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15일 ~ 6월27일까지 ‘DMZ 통일걷기 2021’ 기행

‘DMZ 통일걷기 2021’기행 (2) 고성-파주까지 DMZ평화의 길 걸으며 통일을 묻다

박현석 통일교육협의회 상임의장 | 기사입력 2021/07/30 [02:34]

6월15일 ~ 6월27일까지 ‘DMZ 통일걷기 2021’ 기행

‘DMZ 통일걷기 2021’기행 (2) 고성-파주까지 DMZ평화의 길 걸으며 통일을 묻다

박현석 통일교육협의회 상임의장 | 입력 : 2021/07/30 [02:34]

 


◆6월 16일 2일차◆

▲여정= 송정오토캠핑장→송강리마을회관→송강저수지→건봉사(점심)→가마골길→광산2리 경로당→소똥령농촌체험마을 야영장

 

어제부터 내리던 비가 새벽이 되니 더 세차게 내린다. 하루종일 내릴 기세다. 옆텐트에서 코고는 소리와 뒤척이는 소리에 잠을 설치다가, 새벽에 내리는 빗소리와 새벽 닭 울음소리에 일어났다. 6시가 되니 기상을 알리는 나팔소리 대신 경쾌한 음악이 기상 시간을 알린다.

 

평화로운 송강리 마을길을 걷는 길에

들판에 내려앉는 황새 떼…모두 흰색인

줄 알았는데 한 마리가 갈색… 신기했다

 

오늘은 고성에서 인제로 넘어 송강저수지와 건봉사를 거쳐 진부령 옆 소똥령마을까지 가는 17.9km 길이다. 평화로운 송강리 마을길을 걷는 길에 들판에 황새 떼를 보았다. 모두가 흰색인 줄 알았는데, 한 마리가 갈색이어서 신기했다. 또한 냇가에서 천렵하는 마을주민도 보았다.

송강저수지에서 잠깐 쉬고, 우리나라 4대 사찰 중 하나이고 고성 8경에 속한 1,500년 된 미시령 고갯길에 있는 건봉사에 도착했다. 해설사의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건봉산을 금강산의 시작이라고 하였고, ‘건봉령과 이어진 고진동계곡에 들어서면 금강산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다’는 苦盡甘來(고진감래)의 사자성어 유래도 들었다.

사명대사가 통도사에서 일본에게 빼앗겼던 부처님의 진신치아사리를 찾아와 모신 곳, 건봉사에는 6.25전쟁 때 전각들이 모두 불타 없어졌어도, 홀로 화마를 피해 유일하게 남은‘불이문’만 건봉사 입구에 남아있다. 또한 기둥에는 6.25전쟁 총탄 자국이 선명하다. 더구나 입구 앞에는 그 때의 아픔을 잊고 묵묵히 견뎌온‘300년 된 소나무’가 우뚝 서있다.

건봉사에서 점심식사 후, 가마산로에서 산길 지름길로 접어든다. 넘어진 나무들이 그대로 있어 그것이 더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선두에서 무작정 걷는 것보다 후미에서 찬찬히 따라가며 즐겁게 걷기로 했다. 임도에 들어서서 앵두, 버찌, 산딸기, 오디, 보리수 열매를 따먹으며 여유롭게 걸으면서 즐겼다. 자연은 즐길 수 있는 놀이이자 즐거움이다. 경험하지 못할 추억이 있기 때문이다. 광산 2리를 거쳐 소똥령길 숙소로 가는 길에 곡선으로 심어놓은 모를 보았다. 모는 보통직선으로 심지만, 농토지형에 맞게 곡선으로 심은 논밭 벌판이 참으로 아름다웠다.

 

 


◆6월 17일 3일차◆

▲여정=소똥령농촌체험마을→백두대간트레일→홀2리안심회관→진부령미술관(점심)→용대3리마을회관→DMZ생명평화동산

 

오늘은 고성에서 인제로 넘어가는 구간으로 24km이다. 진부령옆 소똥령을 넘는 코스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숲이 있는 임도길이다. 비는 그쳤고 멀리 구름이 내려앉은 산은 신선이 나올 것처럼 신기하면서 아름답다. 

 

민통선 경계와 남방한계선이 가까이

있음에 놀라…가는 길마다 길을 그냥

지나치는 것이 아쉽다

 

여기 임도길 중간에 보이는 이정표를 보니 백두대간 트레일 소개가 나오고, 임도길을 공유해서 통일의 길을 걷는다. 오전에 12km 걸어 옛 알프스리조트가 있는 홀 2리 마을에 다다랐다. 잠깐 쉬고 용대리에 있는 진부령미술관에 쪽으로 걷는데, 내게 문제가 생겼다.

출발 첫날부터 그동안 신지 않았던 새 트레킹화를 신고 나온 게 말썽이다. 발뒷꿈치에 물집이 생겼다. 물집이 심해서 완주 못하면 안 되는데, 걱정이 된다. 그에 반해 아내는 밝은 미소로 조원들과 어울리며 잘 걷는다. 인제 용대리에 도착했다. 항상 동해안을 갈 때마다 가고 싶었던 용대리 황태식당에서 산채 비빕밥으로 점심식사를 맛있게 했다.

3일 만에 인제에 다다른 셈이다. 여유 있게 자연과 풍경을 보며 걸으면 좋을 텐데 걷기에 너무 바쁘다. 오전에 12km라니, 임도숲길의 여유가 아쉽다. 저 멀리 향로봉만 보이고 금강산의 스카이라인은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오전에 오늘 일정에 해당하는 코스를 완료한 탓에 오후에는 내일 양구로 향하는 코스의 일부를 미리 걷는다고 한다. 대신 4일차 일정 코스는 좀 짧아질 것 같다. 오늘의 숙소는 실내라고 한다. 유일한 실내장소라고 하니, “푹 쉬라”는 스태프의 말에 너무나 기뻤다.

앞만 보고 무심코 걷는 길, 도로 왼편에는 철책으로 둘러쳐져 있었다. 그냥 낙석 방지용 철책인줄 알았다, 자세히 보니 민간인 통제 구역선이다. 생각했던 것보다 민통선 경계와 남방한계선이 아주 가까이 있음에 놀라웠다. 가는 길마다 길을 그냥 지나치는 것이 아쉽다. 길을 잘 아는 분들이 길의 사연과 역사, 그리고 배경을 알려주며 걸으면, 먼 길을 힘들지 않고 즐겁고 재밌게 걸을 수 있을 텐데…

길을 걸으며 나누는 교육콘텐츠와 테마 해설이 필요하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
저녁에 귀향해서 산림농업에 빠져 2번이나 뇌경색으로 쓰러져, 다리가 마비되어 걷지만 인생을 바쳐서 만든‘인제 천리길’다큐멘터리를 보고, 또한 직접 사연을 들으니 감동이다. 장애인으로‘無에서 有를 만든 도전 정신’에 박수를 보낸다.

 

 


◆6월 18일 4일차◆

▲여정=DMZ생명평화동산→평화빌리지→다릿골시험장→먼멧재길→DMZ자생식물원→청춘양구체험캠프

 

오전에 비가 온다는 일기 예보로 판초이와 우산(양산)과 별도 1개 더 준비한 워킹 운동화를 신었다. 숙소는‘코로나19’상황 때문에 실내 숙소에서 잘 수 없어 1인용 텐트에서 각자 생활한다.“불편하기도 하지만 어쩌랴, 이왕 여기까지 왔으면 웃으면서 행복하게 즐기자. 이 또한 즐거움으로 이겨낼거고, 지나가리라…”

4일차 일정은 인제에서 양구 해안리 펀치볼까지 가는 29km 길이다. 어제 걸은 약 5km정도 구간을 제외한 나머지 길을 걷는다고 한다. 게다가 탐방 안내요원이 오전에는 산길과 고개를 넘어야하고, 가파르다고 반바지 보다는 긴바지를 권유한다.

출발하기 전에 체조로 몸을 충분히 푸는데도 불구하고 오르막길을 걸으면 근육이 뭉쳐서 인지, 양쪽 종아리 옆 근육이 땡겨 불편하고 아프다.


처음에는 탈수가 되어 그런가 해서 식염포도당을 먹고 출발했으나, 항상 이같은 증상이 계속되고 있다. 그래도 쳐질 수 없으니 열심히 걸어야 했다. 오르막길 3km구간은 인제군 권역의 평화누리길과 백두대간 트레일이 겹쳐져 있는 곳이다. 포장길이 제법 가파랐으나 걷고 또 걸으니 정상에 다다랐다.

오르막길 3km구간은 인제군 권역의 

평화누리길과 백두대간 트레일이

겹쳐져 있는 곳이다

포장길이 제법 가파랐으나

걷고 또 걸으니 정상에 다다랐다

 

그런데도 몇 몇 대원들은 지친 후미 대원들의 배려함은 없고, 탐방대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치고 나간다. 이곳 먼멧제 고갯마루에 양구군과 인제군 경계 표시선이 있다. <통일걷기 2021>의 3번째 행적구역인 양구군에 접어 들었다. 올라갈때는 포장길이지만 내리막은 비포장인데다 숲이 오래되어 천연림 숲속을 걷는 길이다. 다른 곳보다 가장 많은 숲속 길을 걷을 수 있어서 기쁨과 행복감을 심어준 길이다. 두고온 사무실과 집 생각 등잡생각을 잊어버리고 숲이 주는 공기비타민‘피톤치드’, 즉 힐링을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길을 걷는다는 그 자체가 신이 난다.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강원 평화누리길에 우리가 붙여 놓은‘평화의길’안내 리본 옆에는 지뢰(mine)라는 표지가 있다.‘전쟁과 평화’그‘부조화 속의 조화’를 보는 것 같다. 그렇다, 우리 조국 한반도의‘부조화 속의 조화’를 위해 통일?평화의 염원을 담고 우리는 지친 몸을 이끌고 어려운 발걸음을 내딛는 것이다.

고개를 내려오니 인제에서 양구군 해안리에 다다랐고. 조인묵 양구군수님 일행이 우리 탐방팀을 반갑게 맞이해 준다. 오늘 점심식사는 비상식량이다. 자리 앉으니, 이인영 통일부장관이 우리와 함께 걷기 위해 참석하였다. 점심식사 후, 3박 4일 동안 유투버로 수고한 6조의 멤버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날이다. 섭섭하지만 다시 만날 것을 기대하면서 헤어졌다.

오후 걷기는 펀치볼 마을을 벗어나기 위해 도로를 따라 터널을 통과해야 한다. 안전을 위해 터널구간은 버스로 이동하고, 내리막길을 따라 4일차 숙소인‘청춘양구체험캠프’까지 걷는 일정이다. 마침 안내(호송)하러 온 경찰이 도로에서 약간 돌아가는 저수지 길을 권한다. 그 길이 숙소로 가는 길인 것 같다.

한참 분지가 내려 보이는 경치 좋은 곳을 오르니, 선두에 걷던 대원들이 모두 큼직한 부사 사과와 사과즙을 가지고 나와 맛있게 먹고 있다. 마침 과수원 농부 아저씨의“통일걷기에 노고가 많습니다”인심 좋은 목소리가 들려 왔다. 저장고에서 보관해온 큼직한 사과와 사과즙을 흔쾌히 내놓으신 참 고마우신 분이다. 양구 과수원 아저씨의 시원한 인심 덕분에 힘이 난다. 또한 보람이고 기쁨이다.

터널을 통과하기 전, 뒤돌아본 양구 펀치볼1)의 모습을 기억이 새롭다. 선명하게 푸른 하늘과 그 아래 둘러쌓인 산 능선과 푸른 들판의 모습이 기억에 또렷하게 남는다. 또한 亥安(해안)면에 들어오니 제비와 제비집이 많이 있다. 한집 처마밑에 7~8개의 제비집이 있고, 머리를 내밀고 먹이를 달라고 보채는 새끼들도 보인다.

오늘의 숙소인‘청춘양구체험캠프’에 도착하자 마자 갑자기 소동이 일어났다. 땀 덤범이 된 몸을 시원한 물로 새로운 기분을 주는 샤워시설이 그것도 외부에 2개 뿐이란다. 무더위에 땀으로 범벅되어 있어 그냥 강물이라도 뛰어들고 심정인데, 차례를 기다린다는 것이 무척 짜증스럽다. 더구나 비가 와서 설치된 텐트는 개미가 많은 잔디밭위에 설치되어 운영진에 일부 대원들의 항의로 운동장 농구코트 위로 이동하여 다시 텐트를 쳤다.

오랜만에 햇빛을 보게 되었다. 쨍한 햇빛이 반갑다. 내일부터는 뜨거운 태양아래 걸을 것이다.

 

 

 

▲ 박현석 통일교육협의회 상임의장

 

 



박현석 통일교육협의회 상임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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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명수 폭포 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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