함한 환경 분야에서의 협력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기에 유리한 시기일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서해의 백령도만큼 적절한 지역은 또 없을 것이다. 이 지역에도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큰부리밀화부리, 검은이마직박구리 등 예전에 한 번도 기록되지 않았던 새로운 새들이 관찰되고 있다.

새로운 새들을 보는 것은 큰 즐거움이지만 동시에 기후변화나 지나친 토지개발과 같은 외부환경의 변화로 인해 생활조건이나 서식지의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는 경고로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공동 조사연구는 최근 국제화되고 있다.예컨대 앞선 기고문에서 논의했던 EAAFP와의 협력 등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북한은 올해 EAAFP에 가입하여 철새 보호를 위해 중요한 지역 몇 곳을 지정하였고, 문덕군도 이러한 지역 중 하나다. 봄철, 북한 문덕군에서 관찰되는 새들은 백령도에서 날아와 도착한지 얼마 안 된 경우가 많다.

한반도의 통일이 곧 한반도의 환경을 위한 공동의 책임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를 위해서는 법적인 제도도 필요하지만 지역 차원의 조치도 함께 요구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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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3/26 [12:02]  최종편집: ⓒ 통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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