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백령도의 아름다운 자연이 분단의 상처로 신음하고 있다

한국평화협력연구원, 백령도 통일안보 분단의 현장을 가다

통일신문 | 기사입력 2021/04/29 [03:50]

[현장] 백령도의 아름다운 자연이 분단의 상처로 신음하고 있다

한국평화협력연구원, 백령도 통일안보 분단의 현장을 가다

통일신문 | 입력 : 2021/04/29 [03:50]

 


백령도 곳곳의 분단과 안보현장을 돌아보다. 두 번의 세미나를 겸한 이번 답사에서 독일이 통일 이후에도 접경지역 군사시설을 관광지로 활용하는 사례를 통해 백령도 역시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음이 강조됐다. 특히 분단을 극복하는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며 인적교류의 중요성이 다시 조명됐다.

 

풍랑을 잠재운 통일의 열정

한국평화협력연구원(원장 손기웅)은 지난 4월 16일부터 18일까지 2박 3일간의 일정으로 ‘백령도 통일안보 현장답사 및 세미나’를 개최했다. ‘행진 자유평화통일’이라는 주제 아래 서해안 최북단 끝 섬인 백령도 현장에서 통일의 의미를 되새기는 자를 마련했다. 백령도는 인천 연안부두에서 4시간의 뱃길을 달려 하늘과 바람과 파도가 허락해야만 닿을 수 있는 곳이다.

 

답사팀이 백령도에 들어갈 당일 아침까지도 풍랑주의보가 내려 백령도 일정이 취소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 실제로 인천과 백령도를 오가는 두 편의 여객선 중 아침 8시 30분에 출항하는 배는 당일 운항이 통제되었다. 풍랑주의보가 해제되기만을 기다리며 대기하던 중에 거짓말같이 하늘이 개고 파도가 잠잠해졌다. 통일의 열정만큼은 파도도 잠재울 수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일행들은 모두 백령도행 배에 올랐다.

 

 


동키부대 막사와 백령정

 

백령도의 첫 일정은 ‘동키부대 막사와 백령정’에서부터 시작했다. 최근 〈통일의 눈으로 백령도를 다시보다〉라는 책을 발간한 강동완 동아대 교수의 현장 가이드를 통해 일반 관광코스가 아닌 백령도의 구석구석을 찾아다녔다. 6.25전쟁 당시 황해도에서 백령도로 피란을 온 청년들이 중심이 되어 유격대를 결성한다.


이들은 정규군이 아니었기에 전투물자 하나 제대로 지급받지 못했다. 피란 올 때 입었던 고무신과 한복을 입은 채 전투에 임했지만 그 어떤 부대보다 혁혁한 전과를 올렸다. 무명의 용사로 나라를 위해 한 목숨 바친 그들의 충정은 현재 ‘백호부대전적비’, ‘반공유격전적비’ 등의 기념비로 남아 여전히 백령도를 지키고 있다.

 

분단의 상처로 신음하는 자연

백령도 해안 도로를 따라 이동하는 중에 답사팀의 마음을 아프게 한 건 바로 해안가에 깊이 박힌 용치였다. 용치는 말 그대로 용의 이빨을 의미하는데, 북한군의 상륙을 저지하기 위해 해안가에 심어놓은 콘크리트와 철기둥을 말한다. 천연기념물만 5곳이 넘을 정도로 천혜의 비경을 자랑하는 백령도의 아름다운 자연은 분단의 깊은 상처로 신음하고 있었다.

이번 답사팀의 일원인 김영진 전 감사원 국장은 “1960년대에 집중적으로 설치된 용치의 현재 군사적 활용도를 재평가하고 보완하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이종 교원대 명예교수(前 한국청소년개발원장)은 1940년생으로 해방과 전쟁 그리고 산업화 시대를 일군 인물이다. 파독광부로 독일에 갔다 박사학위를 받고 돌아온 그는 분단의 현장에서 남다른 감회에 젖는 듯했다. 특히 북한 황해도 용연군이 내려다보이는 심청각에서는 분단조국의 아픔과 서러움으로 눈시울을 붉혔다.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필요

 

첫째 날 일정은 숙소에서 제1세미나로 마무리했다. 손기웅 한국평화협력연구원 원장(前 통일연구원장)이 사회 겸 발제로 한국평화협력연구원이 독일의 쉬루툽 마을에 세워졌던 통일기념비를 원용해 진행하는 ‘열려라 우리나라’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김상호 광주과기대 교수(前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는 ‘동서독 접경의 활용이 한반도에 주는 시사점’이라는 주제로 동서독 접경지역은 죽음의 띠가 생명의 띠로 변한 사례라며 현재 한반도의 분단 경계를 활용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방안을 제안했다. 

지정토론을 맡은 김기완 LG고문, 이동락 前 IBM 실장은 독일이 통일 이후에도 접경지역 군사시설을 관광지로 활용하는 사례를 통해 백령도 역시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772함 수병은 귀환하라”추모시 낭송

둘째 날 일정은 마치 백령도가 주는 선물처럼 더없이 싱그러운 봄날로 시작되었다. 하지만 화창하고 푸른 날씨와 섬 전체를 뒤덮은 벚꽃의 아름다움에 심취하기에는 너무도 아픈 상처가 있었다.

바로 둘째 날 첫 일정은 ‘천안함 46용사 위령탑’을 방문하고 참배하는 순서였다.

백령도에서 불과 2.5km 전방에서 북한군 어뢰공격으로 폭침한 천안함은 분단이 낳은 비극이다. 나라를 위해 고귀한 생명을 바친 천안함 46용사를 기억하며 그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몫이자 책임임을 깊이 통감하는 자리였다. 노유라 메디치 스튜디오 대표의 “772함 수병은 귀환하라”(김덕규 작) 추모시 낭송 때에는 모두가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그들의 희생을 기렸다.

천안함 46용사의 피맺힌 절규가 여전한데 여전히 천안함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논쟁이 얼마나 그들의 희생을 모욕하는 것인지 현장에서 더욱 느낄 수 있었다. 등단 시인인 유판덕 한국평화협력연구원 사무총장은 그들의 마음을 고스란히 담은 자작시를 들려주었다.

 

분단 극복하는 새로운 시각 필요

둘째 날 일정 역시 제2세미나로 마무리되었다. 권이종 교수의 사회로 송주은 경동대 교수가 ‘동서독의 관광교류 현황과 한반도의 적용’이라는 주제로 발표하면서 동서독 간 인적교류와 관광프로그램이 분단의 물꼬를 트는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을 지적했다.

특히 백령도의 황해도식 냉면은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이를 활용한 관광교류와 프로그램을 특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지정토론을 맡은 이영득 블루캔버스 대표는 벤처기업가의 정신으로 분단을 극복하는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며 인적교류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백령도 곳곳의 분단과 안보현장을 답사하고 두 번의 세미나를 겸한 이번 답사는 국내유일 통일 북한 관련 전문여행사로 알려진 ‘당신이 통일입니다’에서 현지 일정을 조율해 더욱 알찬 시간이 되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소수의 인원임에도 차량을 두 대로 나누어 타고, 매 장소마다 체온체크를 하는 등 철저한 방역수칙을 지키며 진행되었다. 재단법인 통일과나눔, 통일신문, 한국DMZ학회, 한-독통일포럼 등이 후원한 이번 행사는 각계 다양한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장희원 기자

  • 도배방지 이미지

정방산성의 봄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