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의 여정] 어머니 얼굴

장운영 기자 | 기사입력 2021/08/18 [00:26]

[탈북민의 여정] 어머니 얼굴

장운영 기자 | 입력 : 2021/08/18 [00:26]

이런 불효가 어디 있습니까 / 다 자라면서 여윈 / 어머니의 얼굴을 / 떠올리지 못하는 / 이런 자식이 어디 있습니까 / 생전에 남기신 사진 한 장 / 그것도 3.8선 넘노라고 / 못가져 왔으니 /어디 가서 / 어머니 얼굴을 찾는 답니까 / 때로는 잡힐 듯이 어렴풋하게 떠올랐다가도 /정작 정착시키려면 / 연기처럼 흩어지는 얼굴 / 뚜렷이 기억하는 / 외사촌 형 같은 분이 있다 해도 / 어떻게 설명을 받아 / 그 얼굴을 그린단 말입니까 / 차라리 아주 몰랐으면 / 제가 불효를 면할 / 어머니 얼굴 모습                     -이만주 시인, 어머니 얼굴-

 

며느리 손자들에게 들킬세라 몰래 눈물을 훔치며 그려보는 어머니 얼굴.

백발이 성성한 얼굴의 주름과 흐릿한 노안에 떠오르는 어머니 얼굴은 전혀 늙지 않은 어서 잘 다녀오라고 손짓하던 그 모습 그대로이다.

 

그래서 얼마나 다행인가. 반백년의 세월이 시인의 모습을 달라지게 했어도 마음속에 간직한 어머니와 북녘 고향의 모습은 빼앗아 가지 못했다.

 

어머니의 간절한 기원은 실향의 세월이 살아가는데 용기를 주었고 삶의 희망으로 나타났다. 고향에 어머니가 계시다는 하나만으로도 마음이 든든했고, 더 열심히 일 할 수 있는 목적이 되었다.

 

어머니의 손짓을 따라 앞을 향해 주어진 길을 달리며, 이 길이 끝나는 저편에 어머니와 가족, 그리고 고향이 있다는 믿음으로 목마름을 참았고, 눈물을 가슴깊이 묻었다.

 

이제 정상의 언덕에 서있는 실향의 세월은 더 이상의 화려한 꿈을 꾸지 않으며, 한없이 평화스러웠던 시절을 반추한다. 어머니와의 만남이 희망으로 계속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이다.

 

학교종소리, 기차의 기적소리, 오솔길을 달릴 때마다 딸그락 거리던 필통속의 몽당연필, 계절마다 달라지는 산천의 풍경은 크레파스 색깔보다 더 곱고 선명했었다.

 

논배미에서 엎드려 일하는 어머니를 멀리서도 알아 볼 수 있었지. 휘파람소리에 허리를 펴고 손을 흔들며 환하게 웃던 그 미소는 세상에서 가장 값진 보석으로 실향의 가슴속에 챙겨두었다.

 

그리고 그 얼굴의 미소는 기쁠 때나 슬플 때면 청명한 하늘에 보름달처럼 나타나 함께 웃고 같이 슬퍼하며 위로해 주었다. 보름달로 나타나는 어머니의 얼굴을 마주하며 유년의 시절로 달린다. 

 

장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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