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에서 온 5월 편지] “이 북한 놈의 새끼야”… 아이들은 무너집니다

통일신문 | 기사입력 2021/05/14 [21:42]

[여명에서 온 5월 편지] “이 북한 놈의 새끼야”… 아이들은 무너집니다

통일신문 | 입력 : 2021/05/14 [21:42]

여명학교에서는 탈북청소년들과 탈북 여성들이 중국에서 낳은 중국출생 자녀들이 함께 공부하고 있습니다. 학기 초에 중국출생인 현석(가명)이와 북한출생 정남(가명)이가 싸움을 했습니다. 한참 싸우다 중국출생 현석이가 북한출생 정남이에게 ‘이 북한 놈의 새끼야’라고 말하였습니다. 다행히 제가 근처에 있었기에 상황을 정리하고 상담을 시작하였습니다.

현석에게 ‘너 엄마 욕 하냐? 왜 탈북한 정남이에게 상처 주냐?’라고 했더니 현석이의 눈동자가 흔들렸습니다. 그래서 넌지시 “너 혹시 중국에서 니가 ‘북한 놈의 새끼’라는 말을 들은 거니?”라고 했더니 현석이는 “중국에서도 한국에서도...”라고 말을 못 잇고 서럽게 웁니다.

탈북 여성들이 중국에서 낳은 아이들은 엄마가 한국으로 떠나면 어린 나이에 엄마 없이 자랍니다. 만약 아버지가 챙길 형편이 못 되거나 생활력이 강하지 않으면 아이들은 방치됩니다.

주변 사람들의 천대나 친구들의 왕따에 저항하면 어김없이 들려오는 말이 “이 북한 놈의 새끼야”라는 말입니다.

아이가 자라 사춘기가 되면 나이 많은 중국 아버지는 경제력이 없어지고, 사춘기의 자녀가 통제 안 되어 양육을 포기하여 중국출생 아이들은 한국에 있는 탈북 어머니께 보내집니다.

10여 년 만에 만난 엄마와 자녀이지만 아이는 한국말을 못 하고 어머니는 중국말을 못 해 소통이 안 되니 이 또한 비극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어머니는 자녀를 위해 중국 학생들이 많이 다니는 구로동의 일반 학교를 보냅니다. 이때 철없는 한국 아이들이 중국출생 아이들에게 한국말 못 한다며 “짱깨”라고 놀리기도 합니다.

현석이는 제게 “선생님 우리는요. 중국에서는 ‘북한 놈의 새끼’라고 하고, 한국에서는 ‘짱깨’라며 어디서도 끼워주지 않고 괴롭힐 생각만 하는 것 같아요.”라고 울분을 토합니다.

저는 얼마 전 다른 중국출생 학생이 제게 멍한 눈빛으로 “선생님 사람들은 모두 엄마 아빠의 사랑 속에 태어나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폭력적인 상황(인신매매 과정)에서 태어났잖아요.”라며 한탄하듯 내뱉은 숨소리가 기억났습니다.

그리고 “이 아이들을 완벽하게 위로할 인간은 없다. 하나님께서 직접 하셔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이 아이들이 하나님을 만나게 하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거부감 없이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교장실을 카페처럼 꾸며 “카페 마마”라고 이름 짓고 2주간에 성경 구절 하나를 한글과 영어로 제시하고 외우는 학생에게는 카페 마마에서 간식을 주기로 하였습니다. 날마다 간식 종류가 바뀌는 것을 보고 아이들은 쉬는 시간마다 카페에 매달려 성경 구절을 외웁니다.

어느 날 현석이가 제게 묻습니다. “선생님~ 이 간식들 학교에서 준비하는 거예요?”라고 물어 “내가 사비(私費)로 하는 거야... 내가 너희들 먹이고 싶어서... 영어나 한글로 성경 외우면 주는 거지...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 니들은 직업이 학생이니 공부가 일이잖아~ 그래서 외워야 주는 거야”라고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현석이가 심각한 얼굴빛으로 “선생님 제가 열심히 해 볼게요.”라며 대답하며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고 힘을 다해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겠습니다. 마가복음 12장 30절”이라며 큰소리로 외칩니다.

조명숙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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