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주인의식과 북한체제

이종석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21/07/30 [23:35]

[포커스] 주인의식과 북한체제

이종석 논설위원 | 입력 : 2021/07/30 [23:35]

▲ 논설위원 이종석 / ㈜이가ACM건축사사무소 사장

대북제재가 장기화됨에 따라 북한의 여러 가지 상황이 좋아 보이지 않는다. 당장 북한을 위협하고 있는 코로나 19에 델타 변이바이러스까지 가세함에 따라 굳게 닫힌 국경은 좀처럼 열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나마 외화벌이를 위해 야심차게 추진했던 원산 갈마관광지구는 당초 2019년 10월 당 창건기념일 개장 목표를 수차례 연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개장을 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코로나 사태로 인한 해외관광객의 유치가 근본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이보다도 인민들의 민생문제가 더욱 시급해졌다.

2019년 4월 초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삼지연과 양덕 온천관광지구, 원산 갈마 해양관광지구를 연이어 현지 지도차 방문한 적이 있었다. 이는 2018년 10월 말 같은 일정으로 해당 지역을 방문한 지 약 5개월 만에 반복된 일이었다. 2019년 방문 때에는 그전과 달리 매우 어둡고 언짢은 표정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를 2019년 4월 8일 노동신문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혁명의 성지에 새겨가는 청춘의 값 높은 자욱’이란 기사에서 “삼지연군꾸리기가 가지는 의의와 중요성을 깊이 자각한 평양시안의 청년들이 성의껏 마련한 수많은 지원물자들을 건설장에 보내주었다”는 내용은 그만큼 김정은의 관심 사업 임에도 불구하고 어렵게 진행되고 있음 보여주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라, 작년 코로나 19가 북한 전체를 얼어붙게 할 무렵 평양종합병원 기공식 장면은 마치 김정은의 인민들에 대한 각별함이 묻어나는 모습으로 비치는 듯했다. 그러나 이 사업마저도 목표일이었던 10월 당 창건기념일에 준공하지 못했고, 지금까지도 개원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다.

과거의 북한 최고지도자의 존엄성은 지시한 대로 이루어질 만큼 막강한 힘을 발휘했다. 그러나 지금 김정은의 리더십은 왠지 김빠진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김정은 총비서는 지난 6월 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이례적으로 북한의 식량문제를 언급하며 ‘식량부족’을 인정했다. 그나마 김정은 체제에서는 인민들의 시장 경제활동을 가급적 통제하지 않고, 특히 농업생산의 분배나 농민들의 자율성을 확대해 줌으로써 생산성이 많이 증대되었다. 그러나 김정은 식 계산법에 따라 현재의 상황을 돌파해 나가는 데에는 분명한 한계가 보인다. 이러다 보니 ‘자력갱생’에서 이제는 더욱 고된 ‘고난의 행군’을 강요하는 듯하다.

북한 사회주의 체제는 고립된 구조이기도 하지만, 사회주의 경제에는 그 원리상 국가가 모든 것을 꾸려나갈 수 있는 동력이 제공되어야 한다. 즉, 외부로부터 원활히 조달받을 수도 있거나 내부의 시스템이 잘 작동되어 자체조달로 유지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 문제는 외부 조달이 어려운 현시점에서는 자력갱생을 통해 모든 것을 내부에서 해결해야 하는데, 시스템이 부실할 경우 견디기 어려운 시점에 봉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느 곳이든 국가를 움직이는 원동력은 국민의 힘에서 비롯된다. 최고 지도자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노력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또한, 최고의 원동력은 자율성과 주인의식에서 나올 수 있다. 북한 농민들에게 과거에 없었던 생산물 처분에 대한 자율성을 보장하면서 생산성이 늘게 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주인의식은 개인의 재산권이 보장되는 체제, 즉 시장 자본주의에서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주인의식에는 노력한 만큼 자신에게 이득이 된다는 원리가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회주의 체제에서는 국민이 주인의식을 가지기 어렵다. 최고지도자가 당을 장악하고 국가의 모든 결정과 권한을 행사하는 구조에서는 국민이 주인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은 당의 결정에 추종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그들에게 필요 이상의 노력과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북한은 올해 초부터 대규모의 새로운 주택공급정책을 펴고 있다. 그러나 북한 건축물의 노후화는 남한에 비해 무척 빠르게 진행되어 왔다. 만일 그 소유가 국가가 아니고 개인의 재산이었다면 지금처럼 심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또한 거주하는 인민들의 주인의식과 관련된 문제인 것이다. 

북한체제는 현재 큰 고비를 넘겨야 할 시점에 와 있다. 북핵 문제에서 촉발된 대북제재는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고삐를 풀어줄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과거보다 더욱 가혹한 시련을 견딜만한 여력이 있는지 모르겠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인민들의 주인의식에서 비롯된 능동적인 노력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북한의 새로운 선택이 필요한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일 것이다.

 

이종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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