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봉] 외고집에 울고 싶어라

박신호 방송작가 칼럼

통일신문 | 기사입력 2021/04/29 [04:09]

[모란봉] 외고집에 울고 싶어라

박신호 방송작가 칼럼

통일신문 | 입력 : 2021/04/29 [04:09]

▲ 박신호 방송작가     

막내 외손주가 고집이 심한데다가 말을 잘 하지도 않지만 하면 가려서 하질 않기 일쑤다. 흔히 아이들이 제 마음에 맞지 않으면 토라져서 하는 말이 “미워!” 아니면 “싫어!”인데 이 녀석은 “할아버지 미워! 할머니 싫어!”다. 처음에는 아직 어려 그러려니 했는데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말귀를 알아듣는 중학교에 진학해서도 여전히 “싫어! 미워!”란 말이 입에 붙어 다닌다. 그래서 싫으면, 미우면 이유부터 말하라고 몇 번 소통을 해 봤다. 그런데도 이 녀석의 말버릇은 고쳐지지 않고 있다. 그래서 일간 혼내줄 생각이다.

막내 손주 얘기를 장황하게 한 이유가 있다. 이 정권에도 몇 년 동안 그래 그러지 말라고 충언을 해도 귓등에도 듣지 않아서다. 그토록 말귀를 알아듣지 못할 것 같지 않은데도 지금까지 고쳐지지 않고 있으니 무슨 외고집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어떤 때는 하도 속이 뒤집혀 욕설에 가까운 거친 말로 비판을 해도 그래도 영 알아듣질 못해 그러는지 변함이 없다. 여우 같은 마누라와는 살아도 곰 같은 마누라와는 살 수 없다더니 그 짝이다.

우리나라 국민이 허구한 날 북한 정권이 하는 짓에 예민한 것은 형제자매나 동족이어서라기보다 우리가 잠시라도 느슨한 틈을 보이면 무력으로 덤비기 때문이다. 북한 정권은 지금껏 단 한 번도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오로지 적화통일의 대상으로 삼고 있을 뿐이다. 사실이 증명하고 있다. 불과 10여 년 전에만 해도 무력증강에 몰두하다가 주민들을 기아선상에 내몰아 수백만 명의 인명을 잃게 했다. 그럼에도 개과천선은커녕 또다시 ‘고난의 행군’을 강요하고 있다. 그것도 막대한 경제적 부담이 되는 핵무기개발에 몰두하느라 그런 거다.

북한 정권이 한사코 핵무기에 매달려 있는 건 너무나 자명하다. 대남무력적하통일에 목적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아니면 핵무기를 왜 계속 만들어내고 있는 건가. 제국주의 국가가, 미국이 침략할까 봐서인가? 말장난 그만하자. 엊그제 신문을 보다가 긴가민가해서 다시 제목을 봤다. 행안부가 합참에 “훈련 좀 제대로 합시다”고 항의를 했다. 기사인즉 한미 연합훈련이 3년째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만 실시되는 상황에서 행정안전부가 ‘전시 상황에 대비한 실제 훈련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항의성 공문을 합동참모본부에 보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 4,13) 전시 대비 태세 유지 핵심 부처인 행안부는 합참의장 면담까지 요구했다고 한다.

 

행안부는 4월 24일 합참에 공문을 보내 “충무 사태(전시 상황)별 조치 사항 160건에 대한 실제 훈련이 전무한 상태”라며 “실질적인 동원 절차 연습 수행으로 국가 동원 체계를 검증해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 정부 관계자는 “2018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을지프리덤가디안 등 주요 훈련이 폐지됐고 정부 차원의 민간 대응 훈련도 유명무실해진 상태”라고 했단다. 이후 행안부 요구에 합참의 답을 얻지 못했다. 이게 무슨 주객이 전도된 상황인지 헷갈린다.

한편 같은 날 반가운 소식도 전해져 놀란 가슴을 얼마간 진정시킬 수 있었다. 지난해 시험 발사에 성공한 우리나라 ‘괴물 미사일’ 현무-4가 1발로 축구장 200개 이상 면적을 초토화하고, 평양 김일성, 김정일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과 유경호텔 등 북한의 초대형 건축물들을 완파할 수 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지하관통탄의 경우 지하 100미터 이상 깊이에 있는 이른바 ‘김정은 벙카’도 무력화할 수 있다는 거다. 북한의 야욕으로 보아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얘기를 앞으로 돌리면, 막내 손주의 말버릇은 녀석이 고치겠다고 어제 엄마한테 단단히 다짐했다고 한다. 자존심이 강한 녀석이니 고칠 것이다. 의심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정권의 거짓말과 불소통의 외고집은 언제 고쳐질 것인지 모르겠다. 끝끝내, 영 틀렸는지 모른다. 아마도 단념하는 게 속 편할지도 모르겠다. 이래저래 참 답답한 시간이 초침 소리도 없이 마냥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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