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칼럼] 평화와 안보는 동전 양면이어야

통일신문 | 기사입력 2020/05/20 [15:00]

[논설위원칼럼] 평화와 안보는 동전 양면이어야

통일신문 | 입력 : 2020/05/20 [15:00]

<전경만 한국통일협회 부회장> 

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 이후 국제관계의 이론과 실제에 평화와 안보, 두 단어가 풍미하기 시작했다.

이어 1990년 전후 탈냉전 국제 분위기로 한반도엔 평화통일, 평화협정, 평화협력, 비핵평화, 평화체제, 평화공존 등 평화 단어가 물밀 듯 들어와 대세를 형성하는 듯하다.

 

국가는 평화 위해 자원·역량 쏟아야

 

문재인 정부의 출범이래 평화프로세스, 평화번영, 평화지대, 평화경제, 평화공동체 등의 구상이 북한에 계속 제안되고 있다. 하지만 북한당국 반응은 작년 2월말 미·북 정상회담 결렬 직후부터 한결같이 싸늘하고 비난적이며 도발적이기까지 하다.

그런 사이에 주목할 동향은 평화의 대립어인 전쟁을 안보와 동일시하여 군사문제를 평화와 연관하기를 거부하거나 그 발전 방안을 공개리에 제시하기를 꺼리는 평화지상주의가 늘고 있다. 그런가 하면, 국가안보의 보루인 군사력 강화를 최우선 강조하며, 한반도 평화문제를 시기상조며 현실성이 없는 명분에 불과한 것으로 비판하는 안보지상주의도 여전하다는 점이다.

한반도 분단 75년 동안 남북군사갈등과 핵을 무장한 북한을 연속 겪어오는 우리 국민이 평화와 안보에 대한 실망스런 인식과 감정을 노출하는 것이다. 두 동향 모두 자기기만 적이거나 자기 충족적이라면 한국이 진정한 평화와 안보를 중장기적으로 주도할 가능성에 회의적이다. 그러다 보니 통일이나 북한에 관한 국민여론조사가 북한을 경계대상으로 보느냐 협력대상으로 보느냐는 이분법적 문항을 넣고 있다.

평화의 대립어는 전쟁이고 안보의 대립어는 위협이라는 의미이다. 국제정치와 대북정책의 경험에서 평화는 국가가 지향하는 바람직한 상태이며 안보는 그 과정에 놓인 각종 현실적 위협을 4대 대처수단인 외교, 정보, 군사 및 경제를 가동해 효과적으로 약화 제거하는 과업이다.

한국의 정치지도자는 전면전이나 북한 핵사용, 경제 인프라 붕괴 등과 같은 평화와 안보의 기반을 통째 훼손하는 위협을 최우선적으로 평정하여 국가를 평화 상태에 있도록 자원과 역량을 쏟아야 한다.

자유 민주적 국가정체성을 받드는 한, 평화와 안보는 특정 정파나 세력의 이익을 도모하는 핑계와 수단이어서는 안 되는 법이다. 따라서 평화와 안보는 자국이익을 먼저 챙기려는 국제정치 현실에서 동전의 양면이자 동의어이다.

 

안보위협과 돌발 사태 대비필요

 

이런 의미에서 북한의 비핵화 기만은 물론, 거듭하고 있는 각종 미사일 발사뿐 아니라 최근의 대남GP 고사총 도발은 냉전 중인 남북관계를 악화하거나 호도함으로써 한국안보를 훼손하려는 북한당국의 책략에 기여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런 행동에 대한 한국 정부의 부적절한 인식과 공식대응 조치는 물론, 저간에 보도된 한국군 장병들의 여러 군기문란과 방위현장 태세 불량은 한반도 평화와 한국안보에 대한 본분 포기와 다를 바 없다.

더구나 국제제재와 경제난을 정면 돌파하겠다고 김정은이 작년 말 천명한데 이어 올 4월의 20일 이후 잠행과 출현을 반복하면서 획책할 수 있는 한반도 평화와 한국안보에의 위협과 돌발 사태에 차분하고 단호하게 대비해 있어야 할 것이다.

상호 합의해 공동성명을 발표했다고 해서 또는 상대방 비위에 어긋나지 않게 행동한다고 해서 평화가 형성되거나 안보가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언제든 경제력과 군사력을 동시에 월등한 수준으로 견지하지 않는 한 진정한 평화와 안보를 위한 요구는 물론, 바르고 빠른 통일을 기대하고 주도할 수가 없다.

평화론자들은 협력과 상호의존과 같은 평화적 방법에 의해서만 평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국제정치 현실을 모르는 천진한 발상이거나 반대를 배격하는 편향증의 발로이다. 북한의 정체성이 한국과 본질적으로 다른 만큼, 그들이 노리는 평화와 안보의 질이 우리와 동등할 수가 없다. 평화와 안보를 추구하는 수단이 상황에 따라서는 비평화적이고 비협력적일 수 있음이 국제관계 역사인데 남북관계도 그 예외가 아니다.

한반도가 핵시대에 들면서 장기 전쟁지속능력보다 당장 가동할 전쟁수행능력이 평화추구를 좌우할 수 있다. 한마디로, 보수적 가치인 안보와 진보적 가치인 평화가 대외정책의 현실적 실행과 성과추구에 있어 동일해야 함을 재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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