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에서 온 7월 편지] 한국말 모르는 아이와 중국어를 모르는 어머니

조명숙 교장선생님 | 기사입력 2021/07/15 [03:23]

[여명에서 온 7월 편지] 한국말 모르는 아이와 중국어를 모르는 어머니

조명숙 교장선생님 | 입력 : 2021/07/15 [03:23]

(통일신문= 조명숙 교장선생님)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의 나날들입니다. 작년 2020년은 당국의 지시에 따라 여명학교도 비대면 수업을 위주로 하였습니다. 여명의 학생들은 익숙지 않은 IT기기를 활용한 비대면 수업을 하면서 10평 안팎의 좁은 임대 아파트에서 머무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주로 비정규직이나 식당에서 일하는 여명학교의 탈북 학부모님들은 코로나의 영향으로 생계의 어려움을 겪게 되었습니다. 북한에서처럼 굶지는 않지만, 밥상의 질이 낮아 결핍을 더 크게 느끼며 살고 있습니다.

감옥 같은 북한에서 자유를 찾아왔다고 말하는 학생들은 코로나로 인해 좁은 임대 아파트에서 머물다 전화로 안부를 묻는 교사에게 “남한에 왔는데도 꼭 감옥에 있는 것 같아요. 학교에 가고 싶어요.”라고 간곡하게 이야기합니다.

2021년도 새 학기에는 고심 끝에 코로나 상황에서 열악한 환경에 있는 아이들에게는 학교가 더 안전할 수 있다며 교육청을 설득하여 여명학교는 3월부터 대면 수업을 진행하였습니다. 학생들과 얼굴을 마주하고 울고 웃으니 적막했던 학교에 활기가 찼습니다. 

올해 신입생 중에 탈북 여성이 중국에서 낳은 학생들도 있었는데 이 아이들과 상담하면 마음이 저리기도 합니다. 탈북하여 인신매매의 과정을 거쳐 결혼한 북한 어머니는 바깥출입을 하지 못합니다. 겨우 아이를 낳고서야 외출 허락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때 탈북 어머니들은 북송의 염려 없는 한국으로 도망치듯 떠납니다. 남겨진 아이가 사춘기가 되면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자녀를 감당하기 힘들었던 아버지의 양육 포기로 한국에 오게 됩니다.

한국말을 모르는 아이와 중국어를 모르는 어머니가 피 끓는 재회를 했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어머니는 한국어가 서툰 아이를 위해 중국 교포 아이들이 많이 다니는 구로동의 일반 학교에 입학시킵니다. 한국 친구들은 한국어를 모른다는 이유로 중국 출생 아이들에게 “짱ㄱ”라고 놀렸다고 합니다. 그런 과거의 상처들을 이야기하다 “선생님 저는 중국에서는 탈북자의 새끼, 애미 없는 놈이라고 친구들이 놀리며 놀아주지 않았는데, 한국에서는 또 ‘짱ㄱ’라고 놀리며 껴주지 않더라구요.”라며 울먹이며 이야기합니다. 

전 아이에게 오버하면서 이야기합니다. “아가! 너에게 그렇게 못된 이야기하는 녀석들 다 데려와 내가 조직의 쓴맛을 보여 줄테니까!”라며 온갖 험한 말을 늘어놓습니다. 그러면서 “아가! 이제 니편 많아. 이 싸나운 교장선생님도 니편이니 걱정마! 힘내”라고 다독이면 아이는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습니다. 

어머니가 세상의 전부인 영-유아기에 ‘어머니의 부재’는 세상을 잃은 슬픔과 상처였을 것입니다. 아무도 편들어주지 않고 자신을 쉽게 보고, 괴롭힘을 당한 아이들은 여명학교를 통해 사랑받고 또 한 편이 되고 그렇게 하나가 되고 또 한국인이 되어갈 것입니다.

여명학교도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으로 후원도 줄고 관심도 줄어 어려움이 있지만 아이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이 터널을 담담히 지나갈 것입니다. 후원자 여러분들도 모두 힘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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