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평생 가장 부러운 사람이 있다. 머리 좋은 사람이다. 오늘날까지 제일 부러운 사람이 뭣보다 기억력이 좋은 사람이다. 이들을 보면 한결같이 공부를 잘한다. 죽으라 하고 공부를 해도 한 과목도 따라잡지 못한다. 뿐만이 아니라 이들은 따로 훈련이라도 받은 것 같이 놀기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고 친화력도 대단해 그의 주위에는 늘 사람들이 꼬인다. 어렸을 적엔 위인전을 많이 읽었다. 그중 한 사람이 미국 육군 원수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이다. 그는 기억이 확실치는 않으나 웨스트포인트 육군사관학교 생도 시절 성적이 98,3인가 했다. 수십 년을 그의 기록을 깬 생도가 없었다. 역시 머리가 좋아 큰 전쟁 때마다 혁혁한 전공을 세웠을 것이다.
박신호 방송작가 통상적으로 듣던 행진곡이 아니라 신나는 재즈풍 행진곡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화면은 싱글벙글하는 생도들의 면면을 비추다가 단상에 앉아 있는 교장을 비롯한 귀빈, 장군들의 표정이 비친다. 굳었던 이들의 표정도 어느 사이 미소가 흐르고 있었고 신나 있었다. 뉴욕으로 돌아가는 내내 그때 그 영화 장면이 떠나지 않았다. 한 음악가의 과감한 도전으로, 연속되는 군 생활의 경직되고 지루하며 지겨운 분위기를 일시에 바뀔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이 장면은 수십 년이 지났어도 잊을 수가 없다. 영화는 글렌 밀러 스토리였다. 서울 문밖을 벗어난 적이 없는 내게 6,25 전쟁은 크나큰 성장통을 앓게 했다. 당시 서울은 남과 북이 치열하게 전투를 벌이는 동안 먹을 것이 없었다. 살길이 없는 시민들은 정처 없이 떠날 수밖에 없었다. 우리 가족도 소사란 곳으로 내몰렸다. 소사는 수밀도가 유명한 지역이다. 여름이면 어머니가 그 무거운 과실을 사 오시느라 고생하셨기에 이름을 아는 곳일 뿐이다. 피난 생활은 오로지 생존을 위한 것이었다. 생전 먹어본 일이 없는 보리밥에 질리고 질렸다. 때로는 늙은 천둥 호박으로 끼니를 때야 하기도 했다. 지겹고 지겨운 시간을 죽이고 살던 그런 어느 날 밤,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새카만 밤하늘에 붉은 불덩어리가 포물선을 그며 연신 날아가는 것을 봤다. 온 마을 사람들이 마당에 나왔다. 잽싼 아저씨가 소문을 듣고 왔다. 미군이 인천상륙작전을 하느라 함포사격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소리를 들은 사람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이제 빨갱이 세상을 벗어나 집으로 갈 수 있다며 얼싸안기도 했다. 인천상륙작전은 숨넘어가던 한반도를 일시에 전환 시킨, 손꼽는 세계승전전쟁사다. 지금도 인천 앞바다 함정 선수에서 파이프를 물고 지휘하던 맥아더의 프로필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그때 맥아더 장군의 과감한 인천상륙작전이 없었으면 이 나라의 운명도 어찌 됐을지 모르는 세계사에 혁혁한 승전보를 올려놓은 전투였다. 그러함에도 얼마 전 인천시는 인천시민애(愛)집에 “인천상륙작전으로 민간인몰살”이란 그림을 전시했다. (6, 1) 이건 머리가 나빠도 아주 나빠서였나? 아니면? 고약하다. <저작권자 ⓒ 통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