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교류는 통일 그 이상...남북경협 절대 멈추지 말아야 한다”

[인터뷰] 평양대동강식품공장 투자회사 권대원 (주)해중실업 대표

통일신문 | 기사입력 2020/10/27 [15:43]

“경제교류는 통일 그 이상...남북경협 절대 멈추지 말아야 한다”

[인터뷰] 평양대동강식품공장 투자회사 권대원 (주)해중실업 대표

통일신문 | 입력 : 2020/10/27 [15:43]

올가을 바비, 마이삭, 하이선 등 태풍 3개가 한반도를 강타했다. 북한이 큰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한다.

북한서는 태풍피해 복구와 같은 대규모 사회노동을 많은 인력동원으로 해결한다. 중장비가 부족하지만 원유(전기)가 없어 무용지물인 경우가 태반이다.

작년 4, 남북정상 판문점선언 1주년을 맞아 남측의 농민단체가 지원하려는 수십 대의 트랙터는 아직도 파주에 있다. 현재 꽉 막힌 남북경제협력의 실태를 보여주는 단상이다.

경제협력은 분명히 남과 북, 서로에게 득이 되는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시기마다 달라지는 정치 및 국제적 환경에 따라 애로를 받는 북한관련 기업인들이다. 최근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서 초창기 남북경협 경험이 풍부한 평양대동강식품공장 투자회사 ()해중실업 권대원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 남한이 고향이던데, 자신을 소개해 달라.

19598, 충남 논산 태생이다. 1980년대 중반부터 서울 종로서 한약유통업을 했다. 그 무렵 북한관련 업무를 하는 친지한데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한반도에서만 자라는 북한산 백복령을 수입하여 남한에 유통·판매하는 것이다.

백복령은 지름 5~30쯤의 덩어리로 소나무가 오래된 자리에서 자라며 소나무 그루터기 주변을 쇠꼬챙이로 찔러 찾아낸다. 이뇨작용과 혈당량을 낮추고 면역부활작용에 효과적이며 허약한 사람이나 만성위장병환자 등의 치료에 좋다. 또한 성병과 부인병에도 효과가 있어 한약재로는 소비가 가장 많은 약재로 알려졌다.

- ‘백복령을 북한에서 수입했다고 하던데.

당시 거래한 북한의 무역담당 기관은 조선광명성총회사이다. 이것이 훗날 민경련’(조선민족경제협력련합회)으로 바뀌었다. 북한에서 약 40톤의 백복령을 홍콩을 거쳐 인천항으로 들여왔고 그것을 2개월 안에 전국의 도매상에 팔았다. 이후 100여 톤의 물량을 들여와 동일한 방법으로 짧은 기간에 팔았다.

추후 북한서 생산 가능한 한약재와 농·임산물, 냉동수산물, 어리굴젓, 낙지젓, 고추장·간장·된장 등 임가공제품으로 품목을 늘렸다. 열심히 하다 보니 노무현 정부 말기에는 남북경제협력에 대한 공로로 국무총리 표창도 받았다.

 

북한에서 약 40톤의 백복령홍콩을 거쳐

인천항으로 들여왔고 전국 도매상에 팔아

추후 한약재, ·임산물, 냉동수산물, 낙지젓

고추장·간장 등 임가공제품으로 품목 늘려

 

 - 투자한 평양대동강식품공장은 어떤 회사인가?

민경련의 허수림 북한총대표의 소개로 평양대동강식품공장을 알았다. 1998년 항아리 50개 구입비용 지원을 시작으로 그 공장에 투자했다. 북측 건물·토지서 임가공으로 생산한 장류(고추장·간장·된장)와 김치를 국내에 반입하는 형태였다.

2001년 봄 평양을 방문하여 대동강식품공장을 찾은 적이 있다. 직원은 300명 정도 되는 회사인데 평양시 형제산구역에 위치하고 있다. 열심히 하는 근로자들의 작업 모습에서 우리민족은 정말 부지런한 체질이구나고 생각했다.

 - 공장 제품의 품질은 어떠한가.

 

간장·된장·고추장 등 장류는 우여곡절 끝에 어렵게 품질을 높였다. 남한사람들의 입맛에는 물론 국제시장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갖추었다. 된장·간장은 미국, 호주, 일본, 필리핀, 두바이 등에 수출했다. 품질이 떨어져서 판매에 고생한 제품도 있었다. 냉동문어와 냉동오징어, 조개젓, 바지락, 어리굴젓, 고사리 등 일부이다.

문제는 원산지에서 제품생산을 할 때 제품의 전문가가 관리 감독해야 하는데 비전문가인 북한 관료가 감독을 한 것이다. 품질이 나쁜 제품은 어디에도 판매할 수 없다. 내수시장도 같지만 특히 해외시장의 제품품질 요구는 더 높다.

 

투자 한 평양대동강식품공장은 직원 300

정도 되는 회사로 평양시 형제산구역 위치

북측 건물·토지서 임가공으로 생산한 장류

고추장·간장·된장과 김치 등 국내에 반입

 

어렵게 품질 높여...남한사람들의 입맛에는

물론 국제시장에서도 충분히 경쟁력 갖춰

미국, 호주, 일본, 필리핀, 두바이 등 수출

 

 

- 북측 기관에 불편 사항이 있었다면.

남한 기업인의 북한 투자(공장 및 관광, 모든 경제교류)는 반드시 북측 민경련을 통해서만 이뤄지고 있다. 예를 들어 남측 기업인이 북한 내 A공장에 30만 달러를 투자한다고 하자. 그러면 투자금 30만 달러는 민경련이 받고 A공장에 30%만 겨우 준다. 당 자금으로 우선 당국에 바치고 자력갱생 하라고 강요하는 형식이다. 그러니 제대로 된 제품이, 지정된 기일 내에 생산되기 만무한 것이다.

- 어떤 애로점이 있었는가.

공장의 설비투자를 위한 일환으로 물건을 보내면 대략 절반만 사용된다. 예를 들어 고사리 건조에 사용할 자재들이나 젓갈 담을 비닐박막이 필요하다고 해서 보내주면 직원(간부)들이 자재의 일부를 빼내서 개인적 용도로 쓴다. 북한의 경제사정이 수십 년 째 어려운 환경 속에 있으니 주민들의 고된 시련도 다소 이해는 간다.

또 다른 어려움은 초기 북한무역은 사실 북한사람과 직접 하는 것 보다 일본의 조총련이나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중국의 조선족 동포들을 통해서 하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도 북한의 약 40여개 회사와 중개를 통해 다양한 제품의 거래를 했다.

2000년 초 선금 미화6만 달러를 지불하고 북한에서 낙지 젓갈을 원료로 제조해 국내로 반입했다. 그런데 이 사업을 중국조선족이 중간서 갈취해 한때 사업을 중단했다. 나를 형님이라며 사업을 배운 조선족 기업인이니 허탈했다.

 

남측 기업인이 북 공장에 30만 달러 투자하면

30만 달러는 민경련이 받아 공장에 30%만 줘

당자금으로 당국에 바치고 자력갱생 하라강요

 

- 남북경협에서 북한당국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민경련20006월 평양서 있은 남북정상회담 이후 생긴 북한의 대남경제협력 종합창구이다. 문제는 민경련에서 자본주의사회의 적극적인 사업의지를 관료적으로 해결하려한다. 제품의 품질관리에 전문가의 실질적인 지식이 필요한데 한 두 사람을 책임자로 두고 남쪽 기업인들을 통솔하려니 일이 안 되는 것이다.

- 그 후과는 어떻게 나타나는가.

북한의 생산단위(공장)는 대외무역에서 민경련을 통한 남측보다 내각의 무역성을 통한 중국·러시아 등과 교류를 더 선호한다. 남측과는 조건도 까다롭고 생산대금이 민경련에 의해 후불제이며 기타 무역은 즉시 현금거래이다.

그러니 북한의 수산사업소들에서도 좋은 수산물은 전부 중국에 판다. 그리고 민경련에서 북한의 동·서해안 수산물수출 감독자가 고작 각각 1명씩이다. 실태가 이러하니 어떤 무역허가를 하나 받으려고 해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

 

민경련에서 자본주의 사업의지를 관료적으로

해결하려해 제품의 품질관리에 전문가의 실질적

지식이 필요한데 한 두 사람을 책임자로 두고

남쪽 기업인들을 통솔하려하니 일이 안 되는 것

 

대외무역에서 민경련을 통한 남측보다는 내각의

무역성을 통한 중국·러시아 등과 교류를 더 선호

남측과는 조건도 까다롭고 생산대금이 민경련

의해 후불제이며 기타 무역은 현금거래로 이뤄져

 

- 북한이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잘 모르지 않나?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다만 정치·경제·문화 등 사회 전반위에 절대 군림하는 노동당(수령) 체제인 북한의 특수성을 보면 십분 이해가 간다. 단언컨대 북한이 정치는 김정은 방식대로 하든, 어떻게 하든, 그건 북한의 내부문제이지만 경제무역 만큼은 지금대로 하면 안 된다. 자본주의는 시간이 돈이면서 약속이 신뢰이다.

 

- 사업은 언제부터 힘들어졌나?

1997IMF가 터졌고 환율이 올랐다. 문 닫는 가게가 즐비했으며 부도를 맞는 중소기업이 속출했다. 이때부터 약초시장에 품질 낮은 중국산 제품이 물밀 듯이 들어왔다. 가격이 떨어졌으며 자연히 경쟁력이 함께 추락한 것이다.

통일부가 1994년 국회에서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면서 중소 대북사업은 더욱 힘들어졌다. 조정관세 30% 이상 되는 품목은 고율관세품목에 해당 되어 통일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조치가 마련된 것이다.

- 정부의 5·24 조치로 어떤 피해를 보았는가?

20082, 이명박 정부가 출범했다. 2년 후 내려진 5·24 조치로 대북교역이 완전 중단되고 수십 만 달러어치 장류 및 김치생산설비, 젓갈·장류 등 제품이 묶여졌다. 대북사업 초기만 해도 정부가 대북사업자들을 격려하고 행정적 지원도 많이 해줬다. 허나 정부 약속만 굳게 믿고 사업을 한 결과 상황이 이렇게 되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2007년 말부터 북한에서 생산한 된장의 유기농검증을 준비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한국농산물품질관리원 유기농검증팀의 방북을 요청했다. 북한에서는 왜 남측 정부에서 우리 땅을 검증하느냐?’며 반대했다. 우여곡절 끝에 IFORM(세계유기농업운동연맹)을 통한 검증이 허락되어 방북신청을 넣었는데, 통일부에서 몇 번이고 곤란하다는 답이 왔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시절이었다.

5·24 조치의 피해 후과가 컸다. 대북무역에서 남은 물건을 파는 과정에서 수차례 경찰고발을 당했다. 교역중단 전 남은 제품을 합법적으로 파는 것을 증명하는 서류를 보여줘도 그때뿐이었다. 전국의 지방경찰청 보안과에 모두 다녀왔을 정도이니 더 말해 뭐하겠나.

그때는 정말 허탈한 생각이 들더라. 정부가 승인하여 경쟁력 있는 북한상품을 들여와 판매했는데, 시기와 환경이 달라지니 그에 따르는 새 규칙에 따라야 하니 말이다. 남북경협문제는 늘 정치적 문제가 가로막혀 애를 먹고 있다.

 

대북무역에서 남은 물건을 파는 과정에서

수차례 경찰고발 당해... 교역중단 전 남은

제품을 합법적으로 파는 증명 서류 보여줘도

전국의 지방경찰청 보안과를 다녀왔을 정도

 

정부가 승인하여 경쟁력 있는 북한상품 들여와

판매했는데, 시기와 환경 달라지니 그에 따르는

규칙에 따라야...남북경협은 정치적 문제가 커

 

- 남북경협 희망을 가졌던 적은 없었나?

북한에 다소 우호적인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며 기대를 가졌었다.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을 보며 이제는 됐구나! 경협의 숨통이 트이겠다고 생각했다. 20186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후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해제를 거쳐 남북경제협력이 재개될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졌으니 기대도 한껏 가졌었다. 그러나 유엔의 대북제재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오늘까지도 별다른 전진이 없는 남북경협이 됐다.

 - 정부의 대북경협 정책에 대한 조언이 많을 것 같다.

통일부가 현재는 민경련에서 승인한 사업만 인정하는데 기존의 조선대외상품검사소에서 승인한 사업도 함께 인정해줘야 한다. 정권이 다르다고 우린 모른다는 태도는 지속적인 남북경협 발전에도 크게 도움이 안 된다고 본다.

또한 남한의 기업인들이 북한의 생산단위(공장 및 기관)와 직접 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남북당국이 공동으로 만들어야 한다. 지금처럼 북한과 교역을 할 때 우리는 관세청에서, 북한은 민경련에서 원산지를 확인하며 정부 당국자들을 통해 거래가 이뤄지는 시스템으로는 교역성과가 절대로 늘어날 수 없다.

- 현재 경영하는 ()해중실업에서는 어떤 상품이 나오는가?

지난 20072월에 설립한 식품제조공장 및 무역업 유통도매업 대형마트 납품업체이다. 본사 및 공장은 충남 부여군에 위치하고 있으며 영업소는 분당에 있다. 전국에 대리점이 20여 개가 있다. 직원은 모두 7명이다. 회사의 대표적 상품은 100% 북한산 토종 콩으로 만든 된장·간장, 대만산 과자, 중국산 식자재제품, 베트남산 냉동수산물 등이다. 전국의 마트와 할인점, 온라인(네이버 검색 막판몰)에서 판매한다.

북한산 원료의 된장·간장 원료는 5·24조치 이전에 들어온 것으로 저온숙성 보관하며 지금도 판매하고 있다. 국내에서 북한산 콩을 원료로 만든 간장, 된장은 우리 회사 제품이 유일하다. 상표는 조선 토종콩 생간장’ ‘조선 토종콩 된장으로 되어있다. 소비자들로부터 민족의 전통장류로 한국인의 입맛에 아주 잘 맞는다는 평가를 꾸준히 받고 있다.

 

해중실업은 2007년 설립 식품제조공장 무역업

유통도매업 대형마트 납품업체로 부여군에 위치

대표적 상품은 100% 북한산 토종 콩으로 만든

된장·간장... 전국 마트와 할인점, 온라인 판매

 

국내에서 유일하게 북한산 콩을 원료로 만들어

상표는 조선 토종콩 생간장’ ‘조선 토종콩 된장

 

유튜브방송을 비무장지대라는 이름으로 개국

30년간 축적한 남북경협사업과 제3국 무역에서

쌓은 경험을 강연형식의 영상으로 남기고 싶어

각 대학 무역학과 학생들이나 북한 및 제3국과

무역 하려는 사람들에게 도움 될 것이라고 생각

 

- 북한에 어떤 연고는 있는가?

전혀 없다. 그냥 젊어서부터 사업을 하다 보니 남북이 제도적 통일은 아니라도 경제교류는 통일 그 이상으로 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했다. 남과 북이 경제로 하나가 되어야 민족의 통일도 앞당길 수 있다는 것이 내 주견이다.

통일을 이루기전까지 남북경협은 절대 멈추지 말아야 한다. 경제만큼은 정말 우리민족끼리이다. 우리 시대와 미래세대에도 전쟁은 다시는 없어야 하고 어찌되었든 남과 북이 함께 잘 살아야 한다.

- 앞으로 어떤 계획이 있는가.

요즘 대세인 유튜브방송을 비무장지대라는 이름으로 개국하려고 한다. 지난 30년간 축적한 남북경협사업과 제3국 무역에서 쌓은 경험을 강연형식의 영상으로 남기고 싶다. 그걸 보면서 각 대학의 무역학과 학생들이나 북한 및 제3국과 무역을 하려는 기업인, 무역을 배우고 싶은 사람들에게 다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림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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